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만세 소설, 향
오한기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한기의 [인간만세][소설, ]의 다섯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소설은 답십리도서관 상주 작가 경험을 토대로 쓴 것이다. 문화예술위원회의 청탁을 받았고 에세이는 자신 없고 소설도 상관 없다고 하여 소설가 의 이야기를 쓰기로 한 것이다.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데 유머스럽기도 하지만 정리하기가 어렵고 독특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소설은 상주 작가로서 행복했던 기억을 더듬었다. “내 인생을 기록하자라는 타이틀의 자서전 쓰기 특강을 마친 뒤, 60대 수강생들과 글을 모아 책을 만들었던 기억이다. 유전적으로 시력이 감퇴되고 있는 전직 교수는 쌍둥이 손자들을 시켜서 책을 읽게 하고 용돈을 주는 열의를 보였다.

 

교수는 대체 문학은 무슨 의미가 있는 거죠? 소설에는 어떤 가치가 있는 거냐고요. 이 질문이 교수의 트레이드마크였다. 교수는 답고독의 유일한 회원이 되었고, 교수를 로봇이라고 여기고 KC로 이름을 지었다. 문학은 대체 무슨 가치가 있는 거죠? 끄끄끄끄끄끄. KC가 이 소리를 내봤다. 양가적인 감정이 로봇에게 있을 턱이 있나. 인류애에서 비롯된 감동이 가득한 인간 본연의 아름다움을 소설화해 보기로 했다. 똥이야말로 인간의 트레이드마크이다. 인간 이꼬르 똥입니다. 이건 인간만의 이야기입니다!

 

후배가 내 소설에는 리얼리티가 결여돼 있다고 했다. 리얼리티라. 어떤 게 있을까. 도서관 상주 작가 작업실에 대체 뭐가 실존하고 있을까. 기대해. 진정한 리얼리즘 소설을 보여줄게. 그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단연 귀염둥이 똥 똥이다. 줄여서 EE라고 부른다. EE의 서식지는 도서관 천장. 집단생활을 혐오해서 도서관마다 한 마리씩만 서식한다. 보통 변기에 무언가를 넣어서 도서관의 변기를 막히게 한다. EE는 변기가 막혀서 당황한 사람들을 보곤 희희낙락한다. 그만큼 장난기가 많다.

 

민활성이 작가 선생님 무슨 책을 썼나요? 물었다. 홍학이 된 사나이. 똥학이 된 사나이? 홍학이라니까! 똥똥이라니까! 까르르. 까르르 웃기만 했다. 초등학교 대상 동시 교실을 열었고, 무선마이크를 4학년이던 민활성이 가져가 버린 것이다. 그 후로 똥! 이라는 말이 강의실 밖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도서관에 울려 퍼지곤 했다.

 

소설에서 재미있었던 것은 진진과의 우정과 그들이 남긴 에피소드이다. 상주 작가 지원자였는데 나 때문에 떨어졌고 뒷조사를 해보니 심사위원이 학연으로 얽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자신도 장편을 쓴 작가라고 밝혔고, 차기 상주 작가가 되겠지만 땡땡이를 치고 영화를 보러 간다든가 하는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보는 듯했다. 무언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상주 작가를 해고하라는 요구는 하지 않겠지만 도서관 측에서 제대로 교육시키지 않는다면 1인 시위라도 할 생각이라고 했다.

 

상주 작가로서 도서 대여, 도서 운반, 서가 이동, 특강 기획, 수서 업무들은 어렵지는 않았지만, 흥미를 유지한 건 연체 도서 독촉 업무였다. 왜 책을 반납하지 않은지 연체자 리스트를 보고 전화를 걸어서 반납을 촉구하는 게 다였다. 소설에서는 연체자를 직접 찾아가니 혀를 내두르고 반납을 하였다. 나의 경우 도서관 근무 할 때가 떠올랐다. 연체자 독촉 전화가 제일 싫었다. 한 번에 책을 가지고 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져온다는 날짜에 안 가져오고 전화를 하면 깜빡 잊어버렸다고 한다. 아마 오래 되어서 분실을 했을 수도 있고 그럴 때면 똑같은 책을 사오든가 책 값을 지불해야 한다.

 

[인간만세]는 작가가 답십리 상주 작가로 지내며 [나는 자급자족한다]라는 작품을 완성하기까지의 이야기라고 하였다. [인간만세]에 등장하는 창작론은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메타소설로 읽게 만드는 요소일 뿐 아니라, 동시에 [나는 자급자족한다]라는 구체적인 작품의 자가 비평으로 읽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문학이 무엇인지, 소설에는 어떤 가치가 있는지보다 도서관이 더욱 가깝게 느껴지는 기분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