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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의 감각 - 삶의 감각을 깨우는 글쓰기 수업
앤 라모트 지음, 최재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9월
평점 :
[쓰기의 감각]은 미국의 수많은 작가 지망생에게 필독서이자 위로와 용기를 북돋는 인생 책으로 꼽힌다. 이 책은 저자가 오랫동안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들에게 들려준 이야기와 자전적 이야기를 토대로 썼다. 책을 읽은 후 나에게 ‘쓰기의 감각’이 생긴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저자는 책을 읽는 부모 밑에서 성장했고, 아버지는 집중하는 법을 가르쳤다. 아버지의 학생들은 샌 쿠엔틴 감옥의 창작 교실에 참여한 수감자들이었다. 아이였을 때 수감자(학생)들과 매일 조금씩이라도 종이에 쓰도록 가르쳤다. 또한 신문에 실린 아버지의 책에 대한 비평들을 읽으면서 자랐고 모든 것은 나중에 작가가 되고 싶다는 욕구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매일 책을 읽을 수 있었던 저자의 어린 시절이 부럽다.
글을 쓰려고 책상에 앉아 있다 보면, 때로는 골치가 아프거나 지겨울 때도 있고,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날도 있지만 그럴 수 없는 날도 있다. 성공한 작가들은 결코 이토록 지겹고 절망스러운 시간들을 겪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것도 환상이다.
훌륭한 작가가 되기 위해 기본적으로 많은 글을 써야 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쓰고 있는 주제에 그만큼 깊이 몰입하는 일도 필요하다. 꼭 복잡한 윤리 철학을 견지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작가는 언제나 어느 정도의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고, 인생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느낀 바를 전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매일 조금씩 글 쓰는 요령이 늘어 가면서, 캐릭터들이 인간 드라마를 연출하기를 원하기에 이르는데, 그 변화는 거의 자연 발생적인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뛰어난 소설을 읽을 때, 우리는 한쪽 눈은 영웅이나 선한 인물에게 두고, 다른 한쪽 눈으로는 멍하니 나쁜 인물을 바라본다. 아마 후자가 훨씬 더 재미있기 때문일 것이다. 플롯이 이 모든 캐릭터와 독자들을 컴컴한 숲속으로 끌고 들어가면, 우리는 거기서 모든 고난을 헤치고 그 플롯이라는 나침반으로 여자나 남자를 찾아낸다.
글쓰기는 결국 자신을 믿도록 스스로 최면을 걸어서 어떤 식으로든 글을 쓴 다음, 최면에서 깨어난 후 그 글을 냉정하게 검토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거기에는 수많은 실수가 있을 것이므로, 많은 부분을 제거하고 또 새로운 내용을 그만큼 더 써넣어야 할 것이다. 저자의 친구 테리가 말하기를 글쓰기든 다른 일에서든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도저히 알 수 없을 때는, 그냥 이걸 하든 저걸 하든 하라고, 이럴 때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해봐야 내가 끔찍한 실수를 저질러 버렸다는 것 정도니까, 결정은 올바른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저자는 직접적이고 감정적인 방식으로 글을 쓰려고 노력하라고 한다. 너무 미묘하거나 애매모호하게 쓰지 말고, 쓰려는 소재나 과거에 대해 너무 두려움을 갖지 마라. 내가 남의 눈에 어떻게 보이고,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에 너무 집착하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일을 두려워해야 한다. 글을 완성하지 못하는 일만 두려워하면 된다.
작가가 되려면 간혹 천진난만해져야 한다. 글쓰기는 고도의 세련미와 천진난만함의 결합이 필요하다. 그것은 정의가 아름답다는 믿음과 양심을 요구한다. 위대한 작품이 되기 위해서, 예술은 어딘가 지향점이 있어야 한다. 작가가 되는 것은 독자로서의 삶을 더욱 심오하게 바꾸어 놓을 수 있다. 사람들은 훨씬 더 깊이 있는 심미안과 집중력을 갖고 책을 읽게 된다. 글쓰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알고, 글을 쉽게 쓴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일인지를 알기 때문이다.
[쓰기의 감각]에서 저자는 유년 시절에 대해, 인생에서 열정적으로 세상에 흥미를 느꼈던 시절, 사물에 대해 깊은 감동을 느꼈을 때, 글을 써보라고 한다. 특히 유년 시절을 탐사하고 이해하는 일은 스스로에게 공감하는 능력을 줄 것이라고 강조하며 말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뭐라도 쓰는 삶을 살게 된다. 나만의 글쓰기를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