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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 ㅣ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평점 :
빅토리아 시대 3부작 [티핑 더 벨벳]에 이어 [끌림]을 읽었다. 끌림은 여성 교도소와 영매의 세계를 배경으로 그려진다. 전작처럼 선정적인 묘사는 없었지만 소설 초반에는 무거운 분위기로 책장이 넘어가지 않았다. [끌림]은 상류층 숙녀지만 억압된 삶을 사는 마거릿과 감옥에 갇혔지만 영혼과 자유롭게 소통하는 셀리나. 두 사람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미스터리 로맨스다.
셀리나와 마거릿의 일기형식으로 서로 교차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마거릿 프라이어는 아버지의 죽음과 사랑하는 헬렌이 남동생과 결혼을 하였고 아이도 낳았다. 우울증에 빠졌고, 삶을 끝낼 생각으로 모르핀을 먹었지만 어머니가 발견하여 목숨을 건졌다. 아버지 친구의 도움으로 밀뱅크 감옥을 방문한다. 자선활동을 하기 위함이지만 마거릿 자신도 치유될 것이다. 글로만 접하는 감옥생활은 암울하고 음침하다. 밀뱅크 소장은 한 가지 죄만 짓고 들어온 장기수를 좋아한다고 했다. 감옥의 복도, 죄수들의 생활을 돌아보다 제비꽃 한 송이를 쥐고 있는 한 죄수에게 끌린다.
영혼과 교통하는 영매인 셀리나 도스는 11개월 전에 수감되었고, <사기와 폭력>으로 석방은 4년 뒤였다. 셀리나는 자신을 딸처럼 여기는 브링크 부인의 집에서 머물면서 강신회를 열었다. 매들린이라는 소녀가 영혼을 보고 겁을 먹었고, 그것을 본 부인은 기절을 했고 죽고 말았던 것이다. 도스는 마거릿에게 영혼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게 좋다고 말했다. 도스는 분위기를 바꾸고, 음색을 바꾸고, 자세를 바꾸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다.
감옥을 방문하면 언제나 셀리나를 만나러 갔다. 영혼이 도스에게 올 때는 흥분이 되고 끔찍하기도 하지만 멋지다고 말했다. 여동생 프리실라의 결혼식이 다가올수록 어머니에게 꾸지람을 듣기도 하고 스물아홉인 마거릿은 지루하고 공허한 마음에 밀뱅크를 찾는다. 어느 날 책상에 꽃병이 놓였다. 영국의 겨울에 오렌지 꽃이라니! 누가 소포를 보낸 것인지 하녀에게 물었지만 아니라고 했다. 셀리나에게 갔을 때, 셀리나가 말했다. 이탈리아를 떠올릴 수 있도록, 꽃을 자신이 보냈고, 영혼이 배달한 거라고 했다.
처음 죄수들이 감옥에 오면 물품들을 보관하는 상자를 보다가 셀리나의 상자 안에 든 물건들을 보면 어떤 느낌일지 상상하기 시작했다. 여교도관을 따돌려 본 평범한 셀리나의 상자 안의 물건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마거릿은 셀리나가 한 모든 말이, 지금까지 한 모든 말이 진실임을 알았다. 마거릿의 영혼이 셀리나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감옥을 방문하고 난 뒤, 셀리나를 멀리해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그만 두었어야 했다. 뭔가 둘의 사이가 비밀스럽게 펼쳐지는 가운데 설마 설마 했는데 뒷통수를 쌔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마지막 몇 페이지를 남겨놓고 ... 빅토리아 시대 3부작을 읽으면서 ‘이런 반전이라니’ 말만 나온다. 공포물만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이런게 더 섬뜩한지도 모르겠다.
셀리나, 당신은 곧 태양 아래 있겠지요. 당신의 속임수는 성공했어요. 당신은 내 심장의 마지막 실을 가졌어요. 궁금하군요. 그 실이 느슨해지면, 당신이 그걸 느낄까요?p524
[끌림]은 자유에 대한 갈망을 다룬 소설이다. 밀뱅크 감옥에 갇혀 간수들의 감시 속에 사는 셀리나는 신체의 자유를 원한다. 부족한 것 없어 보이는 상류층 숙녀 마거릿 역시 빅토리아 시대의 풍습과 여자에 대한 편견, 어머니의 간섭으로 인한 속박된 삶으로부터 정신적 자유를 원하고 있다. 남은 한 권 상류 사회 인물들이 펼치는 음모와 사랑, 배신을 다룬 작품이라고 하는 [핑거스미스]를 읽을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