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일기도 에세이가 될 수 있습니다 - 끌리는 이야기를 만드는 글쓰기 기술
도제희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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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에 끌렸다. 내 이야기도 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해본 적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한 편의 에세이를 써보려 할 땐 무엇을 어떻게 어디서부터 써야 할지 막막하다. 한 편의 완결된 글을 쓰는 건 늘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저자는 현직 편집자이자 에세이를 출간하기도 하였고 에세이 쓰기의 방법과 노하우를 담았다.

 

저자는 글이란 그냥 쓰면 된다고 생각했다. 작법서가 매우 많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놀랐단다. 좋은 에세이의 특징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짚어보고 그것을 자신의 글에 반영하도록 돕는다.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장 마다 주제에 맞게 직접 써보는 실습란이 있고, 다 읽고 따라서 쓰고 나면 한 편의 에세이가 완성된다는 것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은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하고도 숲속 오두막에서 살면서 육체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간 저자의 이야기에 사회과학적 관점을 더한 에세이다. 경수필이 가벼운 소재를 다룬다고 해서 메시지가 가볍지 않은 법이다. 독자는 저마다 취향에 따라 선택해 읽을 따름이지, 무엇이 더 고급 문학이다 아니다 할 수는 없다.

 

저자는 첫 에세이를 출간하고 받은 질문 중 기억에 남는 건 그렇게 솔직하게 써도 괜찮으냐는 거였다. 버지니아 울프의 표현대로, 마음속에 떠오른 것을 그대로 공중에 내보인 셈이다. 좋은 에세이의 관건은 솔직함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멋스러운 말로 하자면 진솔함이다. 솔직하다는 건 자기 이야기를 용기 있게 드러낸다는 뜻이다. 에세이란 바로 그것을 꺼내서 타인에게 공개하는 글인 것처럼 솔직한 글이 호소되는 이유는 아마도 에세이스트 이반지하의 말대로 자신의 내면에 깊이 있게 몰입하면 그것은 보편에 닿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진솔한 글이 독자의 마음을 움직인다고 해서 한도 끝도 없이 솔직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독자가 궁금해하지 않을 내용까지 모두 끄집어내 글에 반영하면 주제를 약화하기도 하고, 지루해지고, 호감을 잃는 포인트가 된다. 그러니까 지나친 솔직함은 무리를 일으킬 수도 있다. 글을 타인에게 공개할 경우엔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솔직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책을 사람에 비유하면 표지는 옷이나 머리 모양, 메이크업 같은 외양이 될 테고, 안에 실린 내용은 생각이 될 테고, 제목은 이름이 될 것이다. 만약 그 글이 책에 담기지 않고 한 편의 글뿐이라면 제목은 더욱 중요해진다.

 

글을 쓰는 작가에게 표현력이 뛰어나다고 한다면 어떤 의미일까? 사용 어휘가 풍성하고, 문장 연결에 리듬감이 있으며, 참신한 비유가 있어 글의 메시지가 인상적으로 가닿는다는 뜻이다. 독자는 여러곳에 밑줄을 치고, 다 읽고 난 뒤에도 오랫동안 그 글을 기억한다.

 

글에서 첫 문장이 중요하다. 상식적으로 당연히 첫 문장과 첫 문단이 중요할 텐데 급한 성격 못 버리고 어서 본론을 쓰고 싶어서 안달이 나곤 했다. 다만 처음부터 첫 문장과 첫 문단에 너무 신경을 쓸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첫 문장과 첫 문단에 지나치게 신경 쓰다 보면, 시작 자체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끝 문장을 인상적으로 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많이 쓰이는 방식에는 수미상관이 있다. 첫 문장과 호응하는 문장을 넣어서 큰 인상을 남기는 것이다.

 

타인의 평이란 글쓴이 입장에서는 야누스 같은 존재이다. 한쪽에는 기대심이 다른 한쪽에는 긴장감이나 반감이 드리워 있다. 내 글을 가장 많이 읽은 사람은 그래도 나이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를 가장 정확하게 아는 사람도 자기 자신이다. 글을 쓰면서 확신을 얻은 포인트가 있다면, 설령 그에 대해 안 좋은 지적을 받아도 고수하는 지은이만의 뚝심이 필요하다.

 

아직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에게 가장 손쉬운 글쓰기는 일기이다. 처음에는 단순 사실 나열도 괜찮다. 무슨 일을 했고, 어떤 일이 있었고, 이런 기분이었다 정도로만 써도 괜찮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기록하다 보면 어느 날은 그날의 일을 좀 더 상세히 기록하게 되고, 거기에 감정을 싣게 되고, 결국 자신의 생각까지 정리하게 된다.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많이 즐거웠다. 작법서, 특히 에세이 작법서를 쓰리라곤 예상해본 적이 없기에 뭔가 인생의 새로운 문을 열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많이 배웠다고 한다. 세상은 넓고 좋은 에세이도 많아서 참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하는 끝말이 신선하고 좋다. 나의 이야기를 쓰는 날까지 열심히 독서하고 글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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