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저널리스트 : 어니스트 헤밍웨이 더 저널리스트 1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영진 엮고 옮김 / 한빛비즈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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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는 미국을 대표하는 문학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의 소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무기여 잘 있거라><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국내에서도 널리 읽히며, 노벨 문학상 수상작인 <노인과 바다> 스토리에 익숙하다. 헤밍웨이가 젋은 청년이었을 때, 작가가 아니라 북미와 유럽을 누비며 활약한 기자였다.

 

헤밍웨이가 작성한 수백 건의 기사 중 몇 가지 기준이 적용됐다. 헤밍웨이가 문제의식을 느끼고 다룬 주제에 집중했다. 기자이면서 동시에 전략가로도 알려질 만큼 국제 정세와 전쟁에 밝았던 그의 모습을 강조했다. 헤밍웨이는 주로 불평등과 부조리, 파시즘에 대한 공포, 끝을 알 수 없는 전쟁의 고통에 대해 기사를 썼다. 그는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의 지론은 아는 것만 써야 한다였다. “경험으로 배우는 게 많아질수록 더 진실에 가깝게 상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사는 한 편의 이야기처럼 생동감이 넘친다. 그의 기사를 읽고 있으면 직접 보고 들은 현장이 그대로 그려진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한 저널리스트로서의 역량이 돋보이는 순간이다.

 

야간 구급차 응급팀이 병원 복도를 황급히 뛰고 있었다. 의식이 없는 환자를 수술대 위로 들어 올렸다. 그는 네 시간 후 사망했다. 이런 광경은 도시 진료소에서 밤마다 볼 수 있다. 야간 병동에서는 좀 더 다양한 삶과 죽음의 민낯을 엿볼 수 있다.

 

토론토 청년들이 전쟁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뜻으로 미국으로 이주해 군수품 공장에서 일하겠다는 것이었다. 극복해야 할 난관은 캐나다 파병 군인배지다. 아주 쉬운 해결 방법은 누군가 배지가 어디 있냐고 묻거든 도도하게 저는 군복무를 떠벌리고 다니지 않습니다.” 배지를 자랑하고 다니던 이들을 부끄럽게 만들 것이다. 중고 군용품 가게에 들러 트렌치코트 한 벌을 구입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전차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이 당신이 참전 용사임을 알아볼 것이다.

 

아드리아노플, 이스턴 트라키아를 탈출하려는 기독교인의 끝없는 행렬이 도로를 메우고 있다. 머리에 모포를 뒤집어쓴 채 비틀대며 걷는 남자와 여자, 아이들의 행렬이다. 이들은 빗속에서 탈진한 상태다. 자신들이 어디로 향해 가는지도 잘 모른다. 터키군이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의 농장과 마을, 토지를 뒤로한 채 피난민 행렬에 합류했다. 침묵의 행렬이다. 수레 위에서 진통을 겪고 있는 아내 위로 남편이 담요를 덮어 비를 막는다. 행렬에서 소리를 내는 사람은 그 산모뿐이다.

 

무솔리니는 37년 전 로만나의 작은 마을 폴리에서 태어났다. 혁명의 온상에서 태어난 셈이다. 스무 살이 되기 전에 교사를 시작했다. 언론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는 체사레 밧티스티의 조수로 트렌토에서 처음 두각을 나타냈다. 1914년 전쟁이 시작됐을 때 무솔리니는 밀라노 사회주의 일간지인 <아반티>의 편집자였다. 이탈리아가 연합국 편에서 참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혁명이라는 단어를 일삼는 이들로부터 약간의 세금을 걷어 그 돈으로 루이스 킨타니야나 다른 수감자들의 변호 비용을 대주는 게 어떨까. 세금을 걷을 대상은 바로 이런 자들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밤늦은 시간 시가지에서 무기를 운반해본 적 없는 자들이다. 그렇다. 혁명이란 단에는 세금을 매겨야 한다. 연례문학 행사에 참석해 혁명을 입에 올리려는 자들은 세금을 납부하고 그 증표로 배지를 달자. 사냥면허증처럼 그들이 누리고자 하는 특권에 대한 비용을 치렀다는 증거 말이다.

 

전쟁은 단순히 경제적 이해관계의 셈법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한때 그랬을지 몰라도 이제는 아니다. 전쟁은 이제 자국민의 애국심을 이용하는 선동가와 독재자에 의해 촉발된다. 선동가와 독재자는 실정을 펼치다가 그들이 떠벌리던 개혁이 무위로 돌아가고 나면 자국민의 애국심을 부채질한다. 부상당한 이탈리아 군인들의 입가에서, 안 안에서, 목 구멍 저 아래에서 들려 오는 한결같은 소리는 맘마미아! 오 맘마미아!”라는 외침이다.

 

[작가가 되고 싶다고 찾아온 청년에게] 청년이 겸손을 떤다고 생각했다. <미니애폴리스> 신문에 실린 글 한 편을 보여주기 전까지는 말이다. 글은 정말 엉망이었다. 글쓰기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두 가지 요소 중 하나가 바로 글쓰기에 대한 진솔한 열정 아니었던가. 다른 하나는 재능이지만 말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인간 헤밍웨이, 그리고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로서 당시 무엇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작가 헤밍웨이의 시각을 좀 더 또렷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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