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울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한성례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루야마 겐지는 생애 첫 작품인 [여름의 흐름]으로 제23문학계신인문학상’, 56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이후 그에게 주어진 모든 문학상을 거부하고 은거(隱居)하면서 오로지 창작 활동에만 전념했다. [달에 울다]는 마치 그가 추구한 삶처럼 차갑고 단단한 고독을 그린 수작이다.

 

[달에 울다]는 시와 소설의 중간적 장르를 갈구해온 작가는 시소설(詩小說)이라는 정수를 보여준 작품이다. 시의 함축성과 소설의 서사성을 함께 갖춘 천 개의 시어(詩語)가 빚어낸 한 편의 아름다운 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 는 사과밭을 경작하며, 의지하던 개가 죽은 후에도, 부모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평생 한 번도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지역을 벗어나지 않았다. 주인공의 방에는 사계절의 풍경이 담긴 병풍이 있고, 그 속에 달이 떠 있고, 비파를 타는 법사가 그려져 있다. 주인공의 내면의 흐름을 상징하는 법사는 그를 대신해서 세상을 유랑한다. 사계절 병풍 속은 허구의 공간이며, 법사는 상상 속 인물이다. 인생에서 단 한 명의 여자를 사랑하게 되는데, 그녀의 이름은 야에코로 나의 아버지가 살해한 남자의 딸이다. 나는 십대, 이십대, 삼십대를 함께 지내다 마을을 떠난 야에코가 다시 마을로 돌아올 때까지 그녀에 대한 그리움으로 고통스러워한다.

 

나는 그 모두가 확실하게 보이기 직전에 몸을 뒤척여 쓰러진 병풍에서 등을 돌린다. 조금 전까지 마을 하늘에 떠 있던 달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p115

 

[조롱을 높이 매달고]40대의 외톨이 남자가 고향을 찾아가 고독한 영혼을 정화해가는 몸부림을 그렸다. K시에 살던 나는 직장에서도 쫓겨나고 가족에게 버림받았으며, 주의 사람들은 하는 짓이 정상이 아니라고 말했다. 폐차 직전의 승용차와 늙은 개를 태우고 바닷가 고향 마을로 향했다. 환상속에서 말을 탄 세 명의 무사가 나타나기도 한다. 온천지였던 그곳은 사람이 한 명도 살지 않는다.

 

몇십 년 전 어느 봄날, 우리 가족은 모래 먼지와 함께 M마을을 떠났었다. 아무도 살지 않으리라 여겼던 마을에서 우연히 한 노인을 발견한다. 같은 마을에서 자란 노인의 딸을 K시에서 만난다. 그녀는 몸을 팔아 노인을 부양하고 가끔 마을에 돌아와 노인을 돌본다. 노인은 피리새를 키워 지저귀는 새 소리를 들으며 온천을 즐긴다. 어느 날 침낭 속에서 피리새 소리를 들었다. 조롱 바닥에 신문지도, 물도, 별꽃도, 새것이었고 모이통에 들깨가 수북이 담겨 있었다. 새를 가져다 놓은 사람은 노인이나 그의 딸일 것이다. 이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한 나는 피리새 키울 마음이 없어 돌려주려 찾아가는데 노인은 온천물에 얼굴을 박고 죽어 있었다. 그로부터 18개월이 지났다. 단조롭고 시시한 후반기를 보내고 있으며, 가끔 M마을을 떠날 때의 일이 떠오른다. 피리새는 내가 언덕을 내려가고 난 후에야 바람속으로 날아갔을 것이다.

 

저자는 소설 쓰기란 하나의 구도의 길이자, 자기 발견의 길이다. ‘쓴다라는 행위를 통해 그는 비로소 자신의 삶을 발견할 수 있었으며, 세상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방법을 찾았다. 이 소설 두 편을 읽어 보니 외로움이 묻어나는 것이 좋다. 고독이 나에게 전해지는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