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 - 의사 엄마가 기록한 정신질환자의 가족으로 살아가는 법
김현아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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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으로 읽고 싶어서 대출을 했다. 의사 엄마에게도 혼란스럽기만 했던 딸의 정신질환 얼마나 힘들었을까. 에세이 형식인줄 알았는데 다른 유명한 연예인, 저명한 인사들의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어서 조금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책은 우리 가족의 고통의 기록이다. 아직도 현재진행형으로 겪고 있는 고통을 우리와 같은 상황에 놓인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한 기록이다. 아이의 투병기간 중에 저자와 남편 모두 의사로 일하는 우리도 이렇게 힘든데, 전문 지식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견녀낼까? 하는 의문을 항상 가져왔다고 한다. 세상이 무너졌다. 온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고 믿어왔던 딸의 팔목에 수없이 그어진 칼자국을 목격하게 된 순간, 저자는 지금껏 살아왔던 세계가 완전히 전복되는 경험을 한다.

 

빈센트 반 고흐가 어떤 질환을 앓았는지는 알기 어렵지만 정신발작을 일으켰고 귀를 자른 적까지 있으며 결국 생을 자살로 마감했다는 정도이다. 빈센트는 질병이 가져오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화가로 활동했던 10년 남짓한 기간 동안 875점의 회화와 1,000점이 넘는 데생을 남겼다.

 

아이가 고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담임선생님이 우울증 검사 결과 때문에 보자고 했다. 우울 척도와 자살 척도가 너무 높게 나왔다는 이유였다. 며칠 기운이 없기는 했지만 기분 전환을 시켜주었다. 아이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지만 나중에 안 사실은 처음으로 자살을 시도했다. 원래 공부를 잘하던 아이였기에 고3의 방황이라고 지레 생각하고 재수학원에 등록시켰다.

 

안나를 치료해줄 의사를 찾아야했다. 입원이 필요하다는 건 사실인데 서로의 병원들은 대상에서 지웠다. 만원 지하철에서 숨을 쉴 수가 없어 중간에 내려야만 했다. 안나를 치료한 선배 교수는 지하철을 타지 못하고 내린 일까지 포함해서 양극성 스펙트럼 장애라는 진단을 내렸다. 조울증이라는 병명만 배웠는데 금시초문이었다. 정신병원 폐쇄병동을 지금은 보호병동이라 부른다. 굳게 닫힌 문을 누군가가 열어주어야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보호병동이 감옥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아이는 항상 우울했던 아이인데 웬 양극성 장애? 전문 서적과 해외 논문을 찾아 읽어보기 시작했다. 양극성 장애는 일생 중 조증 삽화가 최소 한번은 있어야 진단이 내려지기 때문에 조증은 양극성 장애 진단에 기준이 되는 증상이라 할 수 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저녁 회식이나 늦은 귀가를 피하려했지만 바쁠 때에는 일주일 내내 귀가가 늦은 적도 있었다. 생각해보니 아이에게 심한 불안감을 매일같이 안겨주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학업 성취를 독려한 일은 없었고 그저 잘 먹고 잘 자고 공부해야 한다는 시대와 맞지 않은 말만 하고 있었다.

 

마음의 감기라고 불리며 누구나 한번쯤 앓고 지나갈 수 있다고 여겨지는 우울증은 환경의 영향에 의해 발생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중증 정신질환으로 분류되는 조현병이나 양극성장애는 어떨까? 유전적일까? 환경적일까? 유전적 성향에 대해 알아야 하는 이유는 집안 내력이라는 낙인을 찍기 위함이 아니라 정신질환을 과도하게 양육의 문제로 몰아가는 몰이해를 조금이라도 덜어보기 위함이라고 한다.

 

자녀가 정신질한을 앓는 가족들은 아이를 어느 의사에게 맡겨야 하는지를 두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한 말인데 아이에게는 상처가 되는 일이 많았다. 갈등 상항에서 서로가 대화로 풀어나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저자는 양극성 장애 치료 약물에 대해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다. 황당했던 일은 오랜 입원과 투병 기간 중에도 아이에게 잘 맞는 처방을 찾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양극성 장애는 오랜 치료가 이루어져야 하는 만성 질환이기 때문에 부작용 역시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된다.

 

저자의 일과는 병원에서 환자를 보는 일, 전공 논문을 쓰는 일, 그 외의 원고를 집필하는 일로 국한되어 모두 내 안으로 침잠해서 조용히 아이를 돌보며 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안나가 아프면서 눈앞이 아뜩해질 정도로 힘든 순간들이 많았지만 돌이켜보면 이만하면 잘 대처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정신질환 환자의 가족에게 미래에 대한 걱정은 불안의 수준을 넘어 끊임없는 비탄의 원인이 된다. 하지만 걱정하고 비탄한들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죽은 후에도 자식이 스스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힘닿는 데까지 돕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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