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루쉰의 유물이다 - 주안전
차오리화 지음, 김민정 옮김 / 파람북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중국의 대문호 루쉰의 그늘 속에 방치됐던 본처 주안의 비통하고 적막한 삶을 이야기한다. 저자 차오리화는 평생 루쉰의 그늘에 가려져 살아야 했던 주안의 내밀한 삶, 그녀의 쓸쓸한 결혼생활을 시종 담담하면서도 세세하게 풀어냈다.

 

주안은 저우 씨 집안에 시집간 후 37년 동안 몸과 마음을 다해 시어머니를 모셨으며, 아침저녁으로 문안 인사를 드리는 것 외에 집안일을 돌보아야 했다. 주안은 구시대의 평범한 인물인 그녀가 신문화운동의 선봉적인 인물이었던 루쉰 집안에 시집을 갔기에 세간의 특별한 관심을 받게 되었다.

 

개정판 서문에서 메일과 독자들의 피드백을 꾸준히 받았고 여성의 입장에 서서 주안이라는 구식 여성에게 깊은 동정을 보내며 탄식하고 안타까워했다. 가정주부였던 주안은 루쉰의 사후에야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고 하니 적막한 세상 고독한 사람이라고 평한다.

 

루쉰의 혼사는 어머니 루뤠이가 책임지고 도맡았다. 당시 주안의 나이가 많은 편이지만, 루뤠이는 주안이 온순하고 예의가 바라서 나이를 따지지 않았다고 본다. 그러나 주가 사람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양보를 많이 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루쉰 집안의 조건은 형편없었으며, 루쉰은 막다른 지경에 이르러 난징으로 신학문을 공부하러 간 것으로 보였다.

 

사오싱에는 예로부터 딸은 스물여섯을 넘겨서까지 데리고 있지 않는다라는 규율이 있었는데, 주안은 이미 28세가 되어버렸다. 루 부인의 회고에 따르면, 루쉰은 일본에서 편지를 써서 주 씨 집안 처녀에게 전족을 풀라고 요구했다. 주안 아가씨를 아내로 맞아야 하는 것은 좋은데, 두 가지 조건이 있다. 하나는 전족을 풀어야 하고, 둘은 학당에 다녀야 한다. 주 씨 집안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각자 살아서 부부 같지 않았다. 사실 주안이 생과부와 다를 바 없이 지내는 나날도 분명 힘들었을 것이고, 오늘날 우리는 그녀의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없으며, 어떤 방식으로 마음속 번민을 해소했는지도 알지 못한다. 몇몇 지인들의 회상에서 주안이 베이징에 있을 때 한가해지면 말없이 혼자서 물담배를 피우곤 했음을 알 수 있다.

 

루쉰은 쑨푸위안에게 사석에서 구식 부인에 대해 자주 불평했던 것 같다. 주안의 요리 솜씨는 상당히 훌륭했다. 집에 손님이 올 때도 주안은 정성을 다해 대접했다. 주안은 남편을 잘 섬기고 시어머니께 효도하면 언젠가는 상대방이 과거의 잘못을 깨닫고 돌아올 거라는 환상을 품고 있었다.

 

주안의 생각과는 달리 루쉰은 쉬광핑과 함께 떠났다. 두 사람이 상하이에서 동거한다는 사실도 둘째 마님이 알려주었다. 베이징에서 주안의 곁에는 속마음을 털어놓을 만한 사람이 거의 없었으며, 아무도 마음속 번민을 풀어줄 수 없음을 짐작할 수 있다.

 

1936, 루쉰은 상하이에서 5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임종을 지킨 사람은 쉬광핑, 저우젠런과 일본 간 호부뿐이었다. 루쉰의 죽음은 고부 두 사람 모두에게 큰 충격이었다. 오랜 세월 외부와 거의 단절된 세상에서 살아온 주안의 슬픈 표정은 조문객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신문에 처음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루쉰이 사망한 해에 쉬광핑은 서른여덟이었고 아들 하이잉은 일곱 살이었다.

 

루뤠이는 죽기 전에 자신에게 매달 주던 용돈을 자신이 죽은 후에도 평생 자신을 모신 며느리에게 계속 지급하라고 저우쭤런에게 신신당부했다. 주안에게도 그녀의 돈이니 꼭 받으라고 당부했다. 가끔은 쉬광핑이 주안에게 생활비를 부쳐주었는데 두 차례에 걸쳐 보내주신 60만 원은 진작에 받아서 쌀과 밀가루, 석탄 사는데 썼네. 나는 돈을 벌 능력이 없으니 최대한 아껴 써야지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20년이 흘러 루쉰이 떠난 지 10주기가 되었을 때, 백발이 성성한 두 여인은 라일락 나무가 하늘거리는 정원에서 재회했다. 감회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그녀들의 최후의 만남이었다.루쉰 부인 주안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기자는 다음과 같이 그녀의 일생을 탄식했다. “주 부인은 쓸쓸하게 살다가 쓸쓸하게 죽었다. 쓸쓸한 세상에 이렇게 쓸쓸한 사람이 하나 사라졌다.”

 

루쉰은 중국의 위대한 문호이자 사상가, 문화 투사, 청년들의 스승이라고 존경을 받으며 살았으면서 구식 여성이고 배움이 없다는 이유로 방치되었던 부인 주안의 일생이 너무 비참하고 암담했을 것을 생각하니 같은 여성으로서 마음이 아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