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란사 - 조선의 독립운동가, 그녀를 기억하다
권비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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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란사]는 권비영 작가의 [덕혜옹주] 이후, 또 다른 여성의 이야기다. 우리나라 최초의 유학생이자 유관순 열사의 스승이며, 덕혜옹주의 오라버니인 의친왕 이강과 함께 꺼져가는 조선의 등불을 지키려 했던 독립운동가 하란사의 여정을 담아냈다. 소설은 이화학당에서 란사를 만나 친분을 쌓은 화영의 시선을 통해 전개된다.

 

화영은 하란사를 추억했다. 욕쟁이 사감, 멋쟁이 신여성, 한국 최초의 여학사, 독립운동가, 영원한 친구로 기억되었다. 하란사는 열 일곱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권유로 나이는 많고 살림이 넉넉한 고위관리직인 하상기의 후처로 들어갔다. 상처한 본처에게서 난 자식이 넷이나 있었다. 화영은 기생이었는데 돈 많은 영감님 재취가 되었다. 어느 날 란사가 화영의 보따리를 도둑에게서 구해주어 서로 친구가 되었다. 두 사람은 나이 많은 사람의 처라는 점, 전처의 자식을 봐야 한다는 것, 남편의 지원을 받아 공부하는 것은 같지만 화영은 전처가 살아 있는 상황이 다른 점이었다.

 

화영과 란사는 이화학당에서 만나게 되었다. 기혼 여성들은 입학이 불가했지만 영감님들 도움을 받은 것이다. 란사라는 이름은 선교사가 낸시라고 지어주었는데 마음에 들지 않아 한문으로 고쳤다. 란사의 원래 성은 김씨고 본명은 밝히지 않았다. 이른 나이에 결혼을 시킨 아버지에 대한 반감이었는지 모르지만 남편 성을 따르기로 하였다. 소설 속 인물들 중 국난에 가족을 잃어버린 꼬마 도둑, 일제에 반발해 만세를 외친 수원 기생들,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는 털보아저씨와 다리 밑에 거지들을 돕는 강씨 아줌마가 나온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다. 내 생각대로 사는 것이다. 내 생각은 그곳에 있다.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는 것! 나는 기꺼이 한 알의 밀알이 될지니.p17

 

란사는 제대로 키워보지 못한 딸 자옥이가 일찍 세상을 떠나자 고통의 시간을 보내다 남편의 지극한 배려와 보살핌으로 평상심을 되찾는다. 그녀는 일본인 애첩 배정자라는 이름이 나오면 구더기 같은 년이라며 가끔 욕을 했다. 란사의 입학을 축하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오하이오주에 있는 웨슬리언 대학이었다. 그곳에서 사동궁 전하, 의친왕, 의화군이라고 불리는 이 강을 만나 처음에는 불손하게 대했지만 독립운동에 가담하며서 그를 존경하게 되었다.

 

의친왕은 주색잡기에 능한 쓰레기 황손으로 소문이 났다. 그것은 진실이 아닌 위장 전술로 기생집에서 거사를 의논하는 일이 있으니 험한 소문이 파다할 수밖에 없었다. 란사는 조선인 최초로 미국 대학의 학위를 받아 조선 최초의 문학사가 되었고 신여성이 되어 이화학당 기숙사 사감이 되었다. 욕도 거침없이 하는 호랑이 사감으로 통했다. 교회에서도 강연했으며 여성들의 사회 진출을 독려했다. 유관순은 특별하게 바른 학생이었다. 영화 유관순에서 만세를 부르다 잡혀간 여성들 중 기생도 있었는데 소설 속 인물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란사는 중국으로 떠나면서 화영을 만나 자신의 일기장을 맡아달라고 하였다. 그때가 화영이 란사를 본 마지막 모습이었다. 의친왕과 란사는 노부부로 변장하고 어린 도둑 병수와 이보게가 같이 길을 떠났지만 의친왕은 단둥역에서 일경들에게 잡혀 고국으로 오게 되었다. 란사, 병수, 이보게의 행방은 알지 못했다. 이 책을 읽고 앞장부터 다시 읽으니 란사가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하란사는 자신이 배운 모든 것을 한국의 여성을 위한 일에 바친 대단한 인물이어서 가슴이 뭉클해진다.

 

저자의 [덕혜옹주]는 읽지 않았지만 영화는 봤었다. 의친왕은 덕혜옹주의 오빠이다. 저자가 하란사에 대해 알 게 된 것은 최초의 여기자 최은희 씨가 쓴 [여성을 넘어 아낙의 너울을 벗고]라는 책을 우연히 보게 되었고, 어려운 시기에 빛났던 여성들에 대한 기록이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중 하란사라는 이름에 끌려 자료를 모으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하란사 이야기를 하고 자료를 구걸하고 꿈에서도 그녀를 찾아 다녔다. 독립운동을 한 여성들도 대단하지만 자료를 모아 책을 펴낸 권비영 작가님 대단하시다. 훗날, 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김란사로 이름이 올랐다고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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