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의 용이 울 때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2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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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이야기 여섯 번째 책인 <땅속의 용이 울 때> 땅속의 용이라는 제목의 정체는 하찮아 보이는 흙 속의 지렁이다. 60년을 이어온 이어령 선생님의 한국문화 대탐사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다. 시리즈 가운데에서도 또 다른 특별함이 있는데 한국문화론의 효시인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를 직접적으로 수정 보완하였기 때문이다. 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한국인이란 누구일까. ‘한국적이란 무슨 의미일까를 일깨워주는 듯 하다.

 

다윈은 오랜 여행으로 약해진 몸을 요양하기 위해 시골로 내려왔는데 다음해부터 지렁이 연구를 시작한다. 지렁이가 생명이 살아가는 흙을 만든다는 사실을 눈치챘던 것이다. 지렁이가 한 해에 얼마나 많은 흙을 만드는지 계측할 수 있는데 다윈은 40년간 그 지렁이 관찰을 했다.

 

저자는 지렁이 울음소리를 들어보았다고 했다. 2015년 무렵 강연을 할 때였는데 한밤중에 땅에서 들리는 소리를 녹음해서 거리로 나가 사람들에게 무작위로 들려주고 어떤 소리 같으냐고 물은 적이 있다. 윙윙~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읭~~ 하는 것 같기도 한 소리는 지렁이 울음소리였다.

 

<흙 속에 저 바람 속에>의 서문에 나오는 노부부 이야기는 실화이다. 아리랑은 지역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전해 내려온다. 정선, 밀양, 진도의 아리랑을 3대 아리랑이라고 하는데 우리 민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노래로 생활 현장인 들과 논에서 불리던 흙의 노래이다. 여느 다른 노래와는 달리 원형대로 있지 않아 민중의 공감력이 형성될 때마다 노랫말이 바뀌어 왔다. 두 노인이 손을 부여잡고, 또 그 보따리를 들고 있는 시골 장터 풍경을 보고 천년을 살아온 내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뒷모습을 만난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들의 쫓겨 가던 뒷 모습, 우리 역사 속에서 허둥지둥 가축처럼 쫓겨 간 한민족의 이야기를 하자고 생각했던 책이 <흙 속에 저 바람 속에>이다.

 

시골에서 자랐는데, 기차를 타고 고향에 도착했던 사람들은 모두 늑대와 같았다. 일본인들이었고, 조선인 아이들에게는 형을 어머니를 누이를 능욕한 짐승 같은 사람들이다. 기차에 대한 감정이 좋을 수가 없었고 기차를 타고 가는 조선인들은 죄다 고향을 떠나거나 고향을 잃은 사람들이었다.

 

지금도 늘 한국 사람이 자랑할 것이 별로 없다고 말한다. 세계적으로 우리보다 잘사는 나라들이 얼마나 많은가. 국민소득으로 따져도 잘 해봐야 우리는 세계 10위에서 13위를 왔다갔다 하니까 우리보다 잘사는 나라들이 10개 나라도 넘는다. 그러나 우리는 남의 민족 눈에서 피눈물 나게 하고 가슴에 못질한 적도 없고 남을 침해하지 않은 민족 가운데 우리만큼 사는 민족이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한다. 우리 역사가 밟은 자의 역사가 아니라 밟힌 자의 역사이다. 그러므로 영웅이 생겨나고 지도자가 있어온 것이 아니겠는가?

 

선생님은 일제 시대에 초등학교를 다녔고, 초등학교 6학년 때 해방을 맞았다. 그 시대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고 23~24, 대학 4학년 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 평생을 글을 썼다. 잘나거나 지식이 특별히 많아 강연하고 글 쓴 게 아니라 해방 이후 70여 년간 다양한 시대상을 직접 경험하면서 그 경험을 글로 꾸준히 옮긴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갓길 표시또는 갓길 없음표시가 나오는 걸 보게 될 것인데 저자가 만든 말이다. 그래서 별명이 갓길 장관이 되었다. 문화부 장관 하면서 뭘 했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별로 한 일이 없는데 고속도로 타고 가다 보면 , 내가 그래도 이름 하나는 바꿨구나싶단다.

 

부엌에서 가장 천한 것이지만 또 가장 요긴한 것이 부지깽이다. 부지깽이는 무엇이나 될 수 있어서 아무 나뭇가지나 하나 꺾으면 다 부지깽이로 쓸 수 있다. ‘부뚜막 위 부지깽이가 돼라라는 말이 얼마나 소중한 말인가. 그런 농담 있는데 홍도야 울지 마라를 한마디로 줄이면 !’이 된다는 그것과 마찬가지 말이다.

 

1998년부터 동아제약이 주최한 대학생 국토 대장정 행사의 고문을 맡은 적이 있었다. 임진각까지 20일 동안 걷는데 남녀 학생들의 새까맣게 그을린 모습을 보았다. 죽어서 다 흙이 되는데 나보다 앞서서 죽어간 그 사람들의 피가 내 속으로 들어온다. 신토불이라는 말을 할 때 저 흙이 내 몸이고 저 바람이 내 영혼이 되는 것이다. 대장정을 끝내고 마지막 들어오는 장면은 참 감동적이었단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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