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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별클럽연대기 - 조용한 우리들의 인생 1963~2019
고원정 지음 / 파람북 / 2022년 7월
평점 :
이 책은 [최후의 계엄령],[빙벽]의 작가가 15년 만에 발표한 장편소설이다. 조용한 우리들의 인생 1963~2019 부제를 달고 있다. 저자는 [샛별 클럽 연대기]와 함께 [조용한 나의 인생] 이라는 시집을 펴냈고 공부와 메모를 계속했고, 등산, 산책 등으로 7년 동안 걸은 거리가 37000킬로미터가 된다고 한다. 시집이 궁금해서 읽어보고 싶다. 소설은 주인공 문인호가 산책길에서 우연히 미혜를 만나게 된다. 삼십 년이 더 지나 예순이 넘었지만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런데 요섭이라 부르며 인호를 찾아달라고 한다. 그 세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1963년 문창국민학교 2학년 교실에서 급장선거를 하는데 한요섭을 추천했다. 사진관 딸 송미혜는 ‘나’를 추천하였다. 그러나 인호는 공표였다. 처음 개최하는 학예회에서 말이 없고 늘 아픈 아이였던 인호였지만 ‘오페레타’에서 죽는 왕자 배역을 맡았다. 맹호부대나 청룡부대 노래를 행진곡으로 부르게 할 만큼 반공교육이 투철한 5학년 담임이던 강창성 선생님은 6학년이 되면서 전학을 가는 친구가 있으니 사진관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샛별클럽’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10명의 친구들에게 남매처럼 잘 지내라고 하였고 ‘십년마다’ 모임을 하기로 정했다.
어느 날 총소리와 함께 강창성 선생님과 주민 몇 명은 자취를 감추었고 아이들은 클럽을 결성했다는 이유로 ‘문창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조사를 받고 반성문과 결의문을 매일 써야 하는 고역을 치렀다. 친구 중 한 사람이 밀고를 하였고 누구는 깡패, 건달이 되었다. 인호는 똑똑하고 무엇이든 똑부러지게 잘하는 요섭을 좋아했다. 천재였던 요섭은 문제아로 낙인을 받지만 도내의 모든 백일장을 휩쓸기도 하였다. 아이들은 강창성 선생님이 진짜 간첩일까? 물었지만 인호는 클럽에도 끼워준 선생님이라 간첩이라 해도 밉지 않다고 했다.
반공소년으로 알려진 친구의 ‘혈서’가 신문에 실렸다. 이제는 유신소년이 되려는 모양이었다. 소설에 황순원과 조병화 눈에 띄는 이름이 나와서 신기했다.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를 진학하면서 이야기는 폭 넓게 이어진다. 인호는 아버지가 서울에 있는 대학에 원서를 넣으라고 했지만 단 둘이 사는 엄마와 같이 있으려고 지방대학에 가게 되었다. 고대룡이라는 친구가 인호에게 글은 안쓰냐는 물음에 국어교사로 나날을 보내고 있다가 언젠가는 교과서에 요섭의 글이 실리는 날도 오겠지. 그 글을 내 목소리로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정희 정권은 유신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었고 대통령이 죽었다. 인호는 스물여섯 살에 군에 입대했다. 부대에서 이름이 비슷한 문인오는 내무생활에 적응하지 못하여 몇 차례나 탈영을 시도했고 급기야 무장탈영하여 다방 아가씨들을 인질로 잡고 대치중이었다. 인오는 살아오는 동안 처음으로 도움을 청했던 유일한 사람이었는데 살리지 못한 죄책감마저도 그게 마지막도 아니었다.
샛별클럽 ‘십년마다’ 세 번째 모임에 온 사람은 셋뿐이었다. 친구 누구의 죽음 뒤에는 아무개가 있다더라 말을 들으면 씁쓸할 것 같다. 인호는 끝내 오지 않은, 아마 소식도 모르고 있을 그 한 사람을 생각했다. 그리고 마지막 “인호야...”(p355) 소설을 다 읽고 난 후 눈물이 맺히면서 마음이 찡해온다. 이 소설은 파란만장한 한국 현대사가 그대로 묻어나고, 50년을 드러내지 못하고 마음에 품었던 한 남자의 이야기다. 한 편의 순정만화를 본 듯한 느낌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인호의 다음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