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타적 개인주의자 - 온전한 자기 자신을 발명하는 삶의 방식
정수복 지음 / 파람북 / 2024년 4월
평점 :
이 책은 ‘문화적 문법’으로 설명해 큰 반향을 불러 온 [한국인의 문화적 문법] 출간 14년 만에 그 실천 편에 해당하는 의미 있는 저서다. 저자는 개인주의와 관련해 오해와 편견을 극복할 것을 이야기한다.
책은 3부로 되어 있지만 순서에 관계없이 읽어도 좋다. 독자는 자기 머릿속에 자기만의 생각의 흐름을 이어가기 때문이라고 했다. 저자가 학문의 길에 들어선 것은 내 주변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이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이해할 수 없어서 도대체 세상은 왜 이렇게 굴러가고 사람들은 왜 저렇게 살아가는지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개인주의는 철학을 통해 좀 더 분명한 형태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는 명제는 사고의 주체로서 개인을 분명히 했다. 몽테스키외, 볼테르, 루소 같은 계몽사상가들은 이성의 빛으로 우상을 타파하고 무지몽매 상태를 벗어날 것을 주장했다.
한국에서 개인주의가 발전하려면 서양에서 발전한 개인주의 사상을 폭넓게 수용하면서 동아시아의 전통을 재해석해 개인의 탄생을 북돋우는 담론을 다양하고 풍부하게 개발해야 한다. 삶이 바뀌려면 사상의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회주의는 본래 개인주의의 실현을 목표로 하는 사상이다. 마르크스는 아침에는 일하고 오후에는 낚시하고 저녁에는 책을 읽거나 친구들과 토론하는 자유로운 일상을 꿈꾸었다. 사회주의는 존엄한 개인이 생산관계에 의해 소외된 상태에 있기 때문에 개인의 존엄성을 회복하려면 계급관계를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나키즘은 국가권력의 강제와 지배를 거부하는 개인주의 사상이다. 자유주의, 사회주의, 아나키즘은 모두 개인의 자유를 출발점으로 하여 이상적인 사회를 구성하려는 사회사상이었다. 민주주의와 개인주의는 동전의 양면이다. 개인주의자는 남의 신체에 비의도적으로 부딪쳤을 때 “미안합니다”라는 말로 예의를 차려야 한다. “감사합니다”와“죄송합니다”라는 말도 상황에 따라 처절하게 자주 사용하면 좋을 것이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은 부모 세대는 생존을 최고의 가치로 여겼다. 그들은 금욕주의를 몸에 익히고 쾌락과 즐거움의 추구를 죄악시했다. 절약과 근검을 좌우명으로 삼고 살아온 그들의 눈에는 조그만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도 방종이고 퇴폐풍조로 보였다. 이제 그런 시대는 한참 전에 물 건너갔다. 누구라도 삶에서 즐거움을 누릴 당연한 권리가 있다.
1987년 이후 정치적 민주화가 진행되었다. 가족법 개정은 부계 중심의 친족체계를 악화시키면서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켰다. 도시적 감수성을 표현하는 대중문화가 형성되는 시기였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은 그 신호탄이었다.
가족주의가 강한 한국 사회에서는 개인화의 강화에도 불구하고 개인주의는 여전히 약하다. 1인 가구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원거리 가족주의’가 유지되고 있다. 한국 사회는 독립적이고 자율적 개인들이 상호존중과 상호협력으로 자유로운 연합체를 이루는 방식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각자 자기다운 삶을 살자는 개인주의가 하나의 삶의 방식으로 인정되려면 기본 복지의 사회적 제공돠 함께 민주주의가 보장되어야 한다. 민주주의가 있어야 개인주의자가 살아갈 수 있지만, 역으로 개인주의가 있어야 건강한 민주주의가 작동한다. 인간에게는 뿌리와 더불어 날개가 있다. 미래를 향해 열려 있는 삶의 목표가 없으면, 인생은 맥이 빠지고 지루해진다. 개인주의자는 미래를 위해 현재 상황에서 자기만의 실존적 선택을 감행하며 현재의 삶을 살아간다.
홀로 사는 1인 가족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혼밥, 혼술, 혼취, 혼놀, 혼영 같은 줄임말이 널리 쓰이고 있다. 그 말 속에는 쓸쓸함과 적막함이 스며들어 있고 불행감과 소외감도 들어 있다. 그러나 꼭 그렇게 느낄 필요는 없다. 고독이라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뜻도 담고 있으니까.
고독 속에서 조용히 집중해서 몰입하는 독서는 자신의 소질과 잠재력이 어디에 있는지를 발견하고, 그것을 최대한으로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저자는 한국인의 오래된 문화적 문법을 해체하고 재구성하기 위한 뇌관이 개인주의에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이 존중되지 않는 한 한국 사회에서 집단의 논리 앞에 개인을 줄 세우는 오래된 문법은 계속될 것이다. 이 책이 세대 간 대화를 위한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길 기대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