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 가성비의 시대가 불러온 콘텐츠 트렌드의 거대한 변화
이나다 도요시 지음, 황미숙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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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고? 제목을 보고 의아했지만 책을 읽으면서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은 편집자이고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이나다 도요시는 왜 요즘 세대는 영화나 영상을 빨리 감기로 재생하면서 보는가라는 의문을 가지고 취재를 시작하여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의 출현이 시사하는 무서운 미래]라는 칼럼을 세상에 내놓았다.

 

저자는 출판사에서 DVD 관련 잡지 편집부에 몸담고 있던 시절, 매달 수많은 비디오 샘플을 봐야 했다. 2시간짜리 영화를 세 편이나 봐야 하는 날이 셀 수 없이 많았는데 이때 빨리 감기의 효과를 맛보았다. 대화가 없는 장면이나 풍경 묘사는 건너뛰면서 보았다. 빨기 감기로 한 번 시청했던 작품을 다시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느낌이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영상 작품은 시정자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느냐에 따라 콘텐츠로 불리기도 하고, ‘작품으로 불리기도 한다. 시청자는 영상 작품을 소비할 수도 있고 감상할 수도 있다. 좋아하는 배우를 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그(그녀)가 나오지 않는 장면은 건너뛴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영상을 볼 땐 내 마음대로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재미나 편안함을 추구한다.

 

처음으로 패스트무비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한 여성은 중학생인 아들이 몰아보기영상만 본다며 탄식했다. 아들은 패스트무비 사이트에서 작품을 찾고 거기서 알게 된 작품을 정규 배급 서비스로 몇 번이고 반복적으로 본다. 그에게 마트의 시식 코너 같은 존재였다. 그들은 본편이 길어서, 전체를 보기 귀찮아서가 아니라 이 또한 하나의 장르로 즐긴다라고 했다.

 

예술 감상 감상 모드

오락 소비 정보 수집 모드

정보 수집 모드는 서점에 서서 책을 스르륵 넘겨보는 행위에 가깝다. 서점에서 눈에 띄는 책의 목차만 읽고 본문은 대충 넘겨보며 수십 권을 심사한 후 꼭 읽고 싶은 책만 산다. 그렇게 구입한 책은 건너뛰지 않고 천천히 읽은 뒤 책꽂이에 잘 정리해두고 때때로 다시 읽어본다.p58~59

 

빨리 감기에 적극적인 이들은 보고 싶은 작품알고 싶은 작품을 명확히 구분한다는 사실을 이야기했다. 대충만 알아도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가 확연히 늘어나니까 가성비가 좋다고 한다. 다만 높은 가성비를 누릴 수 있는 건 그 콘텐츠가 화제에 오르는 동안만이다. 역시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한다. 작품이 유행할 때 봐두어야 비용 대비 효과가 크고 가성비가 좋다는 말이다.

 

밀레니얼 세대나 그 위 세대가 라이벌로 삼은 것은 교실이나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뿐이었지만 Z세대에게는 SNS에서 유명한 또래들이 모두 라이벌이 된다. 빨리 감기의 가장 큰 효능은 효율이다. 2시간짜리 작품을 1시간 만에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시간 가성비 지상주의 뒤에는 시간 낭비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즘 영화 예고편은 가장 멋진 장면을 아낌없이 보여주어 관객을 이끌기도 하고 하이라이트를 가장 먼저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늘어났다.

 

세상에는 자신과 완전히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하는 타자가 존재한다. 그 가치관에 동의할 필요는 없지만 존재만큼은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자기 생각을 보강해줄 이야기나 말을 찾고 그것만 강화하게 된다. 타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관점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추천하는 작품이라면 쉽게 좋은 평을 얻을 수 있다. 마음의 평안을 낳는다. , 다행이다. 보길 잘했다. 책에서 거듭 지적하는 다수가 좋아하는 것을 봐두면 안심할 수 있는심리 말이다.

 

빨리 감기나 건너뛰기가 의외로 많은 사람의 습관이 된 사실을 깨달은 것은 2020년 중반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가운데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수요가 급격히 확대되었다. 페이스북에서 각종 드라마에 관한 이야기가 올라오던 중에 빨리 감기나 건너뛰기를 하며 본다라는 사람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기사의 반향은 상당했다.

 

중년 세대의 젊은이 비판이라며 야유하는 의견도 일부 있었지만 그런 시선은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 우선 빨리 감기가 젊은 세대에게서 많이 볼 수 있는 습관이기는 하나 그들만의 습관은 아니기 때문이다. 방대한 영상 작품을 모두 감상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봐야 할 것은 넘쳐나는 콘텐츠를 빨리 감기로 보는 일은 20대 이하의 젊은 세대일수록 이런 현상을 보통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 <오징어 게임>30분 만에 몰아보는 현상이 뉴스에 나오기도 한다. 이 책으로 콘텐츠 트렌드의 거대한 변화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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