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딕 성당, 거룩한 신비의 빛
강한수 지음 / 파람북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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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어린 시절 성당은 그야말로 삶의 자리였다. 사춘기 청소년이 되었을 때도 성당은 변함없는 친구였다. 천주교 의정부교구 사제이기 전에 건축학과를 졸업했다. [로마네스크 성당, 빛이 머무는 곳] 전작에 이어 두 번째 책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고딕 성당이 로마네스크 성당에 비해서 건축 구조가 한층 더 복잡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로마네스크로마다운이란 뜻이었다면, ‘고딕은 게르만족의 하나인 고트족을 가리키는 고트인의란 뜻을 지니고 있다. 건축의 영역에서 로마네스크와 고딕의 전환 과정과 철학의 영역에서 스콜라철학 이전과 이후의 전환 과정이 평행현상을 띤다는 것이다.

 

레세에 영향을 준 캉의 생테티엔 성당은 처음에 목조 평천장이었던 것을 6분 볼트의 석조 천장으로 바꾼 것이다. 천장은 두껍고 리브와 대응 기둥의 구조 체계도 불완전했다. 리브 그로인 볼트가 있다고 해도 생테티엔 성당은 확실히 로마네스크다운 성당이다. 레세의 삼위일체 수도원 성당은 로마네스크와 고딕 사이의 건축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고딕건축과 스콜라철학의 동시 발생을 설명하면서, 고딕건축을 시작한 사제요 수도자이며 건축가인 쉬제를 언급했다. 후대 역사가들은 그를 공정하고 성실하며, 화합을 중요시하면서도 우유부단하지 않고, 활동적이지만 인내심이 있으며, 전체와 부분을 동시에 볼 줄 아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고딕 구조의 발전은 우선 리브의 발달에서 시작되었다. 리브란 볼트를 받치고 있는 갈빗대 모양의 부재이다. 볼트가 수직으로 교차하는 것을 그로인 볼트라고 하고 그것에 리브가 더해진 것이 리브 그로인 볼트이다. 리브와 복합 기둥이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룬 곳이 상스 대성당이다.

 

빅토르 위고는 [파리의 노트르담]을 출간했다. 고딕 건축에 관심이 많았던 위고는 랭스 대성당의 모습에 매료되어 건축 여행을 다니게 되었다. 위고는 대성당의 양식을 평가하기를 순수 로마네스크 양식도 아니고 순수 고딕 양식도 아니며, 과도기적 양식의 성당이라고 말한다. 외적 장식물에 상관없이 근원적이고 원초적인 차원에서 성당은 항상 로마의 바실리카 양식을 가지고 있음을 강조한다. 상리스, 누와용, 랑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은 모두 파리를 중심으로 하는 일 드 프랑스 지역에 위치해있다.

 

고딕 구조로 포인티드 아치, 리브 그로인 볼트, 플라잉 버트레스 세 요소가 있다. 벽과 천장과 기둥이라는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하중을 견디며, 서로에게 부하를 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하중을 나누어 담당하는 그렇게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작용하여, 더 가벼우면서도 더 높이 성당을 올리는 것이다.





스콜라철학의 명료화의 습성이 가장 잘 나타난 분야가 전성기 고딕 건축이다. 전성기 고딕은 신학과 도덕과 역사와 자연을 모두 구현하고 건축 구조의 요소들을 충분히 나열하여 전체성을 이루고, 네이브와 트란셉트의 회랑 개수라던가 네이브와 아일의 볼트의 형태 같은 상동적인 부분들 간의 체계적인 배열을 이루었다.

 

노력의 결실로 고딕 구조는 완성 단계로 들어서게 되는데, 첫 번째가 샤르트르 대성당이다. 샤르트르의 장인들은 플라잉 버트레스포인티드 아치를 이용해서 천장이 견뎌야 하는 하중을 분산시킴으로써 구조 부재의 하중을 줄이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풀어나갔다. 샤르트르 대성당의 구조 방식은 초기 고딕과 전성기 고딕을 구분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일 드 프랑스에서 생겨난 고딕 양식은 프랑스 전역으로 확산되었는데 비교적 통일된 양식으로 전파되었다. 프랑스에서 고딕 양식이 시작되었을 때도 독일은 국제적 흐름보다는 로마네스크의 완성에 집중했다. 이탈리아는 로마네스크 전통이 강했던 토스카나 지방을 중심으로 선택적으로고딕 양식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15세기에 들어 토스카나에서 베네치아로 이동했다. 제노바와 지중해의 패권을 다투던 베네치아에는 그들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서 많은 성당과 공공건물이 세워지기 시작했고, 그중에는 대형화된 성당도 있었다.

 

성당의 건축구조는 어렵게 느껴지지만 친절한 설명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유럽의 유서 깊고 고풍스러운 성당들이 그냥 이국적인 풍경으로만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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