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가 전해 준 것
오가와 이토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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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베스트셀러 [달팽이 식당], [츠바키 문구점] 작가의 최신작으로 어릴 적 할머니와 함께 새를 키웠던 추억을 바탕으로 10년에 걸친 구상 끝에 완성한 장편소설 [바나나 빛 행복]을 원작으로 탄생한 또 하나의 사랑스러운 이야기다. 올겨울을 따스함으로 물들일 따뜻한 어른 동화이다.

 

리본이라는 작은 왕관앵무에게 새로서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준 건 회색앵무 할머니 야에 씨였다. 할머니는 전쟁 전에 태어났다고 했다. ‘슬픔을 겪은 새들이 모이는 곳에서 태어나 모르는 것투성인데도 늘 다정하게 대해주었다. 리본이 그 전에 일을 떠올리려고 하면 몸이 오그라드는 것이다. 야에 씨는 인간한테 무서운 일을 당했나보다 말했다.

 

인간이란 자기들이 제일 똑똑한 줄 알고 두 발로 걷고 날지도 못한다고 했다. 착한 인간이 있으면 나쁜 인간도 있단다. 어느 세계든 마찬가지야.





야에 씨는 젊고 예쁠 때 인간의 말을 능숙하게 할 수 있었다. 전쟁이 찾아왔고 사육사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다. 백화점 옥상에서 재주를 보여 준 적도 있었고 다람쥐 쳇바퀴 도는 꼴로 살다가 보건소로 끌려갔는데 이곳에서 구해 주었다고 한다.

 

리본이 흥얼거리는 것을 듣고 무슨 노래냐고 했다. 야에 씨 말만 들었는데 자기의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그 노래를 알 속에서 들은 것 같았고 졸릴 때 그 노래가 들리면 마음이 편해졌다. 알 밖으로 나가는 게 기다려졌단다.

그 노래를 평생 잊으면 안 돼.” 야에 씨는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너희 엄마가 들려준 소중한 노래니까.

 

야에 씨는 엄마를 만난 적 없지만 대신 최선을 다해 보살펴 준 사람은 사육사였다. 너무 좋아서 결혼하고 싶단 생각까지 했단다. 리본은 엄마를 상상해 봤지만 아무리 애써도 기억나지 않았다.

 

다정한 날개의 주인이 되렴.”

야에 씨가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새는 평화를 가져오는 사자니까. 사자란 심부름꾼이란 뜻인데, 네 날개를 행복을 위해 쓰라고 했다.

 

모험을 계속하면서 다양한 인간을 만났다. 어느 집에서 살게 돼었고 소녀 미유키의 보살핌을 받게 되었다. 미유키가 갓 태어나 두 발로 서서 걷게 되었을 때 말을 걸어왔다. 틈만 나면 새장으로 놀러 오기 시작했다. 소녀의 어머니는 병원을 가면서 애원했다. 내가 가고 나면 네가 잘 다녀왔어? 하고 가족들한테 말해 주라고 한다. 리본은 혼자 연습했고 마침내 잘 다녀왔어? 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별은 갑자기 찾아왔다. 미유키가 새장 밖으로 꺼내주면서 도망치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하늘을 날지 않아서 나는 법을 잊지 않았을까 조마조마했지만, 잊지 않은 것 같았다. 미유키가 알 수 있도록 깃털을 하나씩 땅에 떨어뜨렸다. 바람에 나부끼는 날개가 빛 조각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그런 내 날개를 보는 게 아주 좋았다. 말 상대가 아무도 없이 날이면 날마다 그저 한결같이 하늘을 날았다.

 

눈에 익은 동네 위를 날고 있었는데 기억나지 않았다. 나뭇가지에 앉았을 때였다. “오랜만이구나, 어른이 다 됐는데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무가 말을 하고 있었다. 나무가 말을 하는 거 처음 들었다. 나무가 말했다. 혹시 너희들만 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냐? 사람에겐 사람의, 새에겐 새의 말이 있다. 네 귀에 들리지 않을 뿐이지 나무에겐 나무의, 돌에겐 돌의 말이 있는 거라고 했다. 너희한테는 날개가 있지. 생명체는 모두 주어진 역할이 있어. 그걸 완수하는 게 인생인 것이다.

 

리본은 마침내 소중한 사람들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해냈다. 나를 다정하게 싸안아 준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할아버지 나무 곁에 있으면 언젠가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마음에 위안을 주는 이야기, 연말과 새해를 맞아 소중한 사람에게 다정한 위로의 메시지를 담아 선물하기 좋은 소설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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