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이 된다면 - 닫힌 글문을 여는 도구를 찾아서
캐시 렌첸브링크 지음, 박은진 옮김 / 머스트리드북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글이 된다면]은 캐시 렌첸브링크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심리 에세이다. 책을 좋아하고 독서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내고 싶은 욕망이 있을 것이다. 자기 이야기를 글로 쓰는 것은 까다롭고 힘든 일이지만 보람 있고 자부심을 높이는 일이다. 저자는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남동생을 8년간 돌보다 결국 안락사를 택한 사연을 풀어낸 책 [안녕, 매튜]를 쓸 때 경험담을 포함하여 글쓰기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즐거움과 위안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을 읽고 글이 술술 잘 써질 거라는 장담은 못 하지만 당신이 글을 쓰려는 의도와 계기가 무엇이든 팔을 걷어 붙이고 돕는다는 말이 믿음이 갔고 현장에서 강의를 듣는 기분으로 읽는 내내 마음이 설레었다. 저자는 삶을 글로 옮길 때 속이 울렁거리거나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고 다섯 번째 책인데도 모든 감정에 휩싸여 있다고 한다. 정형화된 글쓰기 틀이 없어서 곤란한 점은 백지의 공포에 휩싸여 갈피를 못 잡고 어찌할 바를 모를 수 있다. 반면 유익한 점은 글쓰기에는 옳고 그른 방법이 없어서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다양한 방식으로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글쓰기에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하지만 부디 수익은 기대하지 않길 바란다. 이는 경마장에 가는 것과 비슷하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여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즐겁게 지낼 수 있으니 시간을 들여 글쓰기 교육을 받으라고 한다. 두려움을 떨쳐 내고, 괜찮다며 자신을 다독이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탐색할 수 있다. 모르는 것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견뎌내고, 삶을 종이 위에 옮기면서 자신을 파헤치다 보면 결국 독자를 떠올리고 등대에 불을 밝힐 때 더 좋은 글을 쓰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글쓰기는 굴 까는 칼로 가장 연한 속살을 에는 듯한 고통이 따른다. 우리는 과거를 들추며 밑바닥까지 훑어 흙탕물을 일으킨다. 한편으로는 그만두고 싶은 마음도 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단호한 의지로 가슴속에 파묻어둔 것을 끄집어낸다면 결국 자신에게 좋은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p33

 

가장 먼저 권하고 싶은 일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글쓰기를 연습하는 것이다. 달리기 전에 준비 운동을 하거나, 작곡을 하기 전에 피아노에 앉아 음계를 연주하는 것과 같다. 매일 글쓰기는 모닝 페이지, 낙서하기, 일기 쓰기 등 부르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불러도 좋다. 또한 매일 글쓰기는 지난날을 돌아보는 데도 아주 유용하다. 이런 습관은 우연히 익혔지만 지금은 나이 들면서 기억이 변하는 탓에 미래의 내게 줄 선물을 쟁여두기 위해 매일 글쓰기를 실천하고 있단다.

 

회고록은 개인의 일대기를 다룬 자서전이 아니므로 모든 사건을 빠짐없이 기록하지 않아도 된다. 삶의 한 단면 혹은 삶을 바라보는 렌즈다. 본질적인 진실, 다시 말해 단순히 사실과 날짜를 나열하는 것이 아닌 이야기의 정신과 핵심을 짚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진실은 오히려 회고록에 방해되기도 한다. 어떤 책보다 이 책이 독자를 직접적으로 끌어 들이고 있지만, 독자와 소통하고 싶은 욕구는 책을 쓴 원동력이자 나를 움직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우리는 늘 비교하고 절망한다. 세상에는 더 재미있는 삶을 살거나, 더 나은 육아를 실천하거나, 더 큰 공을 세우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많다. 트위터는 나를 질투하고 험담하고 초조하게 만든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공을 던지기 때문에 모두 받아서 공중에 띄울 수가 없다.

 

책을 쓰는 일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그 규모에 압도되어 한 단어 한 단어 써 내려가는 당연한 작업조차 할 수 없게 되는 것은 놀랄 만큼 쉽다. 저자도 글을 쓰고 싶어 하던 사람에서 책을 낸 사람으로 바뀐 비결은 시간을 쪼개는 방법을 배운 것이다. 우울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돌보는 일이지만 자신이 우울한 눈으로 프로젝트를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도 필요하다. 잠시 글쓰기를 중단해야 할 수 있다. 쓰고 있는 책들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우울함을 극복하고 나면 더 이상 모든 것을 싫어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런 충동을 억제하는 법을 배웠다.

 

부록에 매트 헤이그, 줄리아 새뮤얼 등 작가 37인의 조언들은 글을 잘 쓰고 싶어 하는 모든 사람에게 귀중한 지침이 될 것이다. 시간을 내서 글을 쓴 다음, 글쓰기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책을 읽는 것이다. 정혜윤 작가가 추천의 글을 썼듯이 이 책은 자기 이야기를 담은 회고록을 쓰고 싶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이고 나에게는 어느 글쓰기 책보다 친절하고 자세하게 이끌어 주는 감동적인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