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카라디브카, 마법의 언간독 특서 어린이문학 7
정명섭 지음, 불곰 그림 / 특서주니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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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카라디브카, 소원을 들어주세요!”

과거와 현재를 잇는 마법의 [언간독]이 데려다주는 특별한 시간여행

 

[언간독]이란 한글을 뜻하는 언문과 편지를 지칭하는 용어로 간독이 합쳐진 말로, 한글 편지를 쓰는 방법을 담은 교본이다.

 

주희는 아빠가 출판사 대표이지만 책 읽기를 강요받아 제일 하기 싫은 게 책 읽기다. 도서부에 드는 바람에 작가와의 강연에 참석하면서 툴툴 거리며 집으로 왔다. 오래된 상자를 열어보니 증조할머니 유품이 들어 있었다. 바닥에 깔린 것은 누런 종이로 된 책이었는데 반으로 접혀 있었다. 두껍진 않지만, 손으로 베껴 쓴 것 같았다. 예전에는 인쇄기가 없어서 직접 베껴 쓴 적이 많았다. 증조할머니는 1920년대에 태어났는데 100년 동안 책이 제 모양을 갖추고 있다니 대단했다.

 

TV에서 코스트컨티뉴 멤버들이 나왔다. 멤버 오지승이 노란 보자기에 싸인 상자를 들었다. 그가 꺼낸 것은 한눈에 봐도 엄청 오래되어 보이는 책이었다. 주희는 오지승의 취미가 독서라고 했던 걸 떠올렸다. 제목은 [증보 언간독]이었다. 증조할머니 책이랑 비슷하다고 주희는 말했다. 오지승은 [언간독]을 찾고 있다고 한다. 단톡방에는 [언간독]을 찾는 팬부터 돈 주고 사겠다고 하는 팬까지 글들이 올라왔다. 주희는 깔깔거렸다. 나는 있다고, [언간독]이있다고.

 

지승 오빠가 찾는 책이 할머니의 언간독이라니 오빠와 데이트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잠이 들었는데 깨어보니 1937년도였다. 민속촌 같은 곳처럼 생긴 교회였다. 밖으로 나오니 검정색 치마에 흰색 저고리 차림의 또래 아이가 나타나 목사님 조카냐고 물었다. 신분이 탄로날까봐 그렇다고 말하고 갓난이를 따라갔다. 갓난이는 돌아가신 증조할머니의 이름이고 할머니 고향인 옥천에 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갓난이는 주희에게 경성에서 왔냐면서 자신도 공부를 하고 싶고 경성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아빠한테 들었던 게 사실이라면 당시 여자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했다. 민태라는 청년이 들어왔는데 순사 보조원이다. 사극에서 봤던 캐릭터였고 일본 앞잡이 노릇을 하면서 조선 사람들을 핍박하고 괴롭히는 역할을 했던 것으로 기억했다. 갓난이는 오빠에게 야학에 데려가 달라고 했지만, 다음에 데려다준다고 하면서 갓난이에게 건네준 것은 [언간독]이었다. 갓난이는 책을 끌어안으며 기뻐했다. 주희는 책을 읽기 귀찮아했던 것을 반성하게 되었다. 오빠는 책 잘 보관해라 남한테 보여 주면 안됀다고 당부했다. 주희는 갓난이에게 구구단을 알려 줬다. 구구단을 다 외운 갓난이는 [언간독]의 한글을 읽어 달라고 했다. 한문으로 된 구구단이 적힌 앞장이었는데 두 장을 살짝 붙여 놓은 형태로 두툼하게 만들어져 있었는데 태극기가 있었다. 갓난이 오빠가 참여한 야학이 사실은 독립운동 단체였던 것이다.

 

갓난이는 주희와 신당에 들렀다. 원래 미신이라고 해서 마을 사람들이 발길을 끊었는데 소원을 들어줘서 고맙다고 했다. 갓난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브카라디브카, 산신령님! 친구를 불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언간독]의 찢어진 페이지 안에 있던 주문과 똑같았다. 주희는 갓난이의 기도 덕분에 이곳에 오게 된 것이다. 속이 상해 있던 주희에게 소원을 빌라고 했다. 주희는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본문에 나오는 [언간독[은 저자의 할머니 유품이다. 할머니는 야학에 다녔지만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문밖에서 공부를 했다고 한다. 여성에게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았던 시대의 아픈 기억이다. 할머니는 포기하지 않고 추운 겨울, 문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어가며 한글을 공부하셨다. 기특하게 생각한 야학 선생님이 준 선물이 바로 [언간독]이라고 하였다.

 

이 책은 여성에게 공부할 권리가 없던 시대, 일본 순사의 눈을 피해 독립운동을 해야만 했던 역사를 기억하고 우리가 누리는 권리와 행복이 어디서 왔는지 기억해 주었으면 하는 작가의 바램이다. 역사를 좋아하는 건 기억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자유와 평화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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