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어떻게 살래 - 인공지능에 그리는 인간의 무늬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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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떻게 살래]는 얼마 전 읽은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 [너 누구니]에 이어 세 번째 책이다. 저자는 지난 2월에 고인이 되셨고 문학평론가, 언론인, 교육자, 소설가, 시인이자 수필 다방면으로 탁월하신 분이셨다. 한국인 이야기는 유작으로 계속 출간 되는지 책 뒷면에 제목이 나와 있다. 이 책은 인공지능을 한국의 미래 비전을 통찰하는 선생님만의 꼬부랑 열두 고개 이야기이자 알파고가 어디서 왔고 누구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호주머니에서 안드로이드가 울었다. 진동했다. 의식이 없는 물건이라도 꿈틀거리면 살아 있는 것 같다. 표현이 멋져서 몇 번이고 읽어 보았다. ‘알파고 포비아라는 말이 AI라는 말과 함께 오르내리고 있단다. 알파고가 바둑의 마왕 이세돌을 이겼기 때문이다. 인류가 완패한 날, 세상이 뒤집힌 판국인데 뭔가 한마디 코멘트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기자는 은퇴한 저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알파고의 등장 이후 영면에 들기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AI에 대한 원고를 집필하는 데 몰두해왔다고 한다.

 

스마트폰은 우리 기억의 일부가 되어 알아서 전화를 걸어주는 것에 익숙해진 나머지, 자기 집 전화번호도 잊어버릴 때가 있다. 실제로 영국 노부부가 애플 상대로 소송을 일으켜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스마트폰 수리를 맡겼다가 그 안에 넣어둔 자료들이 몽땅 날아가버렸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삶이 빈 플라스틱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 스마트폰에 뺏긴 뇌를 걱정하는 사람들도 생겨난다. “인간은 도구를 낳고 도구는 인간을 낳는다는 말이 실감난다. 인공지능이라는 것이 별다른 게 아니다. 스마트폰의 어느 보이지 않는 구석에 숨어 화상 인식도 하고 문자 인식, 음성 인식까지도 해온 그게 바로 인공지능이다.

 

조선 태종 12, 코끼리가 조선에 들어왔다. 코끼리 이야기는 슬프지만 해피엔딩으로 끝이 난다. 그 코끼리가 인도만 갔어도 짐을 끌었을 것이고, 동물원에 갔다면 구경거리가 되어 괴롭힘을 당했을 것이다. 조선의 코끼리는 세종 덕분에 물과 풀이 좋은 곳에서 천수를 다하고 편히 죽었다고 한다.

 

알파고를 포함해서 딥 러닝이라고 하는 혈통을 가진 애들 아버지가 따로 있는데 제프리 힌튼, 얀 레쿤, 요슈아 벤지오를 캐나다 마피아 3인방이라고 불린다. 그들은 단층 딥 러닝을 여러 층의 딥 러닝으로 만들어 피드백을 계속하는 방법을 고안한다. 마치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자신이 학습하는 인간의 뇌처럼, 같은 문제에 성공하면 당근을 주고 실패하면 매질의 자극을 스스로 주었던 것이다.

 

오늘 디지털 컴퓨터의 시조라고 일컬어지는 노이만이 없었다면 오늘의 컴퓨터는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1세대 컴퓨터 개척자들은 모두가 남성들이고 존 매카시, 마빈 민스키 등 인공지능의 아버지라고 불린 사람들 중에도 여성의 얼굴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알파고는 어머니가 없다고 하는가보다.

 

대만 출신 알파고를 만드는 데 숨은 주역이었던 생아버지 아자 황은 알파고가 시키는 대로 바둑알을 놓았지. 이거 하나만 가지고도 인공지능 시대가 오면 세상이 어떻게 변하게 되는지 짐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알파고가 우리에게 변화를 준 것이 있다면 첫째도 둘째도 바둑을 통해서다. 코끼리 같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알파고가 한국의 서울에 와서 이세돌과 바둑 경기를 하지 않았더라며 알파고가 뭣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았을 것이고 AI도 구글의 딥 마인드의 존재도 깜깜했을 것이다.

 

책을 읽다가 궁금해졌는데 딱 맞는 글귀를 찾았다. 수학을 하는 사람, 컴퓨터를 하는 사람은 왜 바둑에 관심을 두었을까. 어렸을 때부터 두었던 체스와 다른 놀이들이 많은데도 왜 바둑일까. 바둑이 뭐길래. 코로나 팬데믹으로 교육도 큰 변화를 겪었다. 오래전부터 제안한 디지로그 교육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교육의 병행이다. 제도도 변화가 필요하지만 교육의 내용까지 바뀌어야 한다. 지식 전달에 그치지말고, AI 사회에 필요한 사고의 능력, 지혜를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의 책 <디지로그>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결합어이다. 기술 용어라기보다 좀 더 넓은 IT 전반의 문명 현상을 담고 있는 키워드이다. 모두가 디지털화를 외치며 모든 세상이 01의 세상으로 변해갈 듯하다. 지금은 기가지니로 TV도 보고,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식당에서 로봇이 서빙을 하는 것을 보았다. 이 책은 인공지능 기술을 역사와 함께 이해할 수 있다. 인간과 문명, 기계와 생명을 미래와 연결하는 AI 입문서로 추천해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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