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장소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미셸 포르트 지음, 신유진 옮김 / 1984Books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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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작가가 글을 쓰는 장소에서 20111, 미셸 포르트와 인터뷰다. 아니 에르는 두 권을 제외하고 모든 책을 이 집에서 집필했다. 1980년 초 남편과 이혼을 한 후 이곳에 남아 34년째 살고 있다. 다른 곳에 사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글쓰기에서 많든 적든 기대하는 것과 유사한 위험에 빠트리는 형식으로 나타났다. 인생에서 단 한 번도 글의 상상적, 실제적 공간의 주변을 이토록 배회했던 적은 없었다. 글쓰기는 <진정한 나만의 장소다>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남자의 자리소설을 쓸 만큼 아버지의 사랑을 받았고 불 같은 성격이지만 페미니즘 어머니를 둬서 작가의 꿈도 이룬 것이 아닌가 생각을 했다. 그 시대에 사립학교를 보내줄 만큼 열성적인 부모님을 두어서 가능한 일이다. 저자의 글은 부모님이 운영하셨던 카페 겸 식료품점이 있는 이브토에서 출발하여 작품이 탄생하는 세르지, 그녀의 집에서 잠시 마침표를 찍는다.

 

부모님들은 언니의 죽음을 숨겨 왔다. 그녀가 태어나기도 전 6살 언니는 디프테리아로 사망했다. 어머니는 한마디도 안했고 물은 적이 없었는데 치매를 앓으면서 <나는 딸이 둘 있습니다> 라고 의사에게 말했다. 기억을 잃어도 가슴에 묻은 아이는 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사춘기가 되자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 등을 읽게 하면서 감시하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경계하셨던 것은 자신의 딸이 임신하는 것이었다. 딸이 결혼하기 전까지 강박 속에 사셨다. 그러나 저자는 남자애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것을 어머니는 기가 막히게 알아냈다. 저자의 어머니가 이해가 되고 공감한다. 어느 시대이든 딸 가진 부모의 마음은 같을 테니까.

 

페미니즘과 관련하여 첫 번째 모델은 어머니였다. 키우는 방식, 세상을 사는 방식, 열정적인, 무슨 일이든 자신에게 강요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방식에 있어서 그랬다. 침대와 독서를 자랑했던 저자를 엄격한 눈빛으로 보던 선생님이었다. 모든 시간을 공부와 놀이, 독서에 쓰였다.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강렬한 사건이 글쓰기에 대한 욕망을 바꿔 놓았다. 심근경색을 앓으셔서 일주일을 같이 보내려고 했는데 아버지는 사흘만에 돌아가셨다. 그 모든 것들이 존재하지 않는 장소가 바로 글이다. 글은 하나의 장소이고, 비물질적인 장소, 상상의 글을 쓰지 않는다고 해도, 기억과 현실의 글쓰기 역시 하나의 도피 방식이다.

 

빈 옷장은 의식하고 정치적으로 쓴 책이다. 문화적인 지배, 경제적인 지배에 반하여, 1972년 불법 낙태를 강요당한 여성들을 지배한 것에 반하여, 서민적인 단어, 노르망디의 단어들을 전달하는 언어로 글을 쓰는 방식을 선택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개입하는 것은 그것이 아주 작은 변화라고 할지라도, 할 말, <주제>의 문제만은 아니다. 그렇지만 물론 그것도 포함되기는 했다. 글쓰기는 교육과 수치심을 통해 드니즈라는 화자에게 행사되는 보이지 않는 긴 폭력성을 지녀야 했다. 남자의 자리의 형식을 찾는 데는 시간이 더 걸렸다. 빈 옷장처럼 드러나진 않지만 억제되었을 뿐, 그것만큼이나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 폭력성을 지닌, 사실을 바탕으로 한 글쓰기였다.

 

1960년대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누보로망의 영향권에 들어갔다. 1970년대에는 실질적으로 여성 운동권에 속하지는 않았지만 여성 운동이 자신에 대한 글쓰기의 원동력과 격려가 됐다. 글을 쓸 때는 완전히 혼자지만, 반드시 시대와 글을 쓰는 다른 사람들과 연결이 되어 있다. 그러나 글을 쓸수록 타인들의 글에 둘러 싸이는 것은 더욱 멈추게 됀다. 아니 에르노 작품을 읽으면서 왜 우리는 글을 읽고 생각해야 하는지, 진정한 나만의 장소는 어디일까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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