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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부부 오늘은 또 어디 감수광 - 제주에서 찾은 행복
루씨쏜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1월
평점 :
호주에서 생활을 정리하고 제주에 정착한 동양화가 루씨쏜의 첫 그림 에세이는 소소하게 살아가는 제주에서의 일상을 담았다. 저자는 제주 사람들은 섬이라는 특성상 새로운 사람에 대한 낯가림이 심하다는 것을 살면서 알게 되었다고 한다. 책 속의 그림은 부부를 꼭 닮은 고양이 두 마리가 등장한다. 제주의 이곳저곳을 자유롭게 유랑한다. 책을 읽으며 고양이 부부와 함께 제주를 한 바퀴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저자는 스몰 웨딩을 계획했고 신혼여행은 아프리카로 정했다. 여행을 통해 아프리카 사람들은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을 보면서 인생에 위기를 맞거나 힘들 때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삶의 방향성을 함께 고민할 수 있었다. 치열했던 이민 생활을 정리하고 제주에 정착하면서 몸과 마음에 여유가 생긴 어느 날, 몇 년 만에 다시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작품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수업을 듣기 위해 사람들이 삼삼오오 집으로 모여들었다. 결혼 8년 만에 아이가 생겼고 임신 중에도 전시와 수업을 쉬지 않고 일했다. 바다가 보이는 고즈넉한 곳에 아틀리에를 오픈할 수 있었고 출산 후 바로 아틀리에로 출 퇴근을 했다.
쉬는 날이면 부부는 산방산을 보기 위해 달린다. 한라산 가까이에 살아 매일 산을 마주하고 살지만 산방산은 다른 특유의 매력이 있다고 했다. 모슬포로 불리는 사계리는 4.3사건으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지역인데 요즘은 ‘핫플’이 생겨나고, 봄이면 유채꽃이 장관을 이루고, 5킬로미터 이내에 송악산도 있어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겨울이면 제주에서 가장 따뜻한 위미리에 동백꽃이 피고, 한라산을 힘들지 않게 1100고지에 오르기도 한다. 제주의 봄을 먼저 알리는 매화를 보러 가고, 야자수가 어울리는 계절 여름, 여름과 가을 사이에 하가리에 피는 연꽃을 보러 간다. 고양이 부부는 킥보드를 타고 뻥 뚫린 형제해안로를 신나게 달린다. 해질녘 하늘은 예쁜 분홍색으로 물들고 바닷물은 여전히 깊고 푸르다. 매일같이 요리 하느라 고생하는 남편을 위해 그림을 그린다. 예쁜 봄날에 태어났다고 아기 이름을 예봄으로 지어주었다. 두 발로 서기 시작할 즈음 ‘머리쿵 가방’을 어깨에 메주었다. 생각만해도 너무 귀여운 모습이 상상되었다.
김녕해변은 눈처럼 새하얀 백사장과 투명하고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바다색을 자랑하고 있었다. 같은 풍경이어도 사람의 마음 상태에 따라 참 많이 달라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새삼느끼게 해준 그날의 풍경은 내 안에 오래 남았다. 그날의 김녕바다 풍경은 제주에 와서 가장 처음 그린 민화의 배경이 되었다.
우연히 해녀들의 숨비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숨비소리’는 해녀들이 물질을 마치고 물 밖으로 올라와 가쁘게 내쉬는 숨소리를 말하는데, 흡사 돌고래 소리 같기도 하고 새소리 같기도 하다. 그 오묘한 소리를 들으며 바다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알게 된 무명천 할머니는 4.3사건의 피해자로 총탄에 의해 턱을 잃고 평생 얼굴에 무명천을 두르고 살다 돌아가셨다는 글은 마음이 아프다. 충격과 상처로 여러 후유증과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문득 떠오르는 기억 때문에 항상 문을 걸어 잠그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쏟아냈다.
인생이 서핑과 비슷하다고 한다. 기회라는 파도가 왔을 때 그것을 타려면 수없이 노력하고 단련해서 미리 힘을 만들어놓아야 한다. 제주에 살아서 좋겠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디에 사느냐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있는 곳에서 만족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지금 바로 이 순간 내가 있는 이곳이 나의 파라다이스고 무릉도원이다.
에코랜드 기차만 타봤는데 언젠가 환상의 숲인 곶자왈을 탐방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책 속의 민화가 너무 멋지고 글을 읽다 보면 제주의 새로운 곳을 알게 되었다. 제주를 여행하면 간 곳만 몇 번 갔었는데 어디를 구경할지 이 책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