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집 - 대한제국 마지막 황족의 비사
권비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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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독자가 사랑한 [덕혜옹주] 작가가 또 다른 대한제국의 이야기를 펴냈다. [잃어버린 집]은 덕혜옹주의 오빠이자 마지막 황태자 이은과 그의 아들 이구의 아픈 생을 담았다. 덕혜옹주 영화를 보고 가슴 먹먹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소설은 조선의 황세자 이은과 일본 나시모토 왕녀 마사코는 정략결혼을 하였다. 천황의 명을 거역할 수 없는 일이고 영왕과의 결혼은 두 나라를 위한 일이었다. 마사코가 본 이은은 군인다운 면모를 보여주었고 눈빛이 따뜻한 외로운 청년이었다.

 

고종이 승하하시고 약혼하고 4년 만에 결혼이 이루어졌다. 마사코는 조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조선을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풍습을 알아가는 것도 재미있었다. 왕자를 낳았고 진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조선으로 간지 얼마 되지 않아 죽게 되었다. 이왕가의 혈통을 끊으려는 음모이거나 이은과 혼사가 오갔던 민갑완 측의 원한이 아닐까 소문이 돌았다. 마사코는 가기 싫었던 조선에서 아들을 잃은 슬픔은 가슴속에만 잠재워야 했다.

 

1923년 관동대지진을 겪었다. 일본인들에게 죽임을 당하는 조선인의 숫자가 늘어났다. 이은의 일본인에 대한 분노는 걷잡을 수 없었다. 두 번이나 청년을 숨겨주기도 하였다. 다이쇼 천황이 죽자 쇼와시대가 열렸지만 조선은 그렇지 못했기에 이은은 일본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유럽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고 마사코는 이탈리아가 가보고 싶다고 했다. 여행은 일본 생활보다는 자유롭고 편안했지만 감시의 눈길은 여전했다. 이은의 머릿속은 온통 조선 독립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진 왕자를 잃은 후 10년 만에 이구가 태어났다. 이구는 아카사카 저택에서 생활을 하였는데 어릴 때 아버지는 집에서 가장 크고 넓은 방을 수리하셨다고 회상했다. 이은은 열한 살 나이에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일본으로 왔던 것처럼 구를 미국으로 유학을 보냈다. 후회 없이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거라. 책임과 의지를 가지고 네 뜻을 펼쳐라고 했다.

 

세상은 늘 풍파로 출렁거렸다. 한국전쟁이 나서 덕혜옹주가 마츠자와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있었고 사촌 형 이우는 원자 폭탄에 맞아 죽었다. 일본도 이은을 버렸다. 패전 이후 화족 제도를 없애고 재산을 환수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가. 이 대통령은 도쿄에 있는 이은의 저택이 국유이므로 반환하라고 독촉했지만, 아카사카 저택은 사유 재산이므로 몰수는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이은은 결국 아카사카 저택을 헐값으로 팔게 되었다. 지킬 수 없는 것은 조국만이 아니었고, 저택도 지켜낼 수 없었던 집. ‘사라진 집’. ‘잃어버린 집이었다.

 

유은애와 오정수는 같이 미국으로 유학을 왔다. 은애가 이구를 좋아했던 것 같은데 이구는 미국에서 줄리아 멀록을 만난다. 식사를 같이 하고 건축과 예술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우리 가족은 이미 다국적이다. 줄리아도 우크라이나 여자이고, 어머니도 일본 여자다. 1963년 처음으로 방문한 조국은 그들를 환영했다. 줄리아는 낙선재에서 천진스럽게 말을 했다. 나는 이곳에서 살고 싶어요.

 

이구는 교수로 부임했으며 종친의 역할과 건축 관련 사업 등으로 바빴다. 줄리아는 아이를 갖기를 원했지만 대를 잇지 못한다는 이유로 종친들은 줄리아와의 이별을 종용했다. 외로운 외국 생활에서 빛을 준 여인을 내치다니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줄리아는 옷 만드는 일을 하면서 은숙이라는 아이를 입양했다. 이구와의 사이는 벌어졌고 줄리아는 떠나기로 했다. 줄리아와 이혼 후 아리타 키누코와 재혼하였다. 마사코의 앞에만 나타나는 아리사의 존재는 신비롭다. 사랑은 상처도 껴안는다고 했다.

 

영친왕 이은과 마사코 부부가 거주하던 아카사카 저택이 궁금했는데 현재는 호텔로 바뀌었다. 이구는 아카사카 저택이 내려다보이는 호텔의 한 방에서 죽었다는 사실이다. 일본에서 죽었지만, 낙선재 마루에 빈청이 차려졌다. 대한제국 황족에 대한 예의상 그렇게 했으리라. 죽은 자에 대한 마지막 예우로. 마음이 씁쓸하다.

 

줄리아는 아이 외에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은 그림이었다. 꿈에서도 그리운 낙선재는 그곳이 줄리아에게 감옥이었다 해도 행복했던 공간이었다. 그녀의 편지에는 당신(이구)이 늘 존경하고 그리워했던 르 코르뷔지에처럼 땅 위에 멋진 집을 짓자고 한다. 대한제국의 비극, 마사코에 이어 줄리아의 비애, 그들의 사랑이 안타깝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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