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레스토랑 - 오지랖 엉뚱모녀의 굽신굽신 영업일기
변혜정.안백린 지음 / 파람북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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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레스토랑]은 기관장에서 부당해임된 후 분노를 삭이던 섹슈얼리티 인문학자 엄마가 서버를 하고, 영국에서 석사과정 밟다가 갑자기 요리에 꽂힌 의학도 딸 린셰프가 그동안 일기처럼 써 내려간 기록들을 뻐대로 삼았다. 모녀가 운영하는 오직 채소로 요리 하는데, 어디에도 채소의 느낌은 나지 않는 수상한 레스토랑 이야기다.

 

린 셰프가 어렵게 결정한 유학을 그만두고 친구들과 해방촌의 구석진 곳에 소식이라는 음식점을 차렸다. 20대의 비건 체험인들뿐 아니라 60대 남성들, 부근 대사관의 외국인도 많이 온다고 자랑했다. 1년이 흘렀고 소식창업을 출산으로 비유하면서 준비 없이 실행한 식당 운영이 얼마나 힘든지 토로했다.

 

린셰프가 페인트를 칠하다가 주차해 놓은 차에 페인트 점박이들이 생겨 피해 보상액은 엄청난 수준이었다. 들었던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이 구세주처럼 나타나 피해 보상은 일단락되었다. 이후 공사 관련 항의 전화가 오면 딸을 원망했다. 그래도 딸의 일하는 방식을 통해 많이 배웠단다. 딸이 모든 인테리어를 업체에 맡기지 않고 혼자, 그것도 제로 웨이스트로 해결하자니 보조가 필요하였고 엄마가 해야 했다.

 

4개월 동안의 우여곡절을 땀과 열정으로 천년식향을 완성하였다. 요즘도 공사 중이란다. 40년 된 건물이어서 에레베이터가 없다. 겨울에는 화장실 물이 언다. 와인이 입고되면 운반하느라 주차 자리 때문에 한 직원은 다른 층 사장님에게 멱살을 잡히기도 했다. 다행히 천년 식향에 온 사람들은 공간이 아름답다고 찬사를 아끼지않았다.

 

천년식향은 제로 웨이스트를 추구하여 일회용 물티슈도, 냅킨도 없다. 깨져도 괜찮은 돌그릇을 사용한다. 등 천년식향의 불편함을 소개하면서도 손님들께 불편함 감수를 요청했으니 참 건방지고 불편한 레스토랑이다. ‘남극에서 먹는 것 같다는 피드백이 무척 아팠다. 크리스마스 시즌, 건물이 얼어붙었고 발 난로 등 보조 난방을 8개나 동원해도 보람은 없었다. ‘난방비도 나오지 않는 장사,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씀이 아프게 했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동시에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고 운영하는 기업,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천년식향을 고민한다. 창업 초기 브랜딩, 홍보를 해주며 매출을 3배 올려준다는데 혹해 이제까지 본 평점이나 리뷰가 조작된 것일 수도 있다는 불신이 생기고 말았다. 강의 요청자는 내용은 말하지만 비용은 말하지 않는다. 주는대로만 받아가라는 것이다. 음식점의 인터뷰나 촬영은 유노동 무임금 일때가 많고 방송 송출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린은 500종이 넘는 와인을 테이스팅해보며 느낀 감각들을 페어링 메뉴에 담았다. ‘불편한 레스토랑천년식향에서도 손님이 페어링을 경험한 이후 컴플레인은 없었다. 새로운 다이닝에 와서도 과거의 습관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 와인과 같이 드시면 맛있다고 말을 하면 의심이 가득하다. 화를 내며 나가기도 한다. 그러면 , 이제 악플이 가득 달리겠구나하는 생각이 머리에 스친다.

 

철학을 요리하고 싶은 천년식향은 어떤 판매 전략을 세워야 할까? 유기농, 토종, 비건이 살아남기 위해서 사람들이 그것들을 비싸도 자주 소비해 주면 좋겠지만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 무리라는 사실은 이해한다고 했다.

 

예약 없이 간판만 보고 손님이 올라오면 두렵다고 했다. 비건이 뭔가요 묻고 내추럴 와인 간판을 보고 올라왔다 비건임을 알고 내려가는 손님, 비건이라는 설명을 듣고 일어나는 손님을 보면 기가 죽는다. 맛있게 스테이크를 먹은 손님이 나갈 때 콩단백이라는 사실을 알고 얼굴이 어두워지는 것을 보고 그 느낌은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 손님들의 의견을 하나하나 새겨듣는 천년식향은 어떻게 해야 할까? 비건임을 밝히는 순간, 이익보다 불이익이 많다고 한다. 앞으로 채소가 주인공이 되는, 요리의 가격은 중요하다. 사람들이 많이 먹어야 하니 대량생산된 재료와 쉽고 간편한 요리방식을 도입해 대중화시키는 것 역시 중요한 지향점이 될 수 있다.

 

[불편한 레스토랑]을 읽어보니 천년식향의 음식 맛이 궁금하여 가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입맛은 다양하고, 모든 분들의 취향을 충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불만족스러운 의견이 있다면, 그것은 천년식향의 피와 살이 된다. 고기도 먹고 싶고, 비건도 하고 싶은 이들은 물론,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이 있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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