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는 뇌, 망각하는 뇌 - 뇌인지과학이 밝힌 인류 생존의 열쇠 서가명강 시리즈 25
이인아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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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는 뇌, 망각하는 뇌]는 서가명강 시리즈 25번째 도서이다. 서가명강 도서는 항상 믿고 읽는다. 뇌인지과학이라는 낯선 개념을 즐겁게 공부할 수 있었고 [서가명강 유튜브]에서 출간 기념 무료 라이브 강연을 먼저 시청하고 책을 읽으니 이해가 잘 되었다. 치매,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 뇌의 학습과 관련된 우리 주변의 갖가지 이슈와 뉴스에서 다루고 있는 사례들에서 핵심이 무엇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뇌인지과학은 뇌과학과 인지과학의 합성어이다. 뇌가 학습한다는 것은 생명체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 때문에 우리는 학습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도 있지만 굉장히 협소한 의미의 학습이다. 경험한 것은 모두 뇌에 변화를 일으킨다. 그 변화는 기억되며 미래의 행동에 영향을 준다. 경험하지 않으면 뇌는 학습을 하지 않을까?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집에서 멍하게 누워 있는 것도 일종의 경험이기 때문에 생존해 있는 한 경험을 멈춘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고, 경험하는 뇌는 자동으로 학습한다.




생존의 법칙 중 가장 중요한 첫 번째는 해로운 것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팔라와 치타의 경우에서 어린 임팔라의 뇌가 경험적 학습이 미숙하기 때문에 위험 감지에 더디고 우왕좌왕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잡기 쉽다. 자연계에서 포식자와 피식자의 뇌는 서로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경쟁하고, 경쟁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비슷한 경쟁에 대한 경험적 학습이 얼마나 되어 있는가이다. 두 번째는 이로운 것을 적극 취하는 것이다. 이로운 것을 취하고자 하는 뇌의 속성은 에드워드 손다이크라는 심리학자가 20세기 후반에 고양이를 데리고 행동 실험을 하면서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일화기억이라는 종류의 기억과 이를 위한 학습에 대해 알아보는데 <메멘토>라는 영화의 주인공 레너드는 불운한 사고를 당해 뇌 손상을 입게 되는데, 아마도 뇌의 해마 및 해마와 관련된 영역에 손상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메멘토>는 우리 뇌의 해마가 담당하는 일상적 학습과 기억이 정상적으로 일어나지 못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매우 신랄하게 보여준다.




뇌세포는 다른 장기의 세포들과 상당히 모양과 기능도 달라서 뉴런이라고 부른다. 우리 뇌에는 거의 850~860억 개의 뉴런이 있다고 한다. 거의 1000억 개다. 세 개의 뉴런 중 특히 오른쪽의 두 뉴런은 마치 나무의 뿌리에 해당하는 밑 쪽의 가지가 서로 맞닿은 것처럼 보인다. 뉴런은 이 부분을 통해 서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맞닿은 것처럼 보이는 부분을 시냅스라 부른다.

 

기저핵은 우리 일상 생활에서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기억의 인출에 의존하는 행동들을 모두 가능하게 하는 고마운 뇌 영역이다. 이 기저핵에 문제가 생기는 뇌질환이 파킨슨병이다.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부드럽게 움직이지 못하고 손이나 몸을 계속 떠는 것이다.

 

치매는 학습과 기억, 사고, 인지 등 우리가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데 꼭 필요한 뇌의 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되는 현상을 지칭한다. 치매와 같이 뇌질환으로 이상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나이가 들면 다른 장기와 같이 우리 몸속 모든 부분의 기능이 젊을 때 비해 저하된다.




해마가 학습과 기억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본격적으로 연구를 처음 시작할 수 있게 한 사람은 헨리 몰레이슨(1926~2008)이다. 이 사람은 뇌인지과학을 연구한 연구자가 아니고 유명한 환자다. 몰레이슨이 죽기전까지 환자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HM이라는 영문 머리글자로 불렸다. 그는 일화기억의 장애로 인해 자신이 어떤 실험에 참여했는지 기억하지 못했지만, 학계의 발전을 위해 반복되는 실험에도 성실하게 참여하는 아주 모범적인 환자였다고 한다.

 

인간이 만든 모든 기술은 항상 이처럼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는 상반된 면이 있다. 기억을 조작하는 것은 인류에게 큰 도움을 줄 수도 있지만, 해롭게 쓰자면 한이 없다. 영화 속에 펼쳐진 미래가 우리에게 도래하기 전에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이유이다.

 

뇌의 학습과 기억의 원리를 완벽하게 아는 것은 공학적 기술로 구현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완전한 기억을 소유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이다. 윌리엄 제임스라는 심리학자가 했던 말을 잊지 말자. “잊어버리는 일은 기억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능력이며, 벌어진 모든 일을 기억하는 것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 같을 수 있다.”(p232) 책을 읽으며 기억이 인간다움을 만드는 비밀이라는 것이 흥미로웠다. 망각하는 것도 적응적 학습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도 새삼 깨닫는다.

 

본 리뷰는 21세기 북스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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