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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엄마에게 화를 내고 말았다
장해주 지음 / 허밍버드 / 2021년 11월
평점 :
[오늘도 엄마에게 화를 내고 말았다]는 엄마와 딸, 딸이 엄마를 향한 속마음을 전하는 글이다. 책을 덮으면서 이렇게 속속들이 엄마의 마음을 알아주는 딸이 있다니 그녀의 엄마가 부러웠고 한편으로 나는 내 엄마에게 살가운 딸이었을까. 두 딸에게 내 모습은 어떻게 비춰졌을까 생각해 보았다.
저자는 일상의 에피소드를 통해 그동안 엄마에게 못한 말을 글을 통해 하나씩 꺼내어 놓는다. 딸이 전치 5주의 상해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치료비도 안 받고 합의를 해주었다. 그 엄마가 엄마 앞에 무릎을 꿇더니 눈물을 떨구며 빌더라고, 엄마는 이혼 후 겪었던 상실과 아픔들이 그 엄마의 지난한 삶 속에도 들어 있는 것만 같아서 그렇게 했다고. 스무 살때 친구들과 클럽에서 밤을 새우고 놀고 온 딸에게 엄마는 ‘젊음도 한때다, 너~ 그때 놀지 언제 놀아.’ 라며 핫팬츠와 매니큐어까지 사다 준 엄마가 있었다.
“너 진짜 이상해! 나는 내 엄마한테 안 그러는데, 너는 왜 그래?”p59
내 딸이 속을 썩이거나 말을 안 들을 때 했던 말이다. ㅋㅋ 책을 읽으며 세상의 딸들은 엄마 속을 썩이는 모양인가 보다.
엄마에게 딸이 없던 시절, 엄마가 그냥 딸이기만 했던 날들. 그때의 엄마를 가만히 떠올려보며 지금의 나와 엄마의 모습이 겹쳐 보여 깔깔깔 목젖이 보일 정도로 웃어젖힌다. 특목고에 다닐 때 입상을 못하면 대학에 갈 수 없었는데 백일장만 죽도록 파서 3등 입상을 해서 신문에 글이 실렸으니 사서 보라고 하니 뭘 굳이 사서까지 보냐던 엄마는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 내 딸이 쓴 글이 신문에 실렸다고 온 동네방네를 누비며 자랑했다.
방송작가로 ‘메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몇 달쯤 지나 후배가 사고를 쳐서 방송 펑크가 날 뻔했다. 옥상에 올라간 후배가 “엄마! 나 메인X한테 까였어..”울먹이는 것을 보고 푸흡!웃음이 터지면서 저자의 마음 속에서 ‘야 너만 엄마 있냐. 나도 있거든?’ 했다는 글을 읽으며 웃음이 번진다.
엄마가 되고서도 자신의 엄마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지인의 말은 그런 것 같다. 분명 같은 엄마의 신분이지만, 모성은 똑같은 게 아니라는 것. 자신이 살면서 배우고 익힌 그 어떤 경험에 의한 학습이지,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엄마는 바라는 게 한 가지 있다고 했다. 평소 엄마한테 좀 살가운 딸이 되어달라는 것이다.
k-장녀는 코리안 장녀를 뜻한다. 저자가 그런 k-장녀로 집안의 대소사를 아빠, 엄마 다음으로 맡아서 하고 가족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제일 먼저 연락을 받는 사람이 되었다. 누구나 한 번의 삶을 살고, 모두가 처음인 인생을 산다. 처음 직면한 문제들이 산적해 뭐부터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모를 때, 누군가 하는 말이 어느 것이 맞고 틀린지 헷갈릴 때, 잘 살고 있는 건지 답이 절실할 때, 엄마가 필요하다.
삶이 고단하고 답답한 한때를 겪는 딸에게 하는 부모의 조언이나 충고는 어긋나거나 틀린 말이 아니다. 누가 잘못하고, 누가 잘했고 문제가 아니라 엄마가 그냥 내 이야기 좀 들어주면 안 돼나 그런 생각일 것이다. 일주일 외할머니와의 연락이 안 되었던 것은 며칠 뒤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었다. 외할머니는 왜 내 딸을 아프게 하느냐고, 네 엄마이기 전에 내 딸이라고 할머니가 화가 난 이유였다. 불효막심한 손주라면 더 볼 것도 없다고 할머니는 단단히 화가 난 상태였다. “잘못했다”라는 말밖에 없었다. 할머니는 세상에서 제일 서러운 것은 엄마 없는 사람이야. 할머니가 제일 부러운 사람이 누군지 아냐고. 너라고.
엄마, 내 인생을 담담하게 적어 내려간 시간들이 엄마에게 닿기를 원해. 이글은 엄마 딸은 이런 사람이라고 말해주고 싶은 바람이 담긴 나의 날들이거든.(에필로그)
사랑하기에 자꾸 화가 더 나는 엄마와 딸의 관계, 엄마와 딸이 말할 수 없었던 그 시간에 대하여, 내 속에 가둬두었던 그런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써 내려간 저자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오늘도 엄마에게 화를 내고 말았다]는 이 시대 모든 딸과 엄마가 읽으면 좋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