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까지 가자
장류진 지음 / 창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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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까지 가자]는 마론제과 4년차인 정다해, 강은상, 정지송의 일상과 우정을 그린 흙수저 여성 3인의 코인열차 탑승기이다. 장류진의 첫 장편소설이라고 하는데 정말 술술 읽혔다. [달까지 가자]를 읽으면서 그들의 모험이 대단한 것 같다. 주식 책을 읽어보고, 강의를 들어봐도 실행에 옮기는게 쉽지 않은데 말이다. 월급만으로는 부족해! 우리에겐 일확천금이 필요하다! 소설은 정다해의 입장에서 이야기한다. 브랜드실 스낵팀의 다해, 경영지원실 구매팀의 은상 언니, 회계팀의 지송은 서로 다른 경로로 입사하였지만 시기가 비슷해서 인사팀에서 셋의 입사일을 같은 날로 맞추고, 오리엔테이션을 받는 날 처음 만났고 입사동기라고 생각한다.

 

셋은 금방 친해졌다. 은상 언니, 지송이와 이야기 할 때는 첫날부터 우리가 같은 부류라는 걸 직감으로 알았고, 여러 가지 이유들로 집안에 빚이 있고, 아직 다 못 갚았으며, 집값이 싸고 인기 없는 동네에 살고, 주거 형태가 월세이고 원룸에 살고 있다는 공통 정보가 나왔다. 한해 동안 한 일에 대한 성적표를 받는 시간. 평가 등급은 총 다섯 등급으로 나뉘는데 중간인 M을 받으면 무난이라고 한다. 등급에 따라 연봉 인상률이 결정된다.

 

우리는 ‘B03’그룹 채팅방에서 각자의 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회사의 뉴스와 동정과 가십들, 사내 동향, 인맥, 정보로부터 조금은 소외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 B03이 모일 때는 회사에서 조금 떨어진 커피빈으로 향하고, 그러던 어느 날 은상 언니의 들뜬 목소리에 좋은 일이 생긴 걸 직감하고 추궁한 결과 가상화페의 종류인 이더리움에 투자해 큰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은상은 다해와 지송에게 이더리움을 하자고 권했다.

 

다해의 원룸은 방과 화장실 사이에 턱이 없어 조금만 방심하면 물이 넘치는 곳이라 하루 빨리 이사를 하려고 1.2룸을 보고 온 날 눈앞에서 깜빡거린다. 보증금과 월세가 비싼 그곳에 살고 싶어 10년짜리 적금 등 전재산을 털어 이더리움을 구매할 계획을 세운다. 지송의 큰일 날 언니라는 말이 맞을지도 모르지만 은상을 믿어보기로 했다.

 

일상은 그래프 위주로 돌아갔다. 단 한번도 만져본 적 없는 액수의 큰돈이 눈앞에서 왔다 갔다 했다. 은상과 다해는 그래프 화면을 캡쳐해서 B03 채팅방에 공유했다. 지송은 못마땅해서 방을 나가고 다시 초대하고 공지사항에 경고 문구를 적어넣었다. 회사 근처에 연월도사의 출장 사주를 보기로 하였다. 한푼 두푼 모은 전재산을 가상화폐에 걸어두고 퇴사를 꿈꾸며 점쟁이에게 미래를 물어보려는 내 인생에 스스로 황당해서 쓴웃음이 났다.

 

우리 같은 애들은 어쩔 수가 없어.”

우리, 같은, 애들. 난 은상 언니가 우리 같은 애들이라는 세 어절을 말할 때, 이상하게 마음이 쓰리면서 좋았다. 내 몸에 멍든 곳을 괜히 한번 꾹 눌러볼 때랑 비슷한 마음이었다.p193

 

셋은 휴가시즌을 맞아 제주도 여행을 가고, 여행지에서 은상과 다해는 자주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투자한 코인이 갑자기 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송은 지난 몇 달간 가상화폐 이야기만 꺼내도 발작적으로 거부반응을 보였고 무조건적으로 비난했다. 은상과 지송이 말다툼을 하게 되고, 시멘트로 붙여놓은 돌탑에 발이 부상을 입게 되었다. 그날을 계기로 전재산을 쏟아부어 이더리움에 합류하지만 그래프가 계속 하락세였다. 소위 말하는 떡락이었다. 셋은 전례 없는 코인 판의 풍파 속에서 존버엑싯의 기로에 서 있었다. 삼인방은 더 높이 올라서 달까지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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