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고통일 때, 쇼펜하우어 - 욕망과 권태 사이에서 당신을 구할 철학 수업 서가명강 시리즈 18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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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교수진의 강의를 엄선한 서가명강시리즈의 열여덟 번째 책이 출간되었다. [사는 게 고통일 때, 쇼펜하우어]는 스테디셀러 <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의 저자의 신작이다. 쇼펜하우어는 사는 게 고통이라고 주장했던 대표적인 염세주의 철학자이다. 그는 왜 삶이 고통이고, 고통에서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는지를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귀를 기울일 만한 소중한 통찰을 제시했다.

 

쇼펜하우어가 15세이던 해, 유럽 여행을 제안한다. 아버지는 상인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17세 때 인생을 고통에 가득 찬 것으로 보게 되었고 23세 때 쇼펜하우어는 삶의 고통이 어디서 비롯되고 그것을 극복할 것인지를 사유하는 데 전념하는 철학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쇼펜하우어가 유명해진 것은, 63세 늦은 나이에 출간한 [소품과 부록]이라는 에세이집이 영국의 한 신문에서 주목을 받게 되면서였다. 톨스토이는 쇼펜하우어를 위대한 천재라고 부르면서, 그가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그가 말했듯이 이 세상이 하찮은 인간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생은 고통과 권태 사이에서 오가는 시계추다.p53

 

인간의 욕망은 아무리 채워도 채울 수 없는 밑 빠진 독과 같다. 한 가지 욕망이 충족되어도, 만족을 얻지 못하는 욕망은 열 가지나 된다. 재물에 대한 욕망에 사로잡혀 있을 때 1억 원을 갖든 10억 원을 갖든, 우리는 만족할 줄 모르고 더 많은 돈을 원한다. 아무리 많이 가져도 우리는 항상 부족하며 결핍감으로 인해 고통을 느낀다. 심지어 천국에 가도 크게 행복하지 않을 거라고 봤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을 이성의 동물이라기보다는 욕망의 동물로 보았다.

 

쇼펜하우어의 염세주의는 염인주의, 즉 인간을 혐오하는 사상과 통한다. 평생을 결혼도 하지 않고 개 한 마리와 함께 살았는데 헤겔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헤겔에 대한 경쟁의식에 사로잡혔고 학생들은 헤겔의 강의실로 몰려갔다. 자신의 기대가 무참히 깨지자 적개심은 더욱 심해졌다. 개에게 헤겔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화가 날 때마다 개에게 이놈의 헤겔이라고 욕을 퍼부으면서 화풀이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개의 충직함에 감동하여 개가 인간보다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후 아트만으로 바꾸게 된다. 아트만은 인도의 우파니샤드에 나오는 개념인데, 우리 내면의 참된, 영원한 자아를 가리킨다.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행복을 위한 세 가지 조건은 참된 자아, 물질적 자아, 사회적 자아라고 하였다. 명랑하고 낙천적인 성격의 사람은 매사를 긍정적으로 보지만, 우울하고 비관적인 성격의 사람은 매사를 부정적으로 본다. 똑같은 비참한 처지에서도 어떤 사람은 자살하지만, 어떤 사람은 자살하지 않는다. 명랑한 사람이냐 아니냐에 따라서 그 상황은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정신이 풍부한 사람은 아무리 고독한 곳에서도 독서를 하거나 사색을 하면서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쇼펜하우어는 세르반테스를 든다. 그는 비참하기 그지없는 감옥에서도 흥미진진한 소설 [돈키호테]를 썼다. 이에 반해 정신이 빈약한 사람은 많은 사람과 교제하거나 연극을 보고 여행을 하며 세속적인 향락을 누리더라도 권태와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죽음에 대한 불안과 어떻게 해서든지 죽음을 피하려는 욕망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죽음이 임박해 올 때 우리는 죽음을 개체로서의 자신이 종말을 맞이하는 것으로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죽을 때 겪게 되는 고통이 아니라 개체의 소멸이다. 살려는 의지로서의 개체는 자신에게 주어진 생을 무조건적으로 영속시키고 싶어 하기 때문에 죽음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에서 가장 많은 영감을 얻은 예술가는 누구인가? [의지와 표상의로서의 세계]를 처음 접했던 바그너는 네 번이나 읽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2막을 쓰다가 병이 났는데 바그너는 건강 회복을 위해서 쇼펜하우어의 책을 읽었다고 하며 심지어 쇼펜하우어에 대한 꿈까지 꾸었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누구나 사는 게 어렵고 고통이라고 느낄 때, 기존 감성 에세이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왜 삶은 고통인가! 가장 지적인 방법으로 내 인생과 화해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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