끝나지 않은 일 비비언 고닉 선집 3
비비언 고닉 지음, 김선형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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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독자로서 고닉이 다시 읽기에 관해 쓴 책이다. 티저북으로 먼저 만나보게 되었다. [에세이 한편]과 번역이라는 궁극의 다시 읽기를 통해 [옮긴이의 말]이 들어 있다. 책을 읽으며 두 번 놀라게 한다. 인생 초년에 중요했던 책을 다시 읽기를 한다는 것과 저자의 나이 여든넷에 펴낸 책이라는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다시 읽기를 하면 좋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서평 책이나 구입한 책을 한 번도 못 읽은 책이 있었으니 티저북 에세이를 읽으며 다시 한번 반성하는 시간이 되었다.

 

저자는 절대 한 번으로 읽기를 끝내지 말 것을 권한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휴가를 가도 아름다운 전원 별장 거실에 내키는 대로 자리를 잡고 앉았고, 일단 책을 들면 꿈쩍도 않고 다 같이 보러 온 녹음 짙은 바깥세상엔 나가보지도 않았다.

 

엄마 손에 이끌려 뉴욕 공공도서관에 처음 갔는데 바닥에서 천장까지 책이 들어차 있었다. 대학에 들어가서야 오랜 세월 문학책만 읽었단 사실을 깨달았다. ‘다시 읽기를 시작한 건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독서의 목적은 한결같이, 오로지 단 하나였다. 통제할 수 없는 외부의 힘에 얽혀드는 주인공의 행보를 통해 그 모습을 드러내는 대문자 L로 쓰인 Life, 그 삶의 압력을 느끼려고 책을 읽었다.

 

문학작품에는 일관성을 갈구하는 열망과 어설프고 미숙한 것들에 형태를 부여하려는 비상한 시도가 각인되어 있어, 우리는 거기서 평화와 흥분, 안온과 위로를 얻는다. 무엇보다 독서는 머릿속 가득한 혼돈으로부터 우리를 구원하며 순수하고 온전한 안식을 허한다. 이따금, 책 읽기만이 내게 살아갈 용기를 준다는 생각이 든다.(p10~11)

 

긴박감에 불타올라 한밤중까지 잠 못 이루며 글을 썼다. 훗날 자연스럽게 내 문체로 정착할 글투로 발견했다. 책을 덮고 물러날 때는 예술과 정치보다는 차라리 삶과 정치의 통렬한 진실에 마음이 흔들리게끔 쓸 수 있었다. 그땐 몰랐지만 이미 일인칭 저널리즘을 연습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글을 쓸 때는 여전히 독자를 내 시선에 바짝 붙여놓고자하며, 그들이 주제를 내가 겪은 대로 경험하고 내가 느낀대로 체감하기를 바란다. 이어지는 장은 앞서 말한 모든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 책들을 읽고 또 읽으면서 내가 맞닥뜨려온 대로, 문학의 야심찬 기획에 감사하며 쓴 글들이다.

 

<옮김이의 말> 고닉은 읽고 쓰는 자아의 중추를 구성하는 의식의 결함과 불완전을 통렬하게 자각한다. 인생 초년에 중요했던 책들을 다시 펼쳐 든 그는 긴 의자에 누워 정신분석을 받는 느낌에 빠져든다. 80대의 고닉이 20, 50대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으며 이제야 처음으로새롭게 깨달은 텍스트의 의미에 흥분하고 전율한다.

 

정말로 감동적인 것은, 80대의 읽기가 20대의 읽기를 무화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때 그 순간에는 그저 결함 많고 흔들리는 불완전한 의식으로만 발굴할 수 있었던 의미들도 사라지지지 않고 기록으로 남는다. 시간을 두고 다시 읽고 또 읽어도 고갈되지 않는 훌륭한 문학의 풍요함은, 우리 삶의 풍요함으로 다시 긍정된다.

 

변화의 늙음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읽고 쓰는 사람으로서 통합된 자아의 꿈을 매일 한 발씩 걸으라고, 좋은 책들을 집요하게 읽어내라고, 결핍과 고통도 언젠가는 진리에 빛을 비추는 의식의 자양분이 되리라고, 이 책은 우리의 등을 떠밀며 어깨를 두드려준다.

에세이 다음 글들이 매우 궁금해진다.

 

티저북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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