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아니라 방에 삽니다 - 애매하게 가난한 밀레니얼 세대의 '돈'립생활 이야기
신민주 지음 / 디귿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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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애매하게 가난한 밀레니얼 세대의 립생활 이야기다. 20201, 밀레니얼 세대들이 뭉쳐 기본소득당을 만들었다. 모두에게,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일정한 돈을 지급하겠다는 이 정당에 1020 청년들이 열광했다. 이 모든 이야기는 최소한 모든 사람이 삶을 지탱해주는 동등한 기회 정도는 가지고 태어나야 한다고 믿었던 어떤 사람들의 아이디어로부터 시작된다.

 

저자는 집이 아닌 방에서 살게 되자 과연 안전한 자기만의 방에 살고 있는지 의심스럽기만 했다. 지옥고에 사는 무주택자 친구들을 보고, 자신의 다섯 평짜리 원룸에 누워 생각한다. ‘우리는 과연 집에 살 수 있을까?’ 저자는 버지니아 울프를 좋아한다. 매년 500파운드의 돈이 있어야 돈 걱정 없이 창작할동을 할 수 있다는 말이 기본소득을 쉽게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울프가 지금까지 살아 있고, 우연히 한국에 와서 다닥다닥 붙은 고시원과 원룸촌을 봤다면 깜짝 놀라 자빠질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기본소득이 실현되지 않았나요?”라는 질문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할 때 생각보다 많은 어린이가 아동 급식 카드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음식점이 근처에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드로 과자도 사탕도 살 수 없어서 아이들이 편의점에서 살 만한 게 별로 없었다. 고작 만원으로 하루 세 끼를 해결하기에는 넉넉하지 않은 금액이었다.

 

기본소득이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한다라는 명제가 아닌 애초에 가난한 사람들이 없는 사회는 불가능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하는 제도여서 마음에 들었다. 방청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웃음을 만 원 정도의 돈으로 팔고 있다 보면 급전이 필요해서 이 일을 계속하는 사람들이 또 있지는 않을까. 저자는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소설책을 쓰는 멋진 할머니가 되고 싶었는데, 당장 다가올 30대가 무섭고 모든 친구가 결혼을 해서 나를 떠나가면 어쩌지. 시민 단체 대표 임기가 끝나고 일자리가 없을 몇 개월 후가 무서웠다.

 

기본소득은 모두에게 조건 없이, 개별적이고,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소득이다. ‘누군가를 상정하지 않고 언제나 모두를 부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본소득이 모든 소수자를 위한 복지를 없애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특성과 관련 없이 모두가 최소한의 것을 보장받고, 선별 대신 필요에 따라 도움을 요청하는 사회가 더 바람직하다고, 기본소득론자들은 긴 시간 주장해왔다. 장애를 증명해 보인 후 등급을 부여 받고, 부양할 가족이 있다고 수급자에서 탈락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필요에 따라 복지를 받을 수 있는 것이 모두의 권리가 돼야 한다.

 

온전히 혼자 독립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독립한 후에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간다. 아등바등해서라도 혼자 살기를 사회에서 요구하다 보니 우리는 쉽게 누군가의 도움을 잊어버리고 산다. 허나 누군가의 도움에는 당연히 사회의 도움이 포함돼야 한다.p138

 

국회의원 용혜인은 국회 발언대 앞에 서기로 결정한 참이었다. 4차 추가경정예산이 2차 재난 지원금 선별 지급으로 이어질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반대한 의원은 그가 유일했다. 1차 재난 지원금이 전 국민에게 지급됐다. 가구 단위로 지급됐다는 점, 홈리스나 이주민, 난민 등 예외 대상이 있었다는 점, 일회성으로 끝이 났다는 점이 한계이긴 했지만 많은 이에게 단비가 됐다. 코로나19라는 이름의 재난은 그 이후로도 계속됐다. 일터에서 잘리고, 가게는 문을 닫았다. 2021년 예산안을 심의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우리는 재난지원금무새처럼 또다시 재난 지원금을 요구하며 거리에 섰다. 가망 없어 보일지라도 누군가는 말해야 했다.

 

기본소득은 무엇의 대가로 주어지지 않는다. 임금노동을 하는 사람도, 안 하는 사람도, 가사노동을 하는 사람도, 안 하는 사람도 기본소득을 받을 수 있다. 임금노동 외에 돈을 받을 수 있는 창구가 생기게 된다면 돈을 받는 일만이 소중하다는 믿음을 그만큼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2016년 겨울, 기본소득 공부를 시작했다. 기본소득이 도입된 다음에는 미래의 사람들에 대해 믿음을 가지고 사는 거지. 기본소득이 도입된다고 해서 남자가 여자를 그만 때리고, 갑자기 임금이 팍팍 오르고, 사람들이 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책 은평구 버지니아 울프가 전하는 명랑하고 쾌할한 돈 이야기. 그녀를 응원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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