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진술서 - 나를 바로 세우는 이별의 기술
김원 지음 / 파람북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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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바로 세우는 이별의 기술, 결혼진술서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결혼진술서정식 명칭은 결혼생활진술서로 부부가 이혼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출하는 양식으로, 결혼생활에 대해 진술한 내용을 문서로 기재하는 것이다.

 

왜 이혼하셨어요?

글쎄요. 결혼했으니까 이혼도 할 수 있었겠죠?

결혼생활 중일 때는 왜 결혼했어요?”란 질문은 거의 없고 어떻게 만났느냐거나 어떻게 결혼했냐는 식이었다. 정작 왜 결혼했는지 이유를 따져본 건 이혼을 결심한 후였다. ‘어떻게가 중요해지는 것은 헤어질 때고, ‘가 중요한 것은 결혼할 때다. 결혼진술서는 이 두 질문을 바탕으로 쓰였다고 한다.

 

변호사 사무실을 처음 방문하던 순간 결혼진술서를 써오라고 하였다. 두달 동안 매일 공공도서관에 가서 작성했다. 백 가지가 넘는 살기 싫은 이유가 작성됐다. 변론이든 반박문이든 1차적으로는 반드시 소송 당사자가 검토하고 작성해야 한다. 변호사에게 의뢰인의 결혼진술서는 변론을 쓰게 할 유일한 자료다.

 

우리나라에서 공개된 관련 문서는 1934년 나혜석의 이혼 고백장이 유일하다. 이혼 승인은 국가의 일이기 때문에 빚어지는 충돌이다. 이혼은 전적으로 제도의 문제다. 법적으로 인정된 혼인관계를 해소하려면 마찬가지로 법적 승인이 뒤따라야 한다. 힘들고 버거운 일상이지만 갈등으로 살아야 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수시로 마음을 다독였다.

 

나혜석은 1934년 잡지 <삼천리>이혼 고백장이혼 고백서8월과 9월에 걸쳐 기고한 바 있다. 이혼조건과 절차를 지키라는 것이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내 결혼의 원점이 어디였는지 생각했다. 우리나라 이혼은 유책주의에서 점차 파탄주의로 가고 있다.

 

인간관계를 바꾸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고 한다. 상황을 바꾸거나 상대방을 바꾸거나 나를 바꾸는 것이다.p166

 

13년 전, 제출한 결혼진술서가 해서는 안 되는 결혼이었다로 시작된다는 점에서 여전히 씁쓸하다. 결혼진술서를 쓰고 변론을 제출한 후에도, 반박문이 두어 차례 오가는 과정이 뒤따른다. 연애 중인 분들에게도 연애진술서 형태의 글을 한 번이라도 작성해보라고 한다.

 

막상 결혼하고 나면 시작과 동시에 원망이 시작되는 사이가 있다. 저자의 경우 둘째가 다리와 이마를 다친 것을 시부모는 자격 없는 에미로 몰아갔다. 남편은 죄의식을 강요했다. 별거 후 남편은 아이들의 성장 과정과 심리 등에 관심이 부족했다. 아내는 4분의 1 몫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자식을 키울 때 만 먹이면 되던 시대가 아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아이들은 처음부터 아무 꿈도 안 가지려 들 수도 있으니 아이를 맡은 쪽의 부모가 우선 똑바로 서야 한다.

 

격렬한 부부싸움 뒤에 가정폭력이라 부를 만한 일이 일어난다면, 반드시 병원에 가서 사진을 찍고 상해진단서를 남겨야 한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세 번쯤 방문했고 곽배희 소장을 두 번 만나 직접 상담을 받았다. “결혼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 돼 있으셨군요. 양쪽이 다.” 이야기를 듣는 순간 눈물이 흘렀다.

 

자기반성은 처절하게 해야 한다. 모든 과정을 일일이 적어야 한다. 가장 신경이 곤두설 때, 둔감력이 구하도록 내버려두라고 한다. 재판에 임할 때 반드시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러려면 운동해야 산다. 하루 만 보 걷기라도 꼭 실천해야 한다. 생각이 엉키기 시작하면, 입은 옷 그대로 밖으로 나와서 무조건 30분 이상 걷기를 권한다.

 

상대방을 탓하거나 결혼생활을 분석하기 전에 스스로부터 해부해야 한다. 폭로의 대상은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다. 폭로가 망신만 불러올까 걱정이 앞서서 글을 쓰기 두렵게도 만든다. 글에도 태도가 있는데 상대방을 비난하고 몰아세움으로써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태도는 오히려 감점요인이 된다. 현재 자신이 할 일을 최선을 다해 수행함으로써 미래에 대한 신뢰감을 주는 것이 가장 좋은 태도다.

 

누군가와 헤어지려면, 먼저 그동안의 자기 자신과 헤어져야 한다. 자기객관화만이 살길이다. 이 책은 이혼을 장려하는 것이 아니다. 결혼을 앞둔 사람들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일러주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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