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이제 그만 저 좀 포기해 주세요 - 살려고 받는 치료가 맞나요
김은혜 지음 / 글ego prime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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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한방병원을 4차 병원으로 소개한다. 4차 병원이란 단어는 없지만 동네 의원부터 대학병원 같은 3차 병원까지 다 돌고 나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의사를 찾는다고 하였다. <999명이 필요 없다 말해도, 1명의 환자가 살려달라는 걸 들어주는 의사> 이런 의사가 되고자 평생을 노력하다 세상 떠난 부친의 영향으로 암 환자를 보는 한의사의 길을 선택했다. 한방 병원에서도 암 환자를 치료 하는구나 책을 읽고 알게 되었다. 편집하며 울다가 출간이 늦어진 도서라고 띠지에 써 있어서 마음을 단단히 먹었는데 표지와 제목을 보고 울컥 하였다. 40대 초반 암전단계라는 진단을 받고 암 환우들과 병동에서 지낸 적이 있었다. 아마도 가끔 병원 신세를 질때가 많은 나여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시도 가능한 항암 치료 없음. 본인에게 설명함. 기대 여명 6개월 이하

 

암 환자들은 겉으로는 병을 잘 버티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수많은 약과 수시로 찾아오는 고통에 일그러지는 얼굴을 보다 보면, 사실은 매 순간 끙끙 앓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암을 진단받은 순간부터 내가 얼마나 살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을 감당해온 사람들이 버티고 버티다 내뱉은 깊은 절망이었을 것이다.

 

고통에 몸부림치며 허공을 바라보고 대화하는 환자와 살려달라는 보호자의 모습. 신경안정제를 놓고 진통제를 늘리면서 환자는 어느새 잠들어 있었다. 며칠을 반복하다가 환자가 말했다. “선생님, 이제 그만, 제발, 저 좀 포기해 주세요.” 저자는 심장이 툭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힘들어서 그러시는 거죠? 더 도와드릴 수 있는 방법 찾아볼게요 했지만 환자의 대답은 같았다. 3주가 지나고 선생님 덕분에 편하게 있다며 처음으로 청명한 눈동자가 거기에 있어 보호자분이 지금 모습 보면 좋아하실 텐데라고 했는데 그와의 마지막 대화였다. 포기해 달라는 말도, 편하게 해줘서 고맙다는 말도 다 진심이었을까? 만약 포기할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자식들의 손에 이끌려 입원한 할아버지는 치료에 관심이 없었다. 빨리 퇴원하고 싶다고 하여 물으니 오토바이를 탄다고 한다. 2주 뒤에 퇴원시켜 주겠다고 약속을 받고 치료를 했다. 효과가 없다는 판단되었고 퇴원을 한 할아버지는 하늘로 승천할 때도 오토바이 타고 갈 거라고 했다.

 

죽음 앞에서 더 안타까운 일은 어리거나 젊은 사람들이 아프거나 사고로 죽는 것이다. 14살에 암을 진단받은 아이가 권유받은 치료는 장루 수술이었다. 어른들도 힘든 부작용이 잦은 약이어서 기록을 읽은 후 아이의 목소리는 울지 않겠다는 다짐을 흔든다. 커리우먼으로 경력이 빛나기 시작할 무렵 암에 걸린 젊은 여성은 치료를 안 받는 대신 여행도 많이 다니면 여한이 없다고 했다. 3개월마다 검사만 받았는데 퇴원을 하고 3개월 뒤의 예약도 없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70대 환자의 의무기록지에는 보호자 없음. 더 이상 시도 가능한 항암 치료 선택지 없음. 이라고 적혀 있었다. 시골에서 서울로 올 때 보자기 하나 달랑 갖고 와서 이제 좀 자리 잡았는데 일만 억수로 했드만 폐암이 걸리삐고. 암은 모르겠고 남은 건 새끼뿐이라고 말했다. 그 새끼는 그 집이었다. 몇 년째 암이 커지지 않아 검사만 받고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보내고 있다니 정말 다행 중 다행이고 제일 인상 깊은 사연이다.

 

말기암 선고를 받은 젊은 여성이 입원을 했는데 보호자는 예쁘게 죽게 해주라고 부탁을 한다. 어릴 때부터 꾸미는 걸 좋아하던 아이여서 입원하는 동안 아이 원하는 대로 하게 해주라고 하였다. 눈물을 흘리며 딸을 떠나보낼 준비를 하는 보호자의 모습에, 아버지를 떠나보내던 저자 어머니의 모습이 겹쳐지는 슬픈 날이었다. 회사 경영을 해오던 50대 환자는 저자에게 고맙고 미안해서 줄 수 있는 건 내 작품들뿐이라고 한 벌 줘도 될까요 했는데 환자 회사에서 제작한 에코퍼 코트가 택배로 왔고 환자는 며칠 전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 글은 죽음이 다가오고 있음을 인지한 사람들의 마음을 적은 기록이다. 글 속의 환자들과 함께한 순간을 떠올리며 스스로에게 되묻곤 한다. 죽음이 다가온다면 나는 어떻게 받아들일지, 원하는 모습으로 받아들이려면 어떤 생을 살고 있어야 할지, 누군가의 죽음이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다는 것이 역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는 저자의 마음이 전해지는 듯하다. 바쁜 일상에 슬픔과 감동을 주는 에세이를 읽어보기를 추천해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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