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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쿠데타와 나
장태완 지음, 이원복 엮음 / 이콘 / 2024년 1월
평점 :
이 책은 12·12 군사반란을 끝까지 막으려 했던 장태완 장군의 회고록을 재출간하였다. 영화 ‘서울의 봄’을 보면서 화가 많이 났었다. 영화를 보고 책을 읽으면서 12‧12사태에 대하여 십분의 일도 몰랐다는 사실에 놀랐다. 분노가 치밀어 올랐고 장태완 장군의 외동 아들의 죽음에서 눈물이 흘렀다.
“불충자 유구무언의 속죄하는 마음으로 나는 지난 13년간의 세월을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첫 문장이다. 12.12 군사반란은 전두환 소장을 중심으로 한 ‘하나회’라는 군 내 사조직이 박정희 대통령의 대권승계를 위해 장구한 기간 철저하게 계획하고 준비한 일련의 과정에서, 국권 장악의 필수 단계인 군권 장악시 예상치 못한 시행착오로 야기된 군사반란이었다.
6·25 한국전쟁 대구상업학교에 재학 중이었던 장태완은 육군종합학교 제11기로 입교했고, 전선을 오가며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호국 용사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육군보병학교 전술학 교관, 존경하는 한신 장군 부대의 검열단장 등을 거치며 장군으로 진급하기도 했다. 2년여 동안 수경사 참모장으로 근무를 하고, 사단장을 마치고, 육군본부교육참모부 차장으로 전보되었다가,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으로 비상계엄 체제로 전환되었던 시기에 수도경비사령관 겸 수도계엄사무소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었다. 그러나 부임 24일 만에 12‧12 군사반란을 진압하지 못한 채 역사와 국민, 군 호국 영령 앞에 속죄받을 수 없는 죄인이 되고 말았다. 죽은 자식을 잠시도 잊지 못하고 살아가야만 하는 애달픔과 고통이다.
전두환 중심의 11기의 10인 멤버를 중심으로 결성된 하나회는 36기까지 은밀하게 이어져 그 수가 220여 명에 달하는 막강한 사조직이 되었다. 보완이 철저해서 회원끼리도 누가 회원인지 몰랐다고 한다. 피아식별 방법으로 ‘형님’이라는 은어를 사용하면 이 친구도 하나회 회원이구나 눈치채고 상대해 주었다는 것이다. ‘윤필용 사건’이 있고 나서야 군 내부에 하나회라는 특수 사조직이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신임을 독점하고 하나회를 관리했다고 하니 참 아이러니하다.
정승화 총장을 알게 된 것은 1969년 총장이 참모장이고, 사령관 한신 장군에게 발탁되어 제1군 검열단장으로 있으면서 함께 근무한 일이 있다. 3개월 만에 육본 관리참모부장으로 떠났기에 이후로는 연이 없었는데 느닷없이 총장의 호출을 받으니 수도경비사령관으로 적임자라고 말했다. 어떨결에 맡게 된 수경사령관 자리였지만 11월 16일부터 12월 12일까지 24일 동안 재임 기간이 되었다.
정총장과 노 국방장관이 보안사령관 교체 문제를 논의한 일이 있었다. 그 말이 전두환 귀에 들어갔고 이것이 12‧12 군사반란의 도화선이 되었다. 그때 교체가 되었다면 이런 비극은 맞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전두환은 정승화 총장을 납치하였고 그 시각에 장태완 장군을 만찬에 초대하였다. 정총장 연행에 대한 최규하 대통령의 재가를 받기 위해 합동수사본부 수사국장이 이학봉 중령을 대동하고 총리 공관에 찾아갔다. 대통령은 집요한 설득에도 원칙을 내세워 입장을 고수했다.
정승화 총장은 끝내 보안사 서빙고 분실로 연행되었다. 특전사령관 정병주 장관이 체포되고 비서실장 김오랑 소령이 총격전에서 전사했다는 슬픈 소식이었다. 비상사태에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그로부터 통수권을 위임받아 실제로 지휘해야 할 국방장관의 두문불출도 이해가 안됬다. 장태완 장군은 2개월 조사를 받고 1980년 2월에 수사관으로부터 예편서를 쓰라는 요구를 받고 군 생활을 마쳤다. 30년 동안 몸담았던 군을 떠나야 한다니 억울하고 서운한 생각이 억장을 내리치는 것 같았다.
군인인 아들을 자랑스러워 하던 아버님의 죽음과 대학생활을 잘 하던 아들의 죽음으로 삶은 끝났고 남은 인생은 더부살이라고 했다. 어느 날 심근경색이 나타났고 수술차 미국으로 가는 것을 일주일만 연기해 달라고 간청하면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다시는 이런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5·16 직후 자신의 기반이 될 수 있는 군 내부 사조직 ‘하나회’와 전두환은 매우 은밀하고 치밀하게 자기들끼리 주요 보직을 차지하며 권력을 키워 나갔으며, 장태완 장군은 회고록을 통해 그 과정을 매우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장태완 장군은 열심히 싸웠고 속죄해야 할 인물은 전두환과 그 일당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