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거스미스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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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 영화 <아가씨>의 원작 소설인 [핑거스미스]<티핑 더 벨벳>, <끌림> 다음으로 읽게 되었다. 앞서 읽은 책들보다 두꺼운 800페이지 분량이라 걱정이 되었지만 생각보다 술술 읽혔다. 음모와 배신을 리얼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핑거스미스]는 스릴러 소설로 처음으로 부커상 후보에 올라 화제가 되었으며, 2002년 영국 도서상의 '올해의 작가상' 부분을 수상하였다. 이 소설은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수전의 이야기, 2부는 모드의 이야기, 3부는 다시 수전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핑거스미스는 도둑을 뜻하는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은어이자 소설 속 주인공인 수의 직업이기도 하다. 랜트 스트리트에 사는 수전 트린더를 사람들은 <>라고 불렀다. 수는 소매치기들의 집단인 석스비 부인의 집에서 자랐다. 장물아비 입스 씨와 아이들이 몇 명 있었지만 부인은 다른 아이들보다 수전을 아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수전이 열일곱 살이 되었을 때 젠틀먼의 제안을 받는다. 3천 파운드를 받고 상속녀의 하녀로 들어가서 자신이 구혼하는 것을 도와주고 결혼한 뒤 재산을 가로채고 상속녀를 병원에 가둔다는 조건이었다. 수전이 제안을 받아 들인 이유는 17년 동안 키워준 것도 있지만 석스비 부인이 하는 말 때문이기도 했다. <넌 여전히 한몫 잡아야 한단다. 그리고 우리 것도 말이다.>

 

수는 모드의 운명을 알고 있어서 끔찍한 기분이 들기보다 모드에게 상냥하게 대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두 사람은 자매 같았다. 모드와 젠틀먼이 결혼식을 올리고 야반도주를 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그런데 정신 병원에 수전이 끌려가는 것으로 1부가 끝난다. 소설 속 반전은 충격 그 자체였다.

 

다른 방법이 없었어. 모드가 말했다. 내 삶이 어떤지 봤잖아. 난 내가 되어 줄 네가 필요했어.p739


 



2부에서 똑같은 일을 모드의 시점으로 읽으니 색다르게 다가왔다. 모드는 열 살때까지 정신병원에서 키워졌기에 광기 어린 태도를 보이기도 하였다. 삼촌은 모드를 책을 읽고 베껴 쓰기 위한 일종의 기계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모드는 삼촌을 떠나 자유로운 생활을 위해 젠틀먼의 제안을 받아 들인다. 젠틀먼은 모든 계획은 석스비 부인이 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모든 진실을 알고 충격을 받지만 믿으려 하지 않았다. 런던을 벗어나서 브라이어로 돌아가야 한다. 가장 선명하게 드는 생각은 반드시 수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3부에서 수가 겪은 정신병원의 생활은 비참했다. 수는 자기가 사기꾼인 줄 알았지만 너무나 얼간이였던 브라이어에서의 시절을 떠올렸다. 두 악당과 보냈던 나날을 생각했다. 모드를 멍청이라 생각했다니. 모든 일들이 견딜 수가 없었다. 뒤틀린 욕망, 운명, 속임수, 위험한 사랑, 배반이 등장하는 [핑거스미스]는 빅토리아 시대를 무대로 한 레즈비언 소설이지만 그 수위가 약하다. 책 말미에 작가와의 인터뷰에서 저자는 지독한 악당인 젠틀먼을 좋아한다고 말한 것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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