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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복숭아 - 꺼내놓는 비밀들
김신회 외 지음 / 글항아리 / 2021년 7월
평점 :

이 책은 저자들의 취약점을 꺼내놓은 아홉 가지 내밀한 비밀들이 담겨 있다. 누구에게나 숨기고 싶은 부끄러운 면이 있지만 어디에도 말한 적 없는 기꺼이 꺼내보는 9인 9색 에세이다. [나의 복숭아]는 나의 부족한 면, 단점, 비밀 들은 알고 보면 복덩이. 알맞은 빛깔을 내며 여름을 상징하는 탐스러운 과일인 복숭아는 한편으로 쉽게 무르는 성질이 있다는 점에서 제목이 [나의 복숭아]가 된 이유다. 비밀들을 꺼내기가 쉽지 않은데 그들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내 안에 사랑이 없다는 걸 알고 좌절한다. 사랑에 다치고, 무너지고, 실연 후의 괴로움과 마주할 용기가 없는 사람은 ‘안 될 것 같은 사랑’을 반복한다. 공허해졌다가도, 몰입할 대상을 찾아 헤메다 깨닫고 나니 다른 마음이 들었다. 사랑을 모르면 모르는 채로 살자. 사랑이 없더라도 살아갈 수 있는 내가 되자, 그러자 새로운 길이 보였다.(사랑을 모르는 사람-김신회)
누구에게나 잘하는 일이 있고 잘 안되는 일이 있다. 제일 못하는 것이 노래라고 하는데 들어본 적이 없어서 판단을 할 수 없지만 그동안 노력은 많이 해왔던 것은 아닐까 상상만 해본다. (도레미미미-남궁인)
제 일상의 메인은 쉼이어서요. 기회만 되면 외치는 저자는 인터뷰에서 삶에서 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말을 해서 한 입으로 두말한 사람이 된 적이 있다. 모든 일에 똑같은 마음을 대입할 수는 없지 않을까. 잘 쉬어서 나를 편안하게 둘 줄 알아야 일도 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좋지만 싫다-임진아)
똑같이 글자를 읽어도 문해력 레벨은 사람마다 다른 것처럼 영상물이 전하는 정보를 읽어내는 능력도 각기 다르다.(영해영역 7등급-이두루)
인스타그램에서 #괴과자를 검색하게 되었다. 서른두 개의 게시물 중 서른 개는 저자가 올린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터득한 것은 새 과자가 기존 과자보다 맛있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말한다. 힘든 마감을 마친 날 새벽, 소파에 앉아 당당히 자갈치 봉지를 뜯는다.(과자 이야기-최지은)
사람들이 몸에 대해 말해주는데 등이 굽은 건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재활 전문 요가원을 찾았다. 운동하는 곳에서는 잡생각을 지우라 하고 마음 얘길 하러 간 곳에선 몸을 써서 정신과 균형을 맞추라고 했다. 다른 사람들을 본다. 자세를 아직 못 외웠기 때문이다. 3년째 다니면서도 자세를 못 외운다.(나는 잠시 사랑하기로 한다-서한나)
식물의 삶을 관찰해 그림으로 기록하는 식물세밀화가인 저자다. 식물이 중장년층의 문화로 인식되어 왔고, 젊은 층이 즐기는 대중가요는 문화의 흐름이 빠르고 유행에 민감하다. 식물에 둘러싸여 일을 하면 말을 입 밖에 낼 일이 거의 없어 가끔은 사람의 목소리가 그리울 때가 있다.(식물을 닮아가는 중–이소영)
집 주변 공원을 자유롭게 달린다. 러닝이야말로 돈이 들지 않는 운동이지만 장비를 갖추는 재미가 있다. 스포츠 브라, 마음에 드는 레깅스, 애플 워치와 블루투스 이어폰을 챙긴다. 이렇게 운동하면 전문적이고 중요한 사람이 된 것 같다.(창백한 푸른 점-김사월)
자꾸만 옛날 생각에 빠지는 건 기억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나의 복숭아는 날씨와 야구와 밤과 자신감과 책에 대한 기억은 얼마 안 되는 빛나는 것이지만 그 때문에 종종 공을 놓치기도 한다고. (기억에 눈이 부셔서-금정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