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수를 놓는 마당에 시를 걸었다
공상균 지음 / 나비클럽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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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농부가 가슴 설레며 간직한 서른 편의 시와 저자의 미발표 시도 함께 실은 이 책은 제목처럼 따뜻한 위로를 받는다. 딸래미가 선물로 받았다는 책을 내가 먼저 읽어보았다. 나태주 시인의 추천글대로 읽기를 참 잘했다.

 

세상이란, 세상의 일이란 늘 의외가 있고 횡재가 있고 또 그 속에 즐거움과 우연과 발견과 사랑이 있게 마련이다. 이 사람. 이 책의 저자 이 사람. 모르겠다.(중략) 삶이나 생활이거나 소망을 넘어선 일생이다. 그렇다. 이 사람의 글 속에는 이 사람의 일생이 넘실거린다. <추천의 글 나태주>

 

농부였던 저자는 아들이 대학교에 들어가던 해, 아내의 권유로 공부를 했다. 문예창작학과에 대학생이 되고, 아들보다 한 살 어린 동기들과 4년 동안 시를 배우고 소설을 읽었다. 아버지는 고등과라도 마쳐야 한다고 했지만 스스로 벌어 공부하겠다며 부산행 기차에 오르던 날, 아버지는 십 리나 되는 눈길을 걸어 역까지 배웅을 해주셨다. 그 발걸음이 아버지 평생에 자식 못 가르친 한으로 남을 줄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고 오십이 되어서야 지킬 수 있어 이제는 그 짐을 내려놓으시라 말씀드리고 싶다. 저자의 글쓰기 바탕에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짙게 깔려 있는 것 같다.

 

삶의 어떤 순간이 리듬이 되려면 참으로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삶이 깊어질수록 리듬은 아름다워지기 마련이다.p83

 

산청에서 시골 생활을 시작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태어났고 이웃이 없으니 네 식구가 유일한 친구였다. 아들이 결혼을 하고 며느리가 단둘이 여행을 보내주었다. 아들이 중학생일 때부터 육년 동안 열두 번의 여행을 하였고 아들이 대학을 들어가면서 가족 여행으로 바뀌었다.아내가 자장가를 불러달라고 하는데 <대지의 항구>를 불러주었다. 열일곱 소년이 고향이 그리울 때 부르는 노래여서 평생 입에서 떠나지 않는 가락이 되었다.

 

무전여행하면서 그 댁 아들과 친구가 되기도 하였고, 교회 옆 작은 건물에 딸린 방에서 하룻밤을 자고 아침까지 얻어 먹고 나오는데 할아버지께서 오천원짜리 지폐 한 장을 건네주셨다. 그 후로 저자는 차를 운전하고 가다가 혼자 배낭을 지고 걸어가는 청년을 만나면 꼭 차를 세우고 국밥이라도 사먹으라고 만원짜리 두세 장을 손에 쥐여준다.

 

가끔은 오랜만에 만난 누군가가 내가 등져온 다른 세상을 궁금하게 만들기도 한다. 또 때로는 농사나 다른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낙담하는 마음이 올라올 때 불쑥 나타난 어떤 이에게서 세상살이의 희망을 배우고 크게 마음이 열리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아내의 등 떠밀려 대학에 입학하여 공부를 하였지만 등단도 못하고 있어 아내에게 마음의 빚을 진 채 살아간다. 그래도 여전히 붙잡고 있는 것은 시 읽기이다. 일주일에 대략 열 권 정도 시집을 읽으며 마음에 드는 시를 공책에 옮겨 쓰고 있다. 책 오천여 권을 책장에 꽂아놓고 도서관이라고 이름을 붙여놓았으나 부끄럽지 않다고 한다. 도서관을 열겠다는 꿈과 함께 저자가 꾸는 꿈이 몇 가지 더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동화를 쓰는 것이다.

 

저자가 운영하는 토담농가2003년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고사리와 매실을 팔기 위해서였지만 고객들과 소통을 많이 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다. 민박을 소개하라는 페이지를 넣었고 예약 문의가 이어진 것이다. 화장실과 주방을 실내에 넣지 않아 편리하지 않지만 고요와 평화를 맛 보고 싶으신 분들이 오셨으면 좋겠다고 한다. 황토방에 들어서면 은은하게 풍기는 소나무향에 감탄했다.

 

삼십 년을 농촌에서 살아보니 청년들이 창업할 아이템이 곳곳에 보인다. 농촌은 청년들에게 블루오션이다. 농사, 가공, 유통을 해도 좋고 아니면 농가 카페나 식당을 해도 괜찮다. 청년들이 농사 지으며 흘리는 땀 배인 이야기는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매력적인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한다. 농사일이나 글쓰기는 애인의 마음을 얻으려는 노력보다 훨씬 더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말은 감동이다. 저자가 운영하는 토담농가를 가보고 싶을 만큼 시 읽는 농부의 사람냄새 나는 인생 이야기,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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