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활 건강
김복희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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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여성 시인 열 명의 생활 건강 에세이다. 일년 이상 코로나19로 인해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들이다. 새로운 시대에 주목받고 있는 시인 열 명(김복희, 유계영, 김유림, 이소호, 손유미, 강혜빈, 박세미, 성다영, 주민현, 윤유나)은 어떻게 일상을 살아갈까. 젊은 여성 시인들의 생활을 들여다보는 좋은 시간이었다.

 

좋아하는 일은 특별히 애쓰지 않아도 그냥 할 수 있었고 잘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 일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할 수 있었다. 밤잠 없는 어린이었을 때 아침마다 등교하는 일이 힘들었는데 초등학생 장래희망이 프리랜서였다. 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을 소속처가 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완벽하게 프리였던 것이다. 매일 오는 재난 문자에 더는 놀라지 않는 것처럼 이젠 갑자기 튀어나오는 귀신이나 범죄자에 놀라지 않는다.

 

바닥에 놓인 고구마를 들다가 허리를 삐었다는 작가도 있었다. 오랜만에 아프다는 핑계 김에 가족의 관심을 받는 게 나쁘지가 않았다. K는 다섯 가지 직업를 가진 인간으로 K의 신조는 일단 시작하고 보기로 한다. 내 공간 안에서 생활을 펼쳐놓는 것. 그곳에서 삶을 지속하는 것, 과정이야말로 세상에서 이룰 수 있는 최대치의 행복 같았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실내 운동은 보통 집에서 한다. 유튜브에 다양한 요가 선생님이 있고 동영상을 클릭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대체로 변함없이 반복되는 일상과 규칙적인 생활을 좋아한다. 그리고 일상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 약간의 변칙을 주는 걸 좋아한다.

 

김복희/굴러가는 동안 할 수 있는 일

좋아하는 일 중에 가장 많이 하는 것은 마시기, 읽기, 쓰기다. 좋아하는 까닭은 저 일들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면서도 우리가 되어 할 수 있는 일이어서다. 특히 쓰기보다 읽기를 더 오래 해온 탓인지 말하는 것보다 상대방의 말 듣는 것을 훨씬 좋아한다. 인간을 각자 자신의 알고리즘(건강)을 수행하며 작동하는 기계라고 비유하고 싶다.

유계영/몸 맘 마음

밥 먹지 않겠다고 숟가락을 피해 도망 다니는 나를 부둥켜안은 그가 있었기 때문에, 나의 육체가 이루어진 것인지 알지 못한 채 펑펑 썼다. 다섯 살의 기억, 전업주부였던 엄마를 떠올리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진다.

이소호/고독한 소호 방

일기를 쓰는 일을 굉장히 좋아해서 말을 가리는 법을 몰랐기 때문에 세밀하게 하루를 적어놓았고, 수치심도 몰랐다. 코로나 1년 차가 되어가자 자기 의지를 상실한 채, 이제 별걸 다 물어보기 시작했다. 배달시켜 먹을까 말까 잠시 생각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들을 적는다.

 

내가 쓰지 않으면 오늘은 아무 날도 아니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p82

 

강혜빈/미안하지만 아직 안 죽어

시 쓰고 산문 쓰고 사진 작업을 한다. 과외를 하고, 주말에는 시 수업을 하러 가고, 스튜디오로 촬영도 종종 하러 간다. 완벽함이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허상에 불과하다. 그저 스스로 세운, 자신만의 기준일 뿐이다. 열정은 원동력이 되어 움직이게 하지만, 인간의 에너지는 유한하다.

박세미/건축하기 거주하기 사유하기

1951년에 하이데거는 [건축하기 거주하기 사유하기]라는 논문에서 건축과 거주라는 단어의 어원을 추적하며 두 가지 의미가 다르지 않고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음을 밝혀낸다. 나의 방에서 건축하기를, 거주하기를 사유해본 적 있었던가?

주민현/사랑의 색채, 단 하나의 색깔

사람들이 왜 그렇게까지 미술관에 가는 걸 좋아하는지 물으면 그냥 좋아라고 말한다. 마치 우리의 인생처럼. 하나의 그림이 내 마음의 풍경과 겹쳐지며 새로운 풍경이 만들어질 때의 기쁨이 있다.코로나 19로 인해 36년을 살다가 작년 한 해는 엄마를 가장 덜 만난 1년이 되었다는 유계영 시인의 말처럼 부모님께 안부 전화로 대신하게 된다. 좋은 사람들과 편하게 만나는 날이 빨리 오기만을 기다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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