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을 두드리는 그림 - 수도원에서 띄우는 빛과 영성의 그림 이야기
장요세파 지음 / 파람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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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림 읽어주는 수녀장요세파 저자가 수도원에서 띄우는 빛과 영성의 그림 이야기다. 미술관의 그림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은 누구에게나 가능하지만, 똑같은 그림이라도 안내자가 곁에 있을 때 감상이 풍요로워진다. 여행에서 본 그림들을 책에서 읽으니 무척 반가웠다. 저자의 창을 두드리는 것은 바로 그림들이다.

 

예수님 이콘은 아케로비타라고 불리는데, ‘사람의 손으로 만들지 않은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이유는 채찍질과 매질을 당한 후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예수님을 베로니카 여인이 울며 따라가다 자신의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드렸는데, 거기에 예수님의 얼굴이 남았기 때문이다. 보통 예수님의 목을 그리지 않는 이유도 이런 전승 때문이다.

 

예수를 넘기러 온 유다는 예수를 온몸으로 안으며 입맞춤하려고 한다. 예수의 눈을 거의 부릅뜬 눈으로 응시한다. 예수는 오히려 어떤 행동도 할 의지가 없다는 듯 눈을 감고 있다. 배반할 때 사람은 보통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마련이고, 그것을 덮으려고 오히려 자신이 정당하다는 이유를 끌어댄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유다라는 인물과 <토마스의 의심> 예수의 부활을 의심하는 토마스가 같은 얼굴이라는 사실이다.

 

석창우 화백의 그림과의 첫 대면, 설명이 필요없이 그대로 마음에 들어오는 그림이다. 화백의 삶을 알게 되면서 깊이 깨닫는 기쁨을 맛보았다. 그런데 두 팔이 없는 분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놀라고 또 놀랐다고 한다. 인터넷을 뒤져봤더니 의수에 갈고리를 달고 그 갈고리에 붓을 끼워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었다. 22,000볼트 전기 감전으로 12번 수술 후 두 팔을 잃게 되었을 때, 이분의 아내는 이렇게 되었으니 살림은 내게 맡기고 당신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아라고 했단다. 대단한 두 부부 이야기다.





마티스는 말년에 시력이 손상되어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되자 색종이로 오려 붙여 작품을 완성했다. 신체의 비율이 영 맞지 않는데도 이상하지 않고 날아오르는 듯, 떨어지는 듯 참 자유롭다. 요하네스 페르메이르가 그린 대부분 그림은 일상의 평범한 것을 소재로 하고 대상도 낮은 신분의 서민들이다. 그림 창문 하나가 깨진 것이 눈에 들어온다. 그 깨진 창문으로 빛이 더 선명하게 쏟아져 들어오며 깨진 창문도 한 역할을 한다.

 

<울고 있는 노인>이라는 제목의 고흐 그림은 생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는 노인, 남은 것, 곁에 남은 사람 하나 없이 혹은 버림받고 요양시설에서 타인의 도움으로 연명하는 한 노인의 절절한 울음이 그림에서 배어 나오는 듯하다. 고흐는 생명의 마지막을 향해가는 모든 것을 잃고, 상처 속에 우는 노인 안에서 그리스도의 생명과 불꽃을 발견한 것이다.

 

고야는 스페인의 유명한 궁정화가였다. 도금공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야심만만한 인물로 최고의 궁정화가다. 40세가 되었을 때 앓은 병으로 소리를 잃어버리자 또 다른 세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묶여 있는 노예>라는 제목으로 미켈란젤로의 중반기에 속하는 작품이다. 미완성이라고 보는 작품인데 사실 젊은 석수 3명이 3시간에 걸쳐 해낼 양을 혼자서 단 15분 만에 단단한 돌을 자신이 원하는 형상대로 쪼아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일리아 레핀의 작품은 저자가 처음 그림을 접했을 때의 막막함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그림의 4분의 1은 차지할 듯한 황토 바닥 공간은 인간이 그어놓은 차별의 영역이다. 실제 현실에서 종교가 하느님 사랑을 전하지는 못할망정 이런 악역만은 아니길 간절히 기도하게 한다. 그림을 본다는 것은 먼저 그 그림을 그린 사람의 마음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기도 하다. 고흐의 그림 중 드물게 따뜻한 느낌이 드는 그림인데 침대에 들어가 누워 쉬고 싶은 느낌이 든다.

 

한 사람의 생을 훑어보는 일은 그가 누구든, 어떤 삶을 살았든 언제나 장엄함이 동반된다. 틴토레토라는 16세기 이탈리아 화가의 2점의 자화상이다. 하나는 혈기 왕성한 젊은 시절, 다른 하나는 황혼이 아름답게 물들어가는 노년이다. <마지막 길>도 함께라면 덜 적막할 것 같다고 말한다. 로마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그린 유명한 <천지창조>, 제단 위에 그린 <최후의 심판>을 책에서 만나보니 미켈란젤로의 열정과 노고에 대해 고개가 숙여진다.

 

저자에게 그림 읽기는 기도행위와 일치하고 구도자의 길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창을 두드리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한다. 온전한 자기 자신을 만나게 해주는 치유와 위로의 그림 읽기, 이 책을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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