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마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21년 12월
평점 :
품절
인문학 저서로 스테디셀러를 기록한 채사장의 첫 소설이어서 솔깃했고 한편으로는 어렵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작가는 오래도록 인간의 본질, 내면, 의식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 어려운 주제를 소설을 빌려 전달하였다. 인문학을 쓰며 인간을 알게 되었고 소마의 인생을 따라가며 나는 인간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버지는 화살을 쏘아 올리며 아들에게 화살을 찾아오라고 한다. 무작정 화살을 찾아 떠난 소마는 삶과 죽음을 반복하며 긴 여정을 떠난다. 세상의 모든 것을 가졌다가 모든 것을 하나씩 잃어간다. 전쟁터에서 보내는 시간은 집착과 복수였다. 중세 시대를 연상해서 쓰인 작품이라 잔인한 장면은 불편했다. 어린 아이에서 노인으로 될 때까지 소마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소마의 집은 마을 중앙의 사원에 있었는데 ‘이 집은 신의 자궁이란다’ ‘사원은 우주이고 동시에 너의 내면이란다.’ 어릴 적 어머니에게 신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소마’라는 이름은 대립하는 모든 것이 이 아이의 삶 안에 모순 없이 뒤섞일 것이라며, 물과 같고 바람과 같고 허공과도 같다는 의미로 지어졌다.
화살을 찾지 못하고 돌아온 소마는 내면의 소리를 자주 듣게 된다. 그림자 없는 비현실적인 얼굴이 소마에게 다가왔다. 순간 소마는 통증을 느꼈다. 마을은 화마에 휩싸였고 부모님은 돌아가셨다. 전장에서 돌아온 엘가나가 쓰러진 소마를 데리고 왔다. 저택은 한나의 집안인 아데사 가문이었는데 소마는 한나의 아들이 되었고 사무엘이라고 불렀다. 소마는 한나의 슬픔은 무엇일까 자신의 슬픔이 여인에게 흘러들지는 않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잘 다듬어진 화살은 궤적 위에서 방향을 틀지 않는다. 올곧은 여행자는 자신의 여정 중에 길을 바꾸지 않는다. 소마는 잘 다듬어진 화살이고 올곧은 여행자다. 누구나 삶의 여정 어딘가에서 길을 잃고 헤매게 된다. 하지만 언젠가는 본래 자신의 길을 찾게 되지. 그러니 걱정의 시간도 후회의 시간도 너무 길어질 필요는 없다. 화살이 아니라 화살을 찾아가는 과정이 너를 담대하게 하고, 너를 어른으로 만든다. 그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p379
소마는 한나의 양자 헤렌과 함께 왕립기사단에 입단하게 되었다. 교육을 빙자해 소마는 다닐로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그곳에서 독이 발린 채찍으로 고네가 죽게 되었고 오빠 네이케스 복수의 대상이 되었다. 고네는 무모한 전쟁이 끝나고 억울하게 죽어가는 이들이 사라지고 아무도 고통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 거야라고 했었다.
소설은 20년이 지났고 사무엘이 아닌 소마로 탄생한다. 소마를 두고 사람을 잡아먹는 악마 아틸라고 하였다. 어떤 이는 부풀리고 다른 이는 지어냈다. 소마는 사람이 아니라 역병을 주관하는 악마가 되었고, 주님이 보낸 심판자가 되었다. 소마는 장군에서 군사령관에 임명이 되었다. 네이케스는 그를 쫓는 이유가 무엇이었던가. 목을 베어 고네의 무덤 앞에 바치겠다는 다짐을. 인생의 절반을 그 목표 하나를 위해 달려왔다.
소마의 군대가 이르는 곳마다 정규군은 도망쳤고 남아 있던 자들은 항복했다. 성문은 스스로 열렸다. 원로회는 해산되었고 숨은 의원들을 찾아내어 즉각 처형하고 재산은 몰수되었다. 아내와 자식은 노예로 삼아 참모들과 공을 쌓은 자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소마는 스스로 통치자의 자리에 올랐다. 새로운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 기대했고, 다른 이들은 이것이 공포의 시작일 뿐이라며 소마를 사람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질병이나 신의 형벌이라 생각했다. 소마는 고네의 묘비 앞에 무릎을 끓었다. 여행자는 목적지에 이르렀고 여정의 끝에 이른 소마는 늙은이가 되었다.
이제야 세상을 가졌는데 그것을 누려볼 시간도 없이 낡아간다는 것에 분노 하기보다 누구보다 성공했던 소마는 다른 방향으로 삶을 살았으면 어땠을까. 평범하지 않은 소마의 일생이 비극적이어서 많이 아쉬었다. [소마]는 소년에서 영웅으로 성장하는 시간을 통해 인간은 산다는 건 무엇일까? 우리는 무엇에 집착하고 있나? 모든 것을 잃었을 때 가장 마지막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라는 삶에 대한 진실의 근본적인 질문들을 남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