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잔에 담긴 인문학 - 한 잔에 담긴 깊은 이야기를 마시다
황헌 지음 / 시공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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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잔에 담긴 인문학]은 저자가 실제 경험한 이야기와 와인과 연관된 인문학적 스토리를 씨줄, 날줄로 엮어 꾸몄다. 첫 페이지부터 통독해도 좋고 읽는 사람의 독서 습관이나 관심에 따라 선호하는 제목 위주로 읽어도 좋게 꾸몄다. 저자는 와인 책을 집필하는 동안 가끔 세상을 떠나신 어머니를 떠올린다. 사랑채에서 어머니는 안동 소주를 직접 고아내셨다. 이 책을 다 읽었다면 와인을 즐기는 노하우도 알게 될 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 명사들 중에서도 와인과 사랑에 빠진 이들이 여럿 있다. 그리스의 와인 역사는 5,000년이 넘는다. 호머를 비롯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고대 지성들 대다수가 포도주를 즐겼다. 파스칼과 나폴레옹, 빅토르 위고부터 시작해서 여러 대문호들 또한 와인을 즐겼고 와인을 사랑했다. 프랑스의 보르도 1등급 와인으로 꼽히는 샤토 마고는 헤밍웨이가 평생 가장 좋아했던 와인이다. 얼마나 마고 와인을 좋아했던지 손녀의 이름을 마고 헤밍웨이로 지을 정도였다.

 

신은 물을 만들었지만, 인간은 와인을 만들었다.” 숱한 지성들이 와인을 예찬하는 명언을 남겼지만 빅토르 위고가 남긴 이 말만큼 함축적이고 상징적인 표현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p38

 

유럽의 다른 나라들이 생산하는 스파클링 와인에는 각각 고유의 명칭이 붙었다. 독일에서는 젝트, 이탈리아에서는 스푸만테, 스페인에서는 카바 혹은 에스푸모소로 각각 다르게 명명해서 출고한다. 프랑스는 2015년 샹파뉴 지방의 샴페인 와이너리와 지하 와인 저장 동굴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올렸다. 프로방스에서는 2017년부터 핑크 로제 페스티벌이 열린다. 그전 가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든 신선한 로제 와인과 음식, 음악, 파티로 다채롭게 구성되는 2월의 축제이다.요즘 로제 와인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골고루 생산된다.

 

이탈리아는 전역에서 와인이 나온다. 토리노 일대 알프스산 아래 쪽의 피에몬테 지역과 베네치아와 베로나 등이 있는 베네토 지역, 그리고 키안티 클라시코 등이 나오는 것으로 유명한 토스카나 지역 세 곳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품질 좋은 와인 생산의 삼국지를 형성하는 지역이다.

 

이탈리아 와인 이야기를 하면서 가야를 빼놓고 갈 수는 없다. ‘와인의 왕이란 그늘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평범한 귀족 수준에 머물던 바르바레스코를 여왕의 와인신분으로 승격시킨 주인공이 있다. 안젤로 가야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의 풍광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다고 하여 투스카니의 태양영화 한 편을 봤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포도주를 사는 경우 진열대 위에 붙은, 세워둔 병을 그린 표시와 눕혀진 병을 그린 표시를 볼 수 있다. 세워둔 병 표시는 오래 보관하지 말고 곧바로 마셔야 하는 포도주, 눕혀진 병 표시가 있는 진열대의 와인은 장기 보관, 숙성 후 마시는 게 좋다는 뜻이다.여행을 좋아하는 괴테는 리슬링으로 빚은 화이트 와인을 각별히 좋아했다고 한다. 와인을 즐긴 수준을 넘어 와인에 대한 지식이 상당한 수준이 있다.

 

우리가 즐겨 부르던 연가는 당시에는 이 노래의 출전이 뭔지 정확히 알지는 못했다.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민요로, 원래 제목은 영원한 밤의 우정이란 뜻을 지닌 포카레카레 아나이다. 맺어지기 힘든 원수 마을 남녀의 사랑이 이루어지게 되는 과정을 담은 노래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비극으로 결말이 났지만, 마오리족은 아름다운 사랑의 완성과 부족 간 화해로 사랑 이야기를 마무리 했다. 뉴질랜드의 소비뇽 블랑 최고 와이너리는 우리나라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널리 알려진 클라우디 베이이다. 코르크 마개와 디캔팅, 라벨과 빈티지, 아로마와 부케 등 다양한 이야기, 그리고 와인의 종류에 따른 음식의 궁합부터 흥미로운 와인 등급의 역사, 파리의 심판까지 와인에 얽힌 다양한 에피소드 들은 읽는 재미가 있다.

 

[와인잔에 담긴 인문학]에서 저자가 권하는 스토리 만들기를 따라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와인의 선택 및 가격, 더불어 마신 사람, 마신 장소, 함께 먹은 음식과의 조화 등을 기록하는 게 그 방법이다. 책을 읽으면서 영화도 봤고, 알콜에 약하지만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을 곁들어 마시고 싶다는 충동이 생겼다. 와인 초심자부터 전문가까지 읽을거리가 가득한 와인 교양서로 손색이 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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