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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도 지혜가 필요하다 - 노화와 질병 사이에서 품격을 지키는 법
헨리 마시 지음, 이현주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9월
평점 :
세상에서 제일 두려운 것은 암과 죽음, 고통이 주는 두려움이다. 이 책은 40년이 넘도록 의사로 살았던 저자가 암환자가 되고 죽음 앞에서 삶을 정리하면서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진다. 삶의 끝에서 가장 나다움을 되찾는 법, 현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철학적이고 과학적인 질문들에 대한 답이면서 저자의 노력을 담은 이야기다.
저자는 영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신경외과 의사이지 섬세한 문필가다. 신경외과를 선택한 것은 수련의 시절 유연히 보게 된 뇌수술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람들의 뇌스캔 연구에 자원하던 참에 MRI 스캔을 통해 본인의 뇌가 궁금했다. 뇌스캔 검사를 받고 20개월 후 전립선암 4기를 진단받았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은퇴를 하고 70세에 암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 완전히 잊고 지냈던 수많은 환자들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은퇴한 후와 코로나19 전까지 네팔과 우크라이나에서 일을 했다. 친구 데브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몇 주 근무하면서 아들 윌리엄과 히말라야산맥을 오르기도 했다. 데브는 담관암을 앓았는데, 저자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싶어 했다. 죽을 때 그처럼 위엄을 잃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대부분 의사들처럼 친절하고 인정 있는 의사였다고 생각했지만 암을 진단받고 나서야 환자와 의사 사이의 거리가 얼마나 먼지, 의사들이 얼마나 환자가 겪고 있는 일을 이해하지 못하는지 깨달았다. 저자는 특별할 것 없는 보통 사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자신보다 실력이 있는 동료에게 환자를 보내야 할 때, 코로나19가 시작되어 손녀들에게 줄 인형 집을 만들면서 느끼는 감정들이라고 했다.
25년 동안 간헐적으로 전립선 증상을 겪었는데 창피한 마음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 오랫동안 방치한 것이 중증으로 진행된 경우가 많다. 의사로서 ‘왜 이런 일이 나에게?’라는 질문은 던지지 않았다. 죽음이 두려워서 죽길 바랐던 적이 있다.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으며 몇 가지 긍정적인 깨달음도 얻었다.
삶을 돌이켜 보았을 때 그는 성공적인 삶이라고 느꼈다. 곧 죽을 것이라는 생각에 우울하게 지낸 것을 후회하고 싶지 않고 나와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도 현재 내 삶을 최대한 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항상 또 다른 파도가 다가왔다. 환자가 되었을 때 가장 힘든 것 중 하나는 기다림이다. 외래 환자 대기실에서, 예약 날짜, 각종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다.
나는 죽고 싶지 않다. 누군들 그렇겠는가? 당연한 말이겠지만 노쇠하고 싶지도 않다. 과거에는 70대에 죽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지금은 노화를 막거나 시간을 되돌리는 역노화 연구가 자리 잡았다. 개인적으로 인간의 수명을 연장한다는 개념이 끔찍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면에 있는 과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편견을 극복해야만 한다. 저자는 지나온 삶을 노화와 질병의 경험 등 존엄한 마지막을 준비하는 과정을 솔직하게 풀어낸다.
인터넷에서 내가 진단받은 병에 대한 글을 읽다 보면 매우 불행해지기 쉽다. 정보가 유용할 때도 많지만, 희망을 주는 인정 있는 의사의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다. 꼭 의사가 나를 낫게 해줄 거라는 기대 때문만은 아니다. 의사가 최선을 다해 돌봐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암과 내 미래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나려는 것은 달리기와 비슷하다. 나를 끊임없이 채찍질하고 무언가를 성취하려 하고 미래의 보상을 위해 현재의 시련을 견디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것도 배웠다. 잠시 멈추어 휴식을 취하고 걷기도 하며 주변 풍경을 감사하는 법도 배우며 깨닫는다.
처음 암을 진단받았을 때는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힘들었지만, 죽음에 대해 생각할수록 정말 중요한 질문은 ‘나는 어떤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라는 것이 명확해졌다고 의사로서 많은 사람들이 죽는 것을 지켜보았고 죽는 방법은 다양하다고 했다.
이 책은 살아 있는 모든 이들이 꼭 한번 생각해야 할 존엄한 화두, 죽음을 맞이할 때 필요한 지혜란 무엇인가. 노화와 질병 사이에서 어떻게 품격을 지킬 것인가. 가장 나다운 마무리는 어떻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