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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내 책 - 내게도 편집자가 생겼습니다 ㅣ 난생처음 시리즈 4
이경 지음 / 티라미수 더북 / 2021년 3월
평점 :
[난생처음 내 책]은 이경 작가의 세 번째 책이다. 예순여섯 곳의 출판사에 투고한 끝에 메타소설인 첫 책을 출간하고, 두 번째 책은 스물네 곳의 문을 두드린 끝에 출간했다. 이 책은 출간의 여러 방법 중에서도 ‘투고’를 통해 편집자를 만나고 출간을 해낸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전한다.
1만 자의 메일을 보내준 편집자가 한 작가 지망생의 구원 천사가 되어줄 수 있을지, 혹은 기대감으로 잔뜩 부풀어 오른 마음을 다시금 반려라는 바늘로 터트려버릴지. 편집자의 의견대로 원고를 고쳐나가기 시작했다. 한 편집자는 인터뷰를 통해 편집자 인생 7년간 투고 원고로 책을 낸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다고 했다. 글을 쓰고 출간을 준비하는 과정은 한없는 기다림의 연속이다. 이 기간 동안에도 마음속으로 구원의 천사라고 부르기 시작한 담당 편집자와 꾸준히 메일을 주고받았다. 김서령 작가가 한 일간지에 쓴 <교정지>라는 글을 읽었다. 교정을 본다는 건 원고와 작별 인사를 나누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래서 미련 많은 여자처럼 자꾸 뒤돌아본다고도 썼다.
책 제목 못지않게 저자명도 고민스러웠다. 본명이 중성적이기는커녕 여성이 많이 쓰는 이름이라는 점에서 고민이 들었다. 이름에서 한자를 떼고 이경으로 정했다. 첫 책을 준비하면서 표지 날개에 들어갈 저자 소개 글을 써야 했고, 그 마지막에 이렇게 적어 두었다.
필명 ‘이경’은 아내가 불러주는 이름이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 사람들은 책의 보도자료를 얼마나 신뢰할까. 사실 독자들은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보도자료를 믿지 않을 확률이 높다. 100통이 넘는 메일을 주고받고, 책도 한 권 낸 그 시간 동안 전화 통화를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급하다 싶을 때는 문자를 주고받았을 뿐, 신기하리만큼 전화 통화 없이 일을 진행해나갔다.
출판사 대표가 기획하는 글을 써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기획하고 목차까지 짜주는 거니 1쇄에 대한 인쇄는 없다고 했다. 책이 망해도 저자에겐 책이 남지만, 출판사로서는 출간하는 모든 비용을 대고서 망하면 곤란하니, 결론은 제가 즐겨 듣지 않는 음악이라 아무래도 자신이 없다는 말로 메일을 보냈다. 글을 쓰며, 출간을 준비하며 겪은 단연 가장 이상한 사람이었다. 작가 지망생이 이런 제안을 받는다면 헐값에 자신의 글을 팔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가끔은 작법서 한 권보다 글쓰기에 관한 짧은 명언이 더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짧고 명쾌한 문장은 의외로 생각할 거리를 많이 안겨준다. 머릿속에 간직하고 있는 글쓰기 팁 대부분은 글쓰기라는 삶 속에 앞서 뛰어든 사람들의 명언이다. 신춘문예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화려한 등장에 있을 것이다. 새해 첫날 신문에 글을 띄우며 멋스럽게 등장할 수 있지만, 꾸준히 글을 쓰지 못한다면 상금 한 번 받고 잊힐 수도 있다. 신춘문예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출판사 문을 두드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걸리는 병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내 글 구려 병‘이고, 하나는 정반대 성격의 ’작가 병‘이다. 내 글 구려 병에 걸리면 자신감은 끝을 알 수 없는 바닥을 향해 가라앉는다. 작가 병에 걸리면 자신감을 넘어 자만심이 넘쳐흐르게 되고 주변의 어떤 이야기도 안 들리는 지경에 빠진다.p176
<소년의 레시피>를 쓴 배지영 작가와 랜선 친구가 되었고 1년간 글을 주고받았다. 비밀댓글을 달아가며, 책 이야기, 원고 이야기, 투고 이야기 등을 나누었던 것. 그렇게 나눈 이야기는 데뷔작의 소재가 되어 이른바 메타소설이라는 멋들어진 이름으로 출간되었다. 가제에 쓰인 ’구원의 천사‘는 제임스 미치너의 <소설>에 등장하는 표현이었다. <난생처음 내 책>은 분명 글쓰기 관련 에세이지만, 실용적인 내용은 그리 많지 않고 이제 겨우 두 권 낸 초보 글쟁이의 경험담과 생각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실용적인 팁을 하나 건넨다면, 제목은 중요하다는 것이다.
늘 어딘가에 글을 써오긴 했지만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은 도통 하지 못한 채 서른 중반을 넘긴 직장인, 그런 저자가 누군가의 '책 한번 내보면 어때?'라는 말에 혹해서 출간의 꿈에 빠져든다. 마냥 꽃길은 아니지만 수없이 투고하고, 희박한 확률 속에서도 계속 문을 두드리니 화답해주는 출판사가 있었고, 편집자를 만나, 첫 책을 내고 작가의 꿈을 이룬 사람이 전하는 글쓰기와 출간에 관한 이야기, 저자의 경험담이 작가 지망생이나 책을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