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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시간
유영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0월
평점 :
[화성의 시간]은 인간의 공허와 고독에 대한 이야기다. 베스트셀러 작품인 [오즈의 의류수거함]을 아직 못 읽어봤는데 궁금해졌다. 오랜만에 재미있는 소설 한 편을 읽었다. 강하지 않게 적당히 긴장하며 읽을 수 있었다. 지금도 휴대폰 재난 문자에 실종자를 찾는 문구가 뜬다. 연간 10여 만 명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니 이 소설은 ‘사라진 사람’을 소재로 하였다.
김성환은 누리금융 민간조사원으로 8년 전 학교 폭력으로 딸을 잃었고 경찰직을 내려 놓았다. 성환의 사무실로 6년 전 사라진 여동생 문미옥의 행방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그녀 앞으로 30억의 생명보험에 가입되어 있었고 수령인은 매부라고 했다. 실종된 지 5년이 지나 실종선고를 받으면 사망 처리가 되어 보험금을 탈 수 있다.
문미옥의 사진을 보면서 죽은 딸이 오보렙 되었다. 딸이 성인이 되면 이런 모습일까 상상하게 된 것이다. 미옥은 결혼 1년 뒤에 사라졌다. 정황으로 봐선 남편 오두진을 용의자로 지목했다. 사장실에 들어서니 침대 크기의 작업대에 작은 인형과 모형 전차가 있었는데 디오라마를 제작중이라고 했다. 오두진 회사 직원에게서 문미옥이 직원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력서를 보고 전 직장 동료를 찾아 나선다. 직장 근처에 세들어 살던 집주인을 통해 동거남 한승수와 딸 윤슬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동거남과 아이가 있는데 오두진과 결혼을 했을까 수사는 이어진다. 한편 보험사기 조사부 민홍기는 한승수를 쫓고 있었다. 두 사람은 전후 사정을 알아내고 문미옥을 찾는데 함께 일하게 된다.
이 모든 일은 보험 사기로부터 시작되었다. 오두진은 미옥이 홍보 대행사에 다닌지 1년쯤 지난 무렵, 아이 수술비로 힘들어 할 때 수술비를 대주겠다며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실종되고서 5년이 지나면 사망 처리가 되는 법 조항을 악용한 보험사기의 조력자가 되어달라는 것이었다. 고심 끝에 여자는 제안을 받아들인다. 남자와 결혼식을 올린 뒤 세상에서 사라졌다. 실종되고 5년이 지나면, 사망한 것으로 간주되고 특별실종이란 것이 있는데 1년이 지나도 사망 인정이 되어 보험금 수령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정말 끔찍한 제안이다. 성환은 보험금을 타도 그녀는 죽은 사람이나 마찬가지일텐데 오두진이 살려둘까 의문이 들었다.
오두진의 형을 만나 그의 출생에 관해 들을 수 있었고 부모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형에 대한 경쟁심으로 삐뚤어진 마음이 성공의 척도는 돈이라는 믿음으로 산다는 말을 듣는다. 오두진이 부모에게 버려졌지만 키워준 식모가 있었다. 그것도 형이 알려준 것이다. 동생이 사기를 벌였지만 만에 하나 살인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였다. 또 다른 인물이 있는데 이유는 서로 다르지만 고독하고 외로운 사람들인 문미옥과 노숙자가 있었다. 성환은 문미옥과 맞닥드리지만 조력자에 의해 놓치고 만다. 사기 사건은 윤곽이 드러나게 되었고 딱딱하게 굳어진 고독이 묻어나는 오두진은 생각했다. 자식을 위해 묵묵히 유폐 생활을 견뎌나가는 그 여자를 보면서 내게 저런 엄마가 있었다면, 그랬다면 지금쯤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과연 오두진은 문미옥을 사랑했을까.
제목이 [화성의 시간]인 것은 문미옥이 하늘나라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알 수 있다. 지난 6년이 아득한 꿈처럼 여겨지고 홀로 화성에 뚝 떨어진 것 같은 시간이 실제로 존재했는지 의심스럽다. 그러나 사실, 누구나 자신만의 화성에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고독과 싸우면서 말이다. 저자는 담벼락에 붙은 전단을 유심히 실펴보곤 하는데 사기, 강도, 살인.. 다양한 범죄만큼이나 저마다 다른 사연을 품고 있겠으나, 그들의 성장 과정이나 가족관계, 소중히 간직한 꿈, 생사의 갈림길과도 맞닿아 있었을 범행 순간에 대해 혼자 상상을 해본다. 그런 비슷한 과정에서 이 소설은 태어났다고 했다. 이 소설은 인물들의 감정 묘사와 수사 과정이 설득력이 있고 반전의 매력이 있는 멋진 책이다. 결말이 궁금하거나 긴장감을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