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 살인 - 사이버 범죄 전담 형사의 리얼 범죄 추적기
박중현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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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 살인]의 저자는 2003년부터 경찰생활을 시작했고 20192, 모든 수사를 중단하고 사이버 범죄 예방교육에 전념하고 있다. 책은 4장으로 디지털 성범죄, 인터넷 도박, 해킹, 생활 밀착형 사이버 범죄로 나누었다. 요즘 들어 대출이나 스미스 피싱 문자가 가끔 온다. 언젠가 한두 번 휴대폰을 빌려달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사례를 읽으니 소름이 돋는다. 전 국민이 충격을 받은 n번방 사건, 아동, 청소년과 여성의 삶을 빼앗는 범죄를 막으려면 예방만이 최선이고 사이버 범죄의 유형과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 담긴 이 책을 적극 추천해본다.

 

여중생의 남자친구는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 제작자였는데 여중생을 협박해서 만나주지 않으면 영상을 유포한다고 하였다. 피해자와 가족의 용기로 잘 해결되었지만, 그렇지 못한 결과를 맞는 경우도 많아서 영상이 유포되어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와 역으로 피의자가 영상 유포 후 목숨을 끊어버려 생존한 피해자가 더 힘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청소년의 경우 사건과 관련 없는 단순 참고인이라고 해도 반드시 부모를 포함한 신뢰 관계자가 동석한 상태에서 조사를 해야 한다. 조사 일정이 길어져 학교에는 피해자에 대한 소문이 퍼지기도 하고 소문의 속도는 빛보다 빨랐다. 조사도 끝내지 못한 상황에서 피해 학생만 고통을 받다가 학교나 거주지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 될까봐 수사를 중단한 사건도 있다. 저자는 무엇보다 피해 학생이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꿈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지켜주고 싶었다고 한다.

 

티켓 직거래 사기의 신 20대는 자기 스스로 지옥임을 알면서도 나오지를 못했는데 체포되어 다행이라며 "지옥에서 꺼내줘서 고맙습니다." 말할 정도였다. 2년 뒤 같은 수법으로 체포되었다. 저자는 화가 났지만 피의자에게 필요한 것은 치료였다고 말한다. 도박은 중독성이 강해 전문기관 도움 없이는 빠져 나올 수 없는 것이다. 동네 선후배들간 토사장을 꿈꾸기도 하고 초등학생이 몸캠 피싱 피해를 당하고,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이 청소년의 휴대전화 번호와 카카오톡 계정을 매입하는 등 부모의 정보력 부재로 피해자들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게 안타깝다.

 

생활 밀착형 해킹 범죄는 주변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급한 일이 생겼는데 휴대폰을 잠시만 빌려달라고 해놓고 소액결제를 하는 수법이다. 피의자는 휴대폰 대리점에서 일했던 남자친구에게 배웠다. 자백과 재현도 순순히 이루어졌지만, 반성의 기미는 없어 보였다. 구속한다고 얼마나 달라질지는 모르지만, 피해자들과 합의도 어려울 것 같아 구속 외에는 답이 없었다고 한다. 미 연방 수사국 FBI에서 접수된 국제 공조 사건을 맡았을 때 가장 힘들었던 것은 통역인과의 의사소통이었다. 피의자는 자신의 시나리오가 조금씩 무너지자 크게 동요했고 자백할 준비가 되었는지 물으니 "한국은 이 모든 걸 감당할 수 없습니다."라고 했다.

 

마음을 노리는 범죄에 공감하면 당한다. 컴퓨터 비전공자가 사이버팀에 근무하면 '사이비 형사'라고 불린다. 저자가 바로 그 사이비 형사다. 온라인 게임을 하다 부모님 '안부'를 묻는 인터넷 명예훼손 및 모욕 사건, 아이템 거래 사기 사건, 결혼식 청첩장 스미싱 등 크고 작은 사건들을 홀로 감당한다.

 

초등학교 교사는 대출 이력이 많아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는 것에 속아 낼 필요 없는 서류를 내거나 먼저 기존 대출 금액을 상환해야 된다는 말에 보이스 피싱 조직의 계좌로 이체해 버린 경우다. 최근 로맨스 스캠 사건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으로 친밀감을 쌓은 후 많은 유산을 기부한다든지 퇴직 후 국내에서 사업을 하고 싶다며 접근하는 나이지리아 국적의 사기꾼들을 '나이지리안 프린스'라고 부르는데 국내 네이버 밴드와 카카오스토리 카카오톡으로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저자가 예방 교육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한 여학생이 방학 동안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다 원서를 접수했고 한 곳에서 본인 신분증과 통장을 찍어 보내 달라고 요구했다. 대포통장 명의자로 연루되어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저자는 최선을 다해 상담해 주었고 집으로 돌아간 여학생은 운명을 달리 했다는 아버지의 연락을 받았다. 저자 역시 피해자와 가족들이 느꼈던 두려움과 공포를 목격하면서 견디기 힘든 트라우마가 되었다고 한다. 사이버 범죄 예방 교육 전담 부서로 자리를 옮겼고 더 이상 피해자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예방 교육에 전념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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