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이상하든
김희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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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이상하든] 소설은 삶에 대한 이야기다. 등장 인물들은 어딘가 이상한 점이 있지만 내면에는 상처를 안고 살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지인의 결벽증도 강박증이 심해서 일어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주인공 정해진은 봄날 불의의 사고로 친구와 선배의 죽음을 목격하고 강박증에 시달린다. 이름처럼 정해진 규칙과 순서에 따라 양치질과 세수를 해야 하고, 2층으로 올라갈 때 목조계단 가장자리를 딛는다. 맨홀을 피해 다니기도 하고 맨홀을 밟은 날은 주위 사람들이 다친다고 믿고 있다. 불면증 편의점 사장은 6년 째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4호점까지 열었다. 한국 여행 왔다가 공황장애로 비행기를 못 타고 눌러 살게 된 영국 남자 마크는 편의점에서 컵라면 두 개로 끼니를 때울 때가 많았다. 귀울림이 더 큰 소음을 만나야 잠잠해져서 시계를 모으는 극작가 백수진은 근처에 살면서 배달을 시키며 비번까지 알려주며 물건을 냉장고에 넣어달라고 하는 게으른 여자다.

 

해진은 앞집 여자를 훔쳐 보면 마음이 편해졌다. 여자가 속옷 차림으로 창가에 있는 모습을 행운의 여신으로 정했는데 그녀의 직업을 알아채고 이상형이라고 생각한다. 초등학교 입학한 김다름은 편지를 안 넣으면 우체통이 사라질까봐 이틀에 한 번꼴로 편지를 써서 우체통에 넣는다. 네 살때 길을 잃었는데 집 근처 우체통의 고유번호가 111이라는 것을 알고 엄마 아빠를 만날 수 있었단다. 어느 날 수녀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안승리를 만나서 2년간 지킨 철칙이 깨져버린다. 승리가 해진의 자전거를 빼앗아 맨홀을 밟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동갑이라지만 생판 남인데 해진의 빈방 붙박이장에서 며칠 살게 되면서 승리는 배우 지망생이고 해진은 작곡가 지망생이라며 서로의 꿈을 이야기 한다. 엄마 아빠가 만두와 초밥집을 운영하는 데 팔고 남은 만두와 초밥을 해진과 승리가 다 해치운다.

 

그러고 보면 우리 또래는 모두 비슷비슷한 고민과 절망 속에서 살아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비등한 실패 뒤에 우리는 비등하지 않은 삶을 살아가게 될지도 몰랐다. 그런 우리에게는 아직 인내와 시간이 필요했다.p79

 

검은 실루엣이 말을 걸었다. 목이 말라 그러는데 음료수 좀 사 먹을 수 있을까요? 그후로 해진은 검은 물체와 친구가 되었다. 그에게 만두와 초밥의 줄임말인데 김만초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림자는 최근에서야 음식을 먹어봤는데 햄버거랑 콜라라고 했다. 해진은 사고 이후 학교를 다닐 수 없어서 스스로 그만두고 편의점 알바하면서 많이 좋아졌다.

 

부모님은 곡 만드는 건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었지만 진전이 없었다. 꽃순이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해진에게 듀퐁 라이터를 유품으로 남겼다. 작곡 작업이 끝나면 <그녀의 듀퐁 라이터>라는 제목으로 가사를 써 내려갈 생각이었다. 할머니의 유품이 음악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림자가 한동안 나타나지 않았는데 생각 정리 중이었다고 한다. 남에게 도움도 안 되는 존재가 한심하고 자기에게도 죽음이란 게 있다면 어떤 형태일까 궁금해졌다고. 스물은 젊은 나이지만 승리와 해진이 두려운 건 미래가 결국은 노력과 상관없는 방향으로 정해져 있을까 봐 두려운 것이다.

 

[얼마나 이상하든]은 이 세상엔 나와 다른 것도 존재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예를 들면 만초 씨를 잘 생긴 남자 같다거나 먹구름 같은 사람, 희멀건 놈, 사람들 각자 다르게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작가는 고통과 고독, 슬픔과 상실을 들어주고 싶을 때가 있었고 저자 역시 울 수밖에 없었을 때, 누군가가 내 옆으로 다가와 물어봐주길 바란 적이 많았다고 했다. 얼마나 이상하든. 책을 읽으며 따뜻한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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