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용도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마크 마리 지음 / 1984Books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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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용도]는 아니 에르노와 그녀의 연인인 마크 마리가 함께, 관계 후 어지러진 풍경을 사진 찍고 사진 위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의 기록이다. 이 책에서 M은 마크 마리이고, A는 아니 에르노를 말한다. 놀라운 것은 마크는 무려 22살 연하이다. 40여 장의 사진 중에 14장을 골랐다. 완성하기 전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상대에게 보여 주지 않고, 한마디 언급조차 하지 않으며, 각자 자유롭게 글을 쓰기로 합의했다. 이 규칙은 마지막까지 엄격하게 지켜졌다.

 

사진을 찍기 시작했을 때, 아니 에르노는 유방암 치료 중이었다. 글을 쓰면서 사진에는 부재한, 삶과 죽음 사이의 불명확하고 어처구니없는 싸움이 일어나는 몸 안의 또 다른 장면들을 언급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각색된 기억속에서 어느 순간 2003년의 봄의 모습이 떠오를 수 있게. 생각마저도 움직일 수 있도록. 지금 생각해보면, 사랑 후에 어질러진 풍경의 상()을 항상 보존하고 싶어 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이 사진의 무질서함이 좋다. 우리는 아침 식사를 막 마쳤고, 침대 시트는 구겨졌고, 베개는 푹 꺼졌다. 침대 위, 바로 책상 앞에 놓인 것은 틀림없이 A의 검은 실크 셔츠일 것이다. 이곳에 머물면서 처음으로 그녀는 내게 민머리를 보여 준다. 그 당시 브뤼셀에 등장하여 곳곳에 포스터가 깔린 애니 레녹스를 닮았다.

 

그녀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나는 그곳에 앉았다. 그녀에게 편지를 쓰기 위해서, 어떤 느낌인지 보기 위해서였다.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A가 혼자 있는 퀴리에, 면회는 저녁 8시에 끝났다. 간호사들과 간병인들은 나의 존재를 호의적으로 보았다. 젊은 연인들처럼 애처롭게 생각했던 것 같다. 프랑스 여성들의 11%가 유방암에 걸렸고, 유방암을 앓고 있다. 3백만 여성이 넘는다. 꿰매고, 스캔하고, 붉은색, 파란색 그림으로 표시하고, 방사선을 쬐고, 재건한 삼백만의 가슴이 셔츠와 티셔츠 안에 감춰져 있다.

 

우리는 사진 촬영을 계속한다. 어떤 장면도 절대 서로 비슷하지 않기 때문에 무한적으로 계속할 수 있는 행위다. 유일한 한계는 바로 욕망이다. 일 년 전, 우리가 만나기 며칠 전에, 나는 A에게 메일을 보내 축제 기간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상점들의 야단법석과 11월 중순부터 사람들을 사로잡는 소비 열풍이 거슬리는 것이다. 그녀의 답장의 어조를 봤을 때, 우리가 같은 생각을 했음이 분명했다. 나의 경우 헤어지게 될 아내의 가족들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준비했다. 내 자리가 아닌 것 같았고, 우리 커플은 갈라서는 중이었는데 기분 좋은 척을 했던 괴로운 기억이다.

 

M은 사진은 화랑에 걸린 추상화 작품을 찍은 것 같다. 방의 노란 벽과 아침 햇살이 지나간 길을 따라 표백되어 색이 다른, 두 개의 구역으로 나뉜, 우리들의 속옷과 부츠가 어질러진 녹색 카펫을 단번에 대입하는 것도, 사막의 장미 속에서, 너무 짧아서 그때 한 번만 입었던 원피스를 알아보는 것도 불가능하다. 몇 개월 동안 현존하는 모든 기술로 내 몸 구석구석을 수없이 많이 검사하고 촬영했다. 이제 그게 무엇이든 뼈와 신체 기관 안에 들어 있는 것은 본 적도 없고, 보고 싶지도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검사를 할 때마다 무엇을 찾아낼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어야만 했다. 트루빌에서의 수술을 받고 15일이 지난, 2월의 어느 일요일이었다. 나는 M 위에 쪼그리고 앉았다. 마치 그가 내 뱃속에서 나온 것처럼, 그의 머리가 내 허벅지 사이에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탄생, 제목은 정해졌다.

 

아니 에르노 작품을 읽으면서 나라면 자신의 모든 것에 이렇게 솔직하게 쓸 수 있을까 상상을 못할거 같다. 글로 쓰인 이 사진들이 기억속에서 혹은 독자들의 상상 속에서 다른 장면으로 바뀌어야만, 현실 그 이상의 것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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