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토끼를 따라가라 - 삶의 교양이 되는 10가지 철학 수업
필립 휘블 지음, 강민경 옮김 / 흐름출판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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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앨리스는 토끼를 따라가다가 이상한 나라에 도착한다.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가 하얀 토끼를 따라가라는 메시지를 본다. 어깨에 토끼 문신을 한 여자가 네오를 초대하고, 정체 모를 남자를 만나고, 빨간색 알약을 선택하고 녹색의 우아한 가상 세계에서부터 어둡고 잔혹한 현실로 돌아온다. ‘하얀 토끼는 철학의 새로운 은유다. 이 책에는 느낌, 언어, 믿음, , 행동, 지식, 행복, 생각, 감각, 인생 등 모두 10가지의 이상한 나라가 등장한다.

 

이 책은 현대철학 입문서다. 일반적인 정보를 늘어놓은 것이 아닌 흥미로운 논쟁이 중심을 이루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람이 감정 없이 살 수 있을까? 신은 존재할까? 우리는 과연 진정으로 자유롭게 결정을 내리는 걸까?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하는 말은 어떻게 의미를 갖는 걸까? 의식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우리는 우리 몸을 어떻게 경험할까? 죽음에도 의미가 있을까? 이런 질문들을 각 장에서 설명이 되어 있다.

 

윌리엄 제임스의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두려워서 몸을 떠는 게 아니라 몸을 떨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다. 슬프기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게 아니라 눈물을 흘리기 때문에 슬픈 것이다. 제임스는 우리를 사고실험으로 이끈다. 그러나 이론에는 함정이 있다. 이론에 따르면 신체감각이 약할 때는 감정도 약해야 한다. 정반대 사례를 보여준 이가 저널리스트인 장 도미니크 보비다. 그는 왼쪽 눈꺼풀을 제외한 신체 부위를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임상심리사의 도움을 받아 왼쪽 눈의 깜박임만으로 알파벳을 나열하는 방법을 배워야 했다. 보비는 <잠수종과 나비>라는 책을 썼고, 영화화되었다. 이 책을 감명 깊게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주인공은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헬렌 켈러는 19개월 때 이름 모를 병에 걸려 눈과 귀가 멀었다. 독자적인 수화를 만들었지만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 앤 설리번이 손으로 단어의 철자를 표현하는 법을 알려주자 영어를 익히고 손을 상대방의 입술이나 후두에 대는 방식으로 단어를 파악했다. 켈러의 예시는 우리의 언어능력이 선천적이라는 증거다.

 

렘수면 단계에서 우리는 전형적인 꿈을 꾼다. 렘수면 단계는 전체 수면 단계의 20퍼센트를 차지한다. 우리 몸의 거의 모든 근육이 마비된다. 즉 축구하는 꿈을 꿔도 실제로 다리가 버둥대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렘수면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근육이 마비되지 않는다. 이들은 산책하는 꿈을 꿀 때 걷는 박자에 맞춰 온몸을 움직인다. 혼자 침대에서 떨어지기만 하면 다행이지만, 심각한 경우 예를 들어 복싱하는 꿈을 꾼다면 같은 침대에서 자는 상대방에게 매우 위험하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숙고하면서 스스로의 의지를 아무런 제약 없이 계속해서 관철할 수 있을 때 우리에게 의지의 자유가 있다고 본다. 반대로 행위의 자유는 어떤 사람이 자신의 소원, 흥미, 성향 등에 따라 아무런 장애물 없이 실제로 실천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약물중독자들은 의지의 자유는 물론 행위의 자유 또한 제한되는데, 예를 들어 법적으로 구류된다면 약물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소개한다. 뉴욕에 갔을 때, 심한 감기에 걸렸고 2주 동안 머물면서 그 도시를 보고 들을 수 밖에 없었는데, 코 스프레이를 뿌리고 나자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지하철역 구석, , 공사 현장의 타르, 거리의 가판대의 고기 냄새 등 모든 것이었다. 그때까지 뉴욕이 온전한 것이 아니라 결핍이었다는 것을 느꼈다고 하였다.

 

시몬 드 보부아르는 소설 <모든 인간은 죽는다>에 불사의 몸으로 수백 년 동안 떠돌아다니는 주인공 레몽 포스카를 등장시킨다. 아직 읽어보지 않아서 궁금한 책이기도 하다. 만약 인간이 불사의 몸이 되어 평생 늙지도 죽지도 않으면 축복이 아니라 저주받은 기분일 거라는 생각을 해봤다.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은 철학이 더 이상 변화할 것이 없을 때가 되어서야 뒤늦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 책을 읽으시라. 우리가 따라가야 할 하얀토끼는 먼동이 틀 때쯤 이미 잠에서 깨어 해가 질 때쯤 뛰어오른다. 한번 읽고 철학을 이해할 수는 없으니 자주 읽고 사유하라는 뜻으로 해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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