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있는 서가 - 아줌마 삶을 견디기 위한 책읽기
정은정 지음 / 파롤앤(PAROLE&)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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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줌마 삶을 견디기 위한 작은 시도들책의 힘을 빌려 나의 삶을 치유해 가는 과정을 그린 에세이다. 저자는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책들을 통해 일상에서 마주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발견한다.

 

저자는 직장인으로 살아오다가 사서자격증을 따고 도서관에서 배가와 책수선 봉사활동을 하게 된다. 소설의 작가가 길에서 우연히 나자를 만나듯 도서관에서 책들과 사람들을 만났다. 희미하게 빛나던 그 모든 우연들을 감사히 모아 나의 이야기, 엄마의 이야기를 담아 보았다.

 

서울 태생인데 엄마의 고향 덕분에 오매하고 튀어나온 말 때문에 시아버지에게 타박을 들었다. 집을 나와 여수행 버스에 올랐고 밤차로 돌아온 새벽 역에는 남편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저한테 왜 그러셨어요. 시아버지께 물어 볼 수 없었다. 그럴 기회는 이제 다시 없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무기력하게 지내다가 그림을 그리며 혼자된 엄마에 대한 글을 쓰기로 결심한다. 시댁에서 주부로 살다 보니 늘어나는 책을 감당할 수 없어 파괴스캔을 하다가 오히려 책과 도서관 세상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았다. 사서자격증을 따고 도서관에서 배가와 책수선 봉사를 하게 된다. 글이 완성되어 출판되면 직접 책을 엮어 엄마에게 선물할 꿈으로 예술책 제본을 배우고 있다. 저자는 이렇게 소개했다.

 

시아버지가 한잔하시고 네가 좀 배웠다고 시댁 무시하고 그러면 죽을 줄 알아그 말이 서운해서였는지 무서웠는지 눈물이 났다. 그런데 칠십 대의 엄마는 오십 대 딸에게 물김치를 만들어 주마하고 시장 볼 것을 일러 준다. 수제비를 끓여 점심을 먹고 엄마와 물김치를 담그는 모녀 그림을 상상하니 부럽기 짝이 없다.

 

시어머니 미역국을 끓일 때와 엄마 미역국을 끓일 때 레시피는 각각 다르다. 엄마를 위해서는 참기름을 넣고 볶다 끓이고, 시어머니를 위해서는 맑은 고깃국물을 우리는 데 정성을 들인다. 자신이 좋아하는 미역국은 생홍합이 들어간 미역국이다.

 

메이슨 커리가 쓴 [예술 하는 습관]이라는 책을 통해 해리엇 제이콥스의 [린다 브렌트 이야기, 어느 흑인 노예 소녀의 자서전]을 알게 되었다. 해리엇 제이콥스에게 자유를 주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해준 윌리스 부인이 시어머니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바벨의 도서관]에서 우아한 희망에 대한 각주로 썼다. 그에 따르면 이런 믿음은 태곳적부터 있었다.’ 무슨 말이 이렇게 어려워. 이런 건 더 읽지 말까. 굳이 이런 말을 곱씹어 이해해야 하나. 그래도 도서관에서 일하고 그냥 도서관이 알고 싶은 나는 읽고 또 읽고 있다.

 

글이든 그림이든 발표할 기회가 있어야 는다. 맞는 말 같다. 책을 읽어도 구입한 책은 빨리 읽지 못하거나 거의 손을 대지 않고 훗날 읽게 되는데 리뷰 작성을 해야만 한다면 어떻게라도 읽게 된다.

 

인간사라는 것이 생각하면 할수록 복잡하고, 얽히고 꼬이지 않은 것이 어디 있을까? 일이 너무 하고 싶어요. 그러다 비로소 알았다. 내가 피곤하게 해야 했던 그 많은 일들을 그림자 노동이라고 한다는 걸.

 

저자는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읽는다. 책을 읽고 쓰는 일을 온종일 불린 병아리콩을 에어프라이어에 구워서 가족들과 먹는 것이라 부르고 싶어 한다. 저자는 엄마의 삶을 곁에서 바라보면서 엄마의 이야기를 쓰면서 자기 자신도 치유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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