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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의 밖에서, 나의 룸메이트에게 ㅣ 문학동네 청소년 53
전삼혜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4월
평점 :
나의 자유. 나의 등을 밀어 준 바람. 나의 울음 가득한 밤을 지켜 준 사람. 나의 룸메이트.p193
리아는 달에 온지 여섯 달이 되었다. 문라이터를 보수하러 가는 출장은 사실 근신 처분이었다. 상급생 남자애들과 싸웠다. 하필이면 인사평가 기간에 말이다. 지구와의 통신이 끊어지고 데이터가 더 이상 달에 닿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리아는 우주에서 유일하게 문라이터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이었고, 지구의 유일한 기록이 될지도 모를 메모를 남긴다. 룸메이트 세은이 마지막으로 무슨 말을 했더라 통신 기록을 불러 왔다.
제네시스가 문라이터 사업으로 돈을 벌어서 섬에 학교를 만들었다. 보호자 없는 아이들에게 특별한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제네시스에서 최고의 수재인 최세은은 5년 넘게 걸린다는 우주기상제어관 3급 시험을 3년 만에 합격했다. 세은이 국장인 싱에게 꼬리를 쳐서 열일곱 살 주제에 시험에 합격했다는 헛소리를 한 로빈을 리아가 때렸다. 리아는 네 달을 넘길까 말까한데 여섯 달이나 살아남았고 한 달을 더 살아갈 산소와 식량을 남겨 두었다.
언젠가부터 소행성 덩어리들은 자꾸만 방향을 틀어 지구로 날아왔다. 소행성이 지구를 파괴하는 건 신의 심판이라고, 신의 피조물인 달을 인간 마음대로 다루려고 하기 때문에 신이 지구를 심판하려 한다. 제네시스는 돈을 투자해 소행성을 공격하는 장치를 만들어 냈다.
리아는 자주 싸웠다. 누군가 시비를 걸면 조용히 넘어가는 일이 드물었고 리아가 자란 보육원의 생활 방침이었는지도 몰랐다. 후견인 없을 것, 출생 기록상 열두 살부터 열다섯 살 사이일 것, 원격 테스트를 통과할 만큼 뛰어날 것, 그것이 제네시스에 입학할 수 있는 세 가지 조건이었다. 달에 정비 출장을 가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기초대사량이 적고 참을성이 많으며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 리아는 가끔 달에 갔었다. 마사가 제롬을 불러 세 달을 버틸 수 있는 식량과 산소장치를 우주선 화물로 준비해 달라고 했다. 리아가 탄다고 할 때 제롬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제롬은 리아를 통해 달 위에 서 있는 자신을 떠올렸다.
내전지 가까이 있던 보육원에서 지뢰로 두 다리의 절반을 잃은 리우는 눈이 잘 안보이는 슈와 서로의 짝이 되었다. 슈에게 공부를 배워 시험에 통과하여 제네시스에 오게 되었다. 리우가 살던 지역에 산사태가 났다는 뉴스와 실종자 명단에 슈의 이름을 보게 되었다. 단은 열 일곱이 되자 월면도제작반의 단독 직원이 되면서 가짜 지도를 만들라는 명령을 받는다. 루카의 부모님은 로켓 엔지니어였는데 발사 현장이 폭발하여 사망하였다. 부모를 잃은 아이들은 모여서 ‘제네시스의 아이들’이 되었다. 루카는 일반인이 되어 캐롤린으로 살게 된다.
리아를 달로 보내 버린 것은 세은 자신이었고 기상제어관 1급 시험을 치기로 결심한 것도 세은이었고, 밤새워 공부하다 소행성 B-3844의 이동 궤도가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모든 것은 세은의 선택이 낳은 결과였다. 기상제어관 1급 시험에 합격하면 국장에 준하는 대우를 받고 스무 살 이후의 평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구를 피해 가도록 하는 궤도 조정은 실패했고, 외부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소행성이 제네시스를 향하게 해놓은 것이다. 제네시스에서 살아 남는 방법은 제네시스를 떠나는 것밖에 없었다. 리아는 달에 간적이 있어서 지구를 벗어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었다. 리아가 빨리 돌아오기를 빌었다. 세은은 마지막 사람을 불렀고 메시지를 저장하고 부스 안에서 심호흡을 했다. 세은과 제네시스 아이들의 소망대로 리아는 지구로 돌아올 수 있을까. 에필로그에는 궁금한 답을 남겨 놓았다.
[궤도의 밖에서, 나의 룸메이트에게]는 현재의 시공간에 매이지 않고 앞으로 뻗어 나가기 위해 더욱 치열하게 현재를 파고들어야 하는 SF문학, 오늘날을 살아가는 청소년이 살아갈 미래를 염두에 두어야만 하는 청소년 문학이기도 하다.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