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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실에 있어요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박우주 옮김 / 달로와 / 2021년 12월
평점 :
아오야마 미치코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 [도서실에 있어요]는 2021년 서점대상 2위에 오른 화제작이다. 소설은 우연히 찾은 도서실에서 고마치 씨가 던져준 것들로 인해 다섯 인물이 얻은 것은 무엇일까.
2층짜리 하얀 건물에 위치한 ‘하토리 커뮤니티 센터’에 구민이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집회실 둘, 다다미방 하나를 지나면 옆에 도서실이 있다. 사서가 꿈인 ‘모리나가 노조미’는 반갑게 사람들을 맞이하고 ‘레퍼런스’ 안에는 몸집이 크고 피부가 하얗고 비녀 한 가닥을 머리에 꽂고 있는 ‘고마치 사유리’라는 사서가 있다. 그녀는 무뚝뚝하지만 부드러운 음성으로 “뭘 찾고 있지?”라고 물으면서 매트 위에서 탁구공 같은 동그란 물체에 서걱서걱 바늘을 찌르고 있었다.
진로를 고민하는 21세 여성복 판매원 도모카, 장래 내 가게를 갖고 싶은 35세 가구 제조업체 경리 료군, 육아에 지친 워킹맘 40세 전직 잡지 편집자 나쓰미, 무기력한 30세 백수 히로야, 정년퇴직으로 권태에 빠진 60세 마사오 등 다섯 인물은 고마치 씨에게 한 권의 책과 양모 펠트로 만든 인형을 받는다. 고마치 씨는 “그건 당신한테 주는 부록이야.”라고 말한다. 그러나 고마치 씨는 원하는 책을 골라 주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 책이 필요한 사람에게 생뚱맞게 동화책을 추천을 해주고 바둑 책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시집을 추천해준다. 추천 도서를 받아든 그들은 처음엔 의아하게 생각하지만, 이내 자신이 찾던 책이라고 좋아하게 된다.
마트 판매원으로 일하는 것을 대단하지 않은 일로 여기던 도모카는 하루하루 일하며 자기 자신을 먹여 살리고 있으니 대단한 일이라는 고마치 씨의 한마디에 힘을 얻고 스스로 요리를 만들기도 하고 이제는 뭘 할 수 있는지 조급해하지 않고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료는 고등학생일 때 ‘엔모쿠야’라는 골동품 가게에서 스푼을 구입한 후 하굣길에 몇 번이고 가게를 들렀다. 스푼 뒷면의 각인을 홀 마크라고 한다는 사실을 가르쳐준 것도 주인 아저씨 에비가와 씨였다. 어느 날, 폐점했다는 것을 알고 에비가와 씨의 관계는 끊어지고 말았다. 언젠가는 그런 가게를 차리고 싶다고 소망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엔모쿠야 문 닫은 사연을 알게 되었고 매출 부진으로 거액의 빚을 떠안고 튀어 버린 모양이라고 했다. 책 뒤에 궁금한 에비가와 씨의 근황이 나와서 궁금증이 풀렸다. 료는 ‘언젠가’가 내일이 되게 ‘있는 시간’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기 시작한다.
나쓰미는 2년 전 잡지 편집팀에서 자료팀으로 옮겨진 것은 아이를 낳고부터 모든 게 안 풀렸다고 말했다. 고마치 씨는 인생에서 가장 열심일 때는 태어날 때이고 그 이후는 힘들지 않고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해준다. 히로야는 일러스트를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에 졸업하고 디자인 학교를 다녔지만 취업의 문턱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동창이 꾸준히 소설을 썼는데 작가 데뷔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같이 기뻐하였고 도서관에서 그린 그림이 멋지다는 말을 듣고 창작의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마사오 씨는 정년퇴직하고 나서 자신에게 취미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권태에 빠진다. 회사원일 적에는 느긋하게 쉬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시간이 생기니 무얼 하면 좋을지 모르겠고 나머지 인생이 의미 없게 느껴졌다. 아내의 권유로 커센에 바둑 교실을 다니면서 도서관에 들러 책을 읽게 되었다. 접점을 가짐으로써 생기는 무언가가 과거든 미래든 사람과 사람이 연관되어 있다면 그건 전부 사회라고 생각한다는 에바가와 씨가 했던 말을 이해가 되기도 하였다. 자신이 다녔던 회사 제품인 구레미야도 허니돔을 고마치 씨에게 선물하면서 모든 날이 하나같이 소중하다고 말했다.
고마치 씨가 추천해주는 책과 그 부록은 그들 각자의 상황을 고려한 것이 아니다. 대강 고른 것들이지만 특별한 건 책만이 아닌 스스로 깨우친 그들의 삶이 아닐까라고 옮긴이는 전한다. 저자는 소설을 쓸 때만큼은 가면 무도회장에서 춤을 추는 양 자유로워진다고 한다. 음악에 맞춰 가지각색의 가면을 쓰듯, 그녀는 소설 안에서 다른 이들의 모습을 가장해 그간 머금어 둔 이야기를 풀어놓는다고 했다. [도서실에 있어요]를 재미있게 읽었고 양모 펠트가 어떤건지 궁금하였다. 만약에 사서가 나한테도 책을 추천해준다면 어떤 책일까 즐거운 상상을 하게 된다. 당신이 찾고 있는 것은 책인가요, 꿈인가요, 인생인가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