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저널리스트 : 조지 오웰 더 저널리스트 2
조지 오웰 지음, 김영진 엮음 / 한빛비즈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한빛비즈 [더 저널리스트]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다. 조지 오웰이 저널리스트로서 작성한 방대한 기사와 칼럼, 기고문 중에서 그의 철학이 가장 잘 드러나는 글 57편을 선별한 저널리즘 작품집이다. 오웰의 관점을 더욱 명확히 하기 위해 주제와 의미별로 묶어 정리했다. 작품들은 평등, 진실, 전쟁, 미래, , 표현의 자유라는 여섯 개의 키워드 아래 배치했다.

 

조지 오웰은 평생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로 활약했다. 글의 소재는 늘 현실의 삶과 사회 문제 속에서 선택했다. ‘조지 오웰이라는 필명으로 세상에 내놓은 첫 책<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은 자신이 겪은 밑바닥 체험을 고스란히 담은 작품이다. 오웰은 영국 일간지 [트리뷴] 에 근무하며 매주 칼럼을 썼는데, 때로는 세 편이나 네 편이 한꺼번에 실리기도 했다. 그만큼 목소리를 내는 데 거침이 없었다. 오웰을 이해하려면 그가 살던 시대 배경을 먼저 알아야 한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도 전 세계적으로 크고 작은 전쟁이 이어졌다. 오웰이 1930년대 참전했던 스페인 내전도 그중 하나였다. 193991, 나치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이 공식 발발했다.

 

오웰은 소속 집단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를 비판했다. 소련이 연합국으로 편으로 돌아선 후, 소련에 호의적으로 바뀐 언론과 국민 여론이 좋은 예였다. 소련은 전쟁 초기에 독일의 침략 행위를 묵인하고 독일과 유럽 땅을 나눠 가지려 했던 나라였다. 그런데 갑자기 우리 편소련을 지지하지 않으면 애국심을 의심받는 상황이 됐다. 오웰은 이런 부분을 지적했다.

 

독자 한 명이 런던 댄스홀 가운데 한 곳이 유색인종 출입을 금지하기 시작했다고 제보했다. ‘우리는 유색인종을 받지 않는다며 인도인과 니그로 등을 호텔에서 쫓아내는 광경도 자주 목격된다.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우리는 예의주시하고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 인종 문제는 소란스러울 정도로 목소리를 높여 불만을 토로해야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문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유태인 혐오주의의 원인이 실업률이나 사업상의 견제 심리 같은 요인 때문이라고 대충 결론지어서는 안 된다. 사리 분별 있는사람은 유태인 혐오주의에 빠지지 않는다고 단정하지 말아야 한다. 실제로는 유태인을 하나의 집단으로 구분 짓기 힘든데도, 사람들은 그냥 유태인놈들이 끔찍하다고 말한다. 정확히 뭐가 끔찍하다는 건지는 명확하지 않다.

 

유난히 역겨운 사진이 한 장 놓여 있다. 829일 자 <스타>지에 실린 사진에는 머리가 밀리고 얼굴에는 스와스티카가 그려진 여성 두 명이 있다. 구경꾼에 둘러싸여 옷이 반쯤 벗겨진 채로 파리 거리에 끌려다니는 중이다. 나는 이런 짓을 저지르고 있는 프랑스인을 비난하지 않는다. 그들은 4년간 고통을 겪었고 부역자들을 바라볼 때 어떤 감정이 들지 나도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나라의 언론이 누군가의 머리를 밀어버리는 행동이 마치 바람직한 일인 양 대중을 향해 보도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원자폭탄은 무서운 존재다. 이 공포를 다른 공포로 상쇄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1945년에 출간된 마크 에이브럼스의 책 <대영제국의 인구>를 추천한다.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대중조사국의 보고서 <영국의 출생률>이나 비슷한 주제의 다른 책을 함께 봐도 좋다. 전쟁이 끝나면 영국은 심각한 주택난을 겪게 될 것이다. 조립식 공법을 포함한 대규모 주택 재건축 시도에 대해 힘 있는 기득권 세력의 반대가 거세다. 주택조합이나 벽돌, 시멘트 업자들처럼 직접 이해관계에 놓인 이들이다. 개인의 토지 소유권을 조금도 건드리지 않고 어떻게 런던을 재건할 수 있겠나?

 

1938, 오웰이 스페인 내전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다. 표현의 자유가 위협받는 현실을 경고하며 오웰은 독립노동당에 가입했다. 현실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허용할 수 있는 체제는 사회주의 정권일 것이며 그것만으로도 사회주의정당에 가입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강조했다. 오웰은 <동물농장> <1984> 등 자신의 주요 작품을 통해 개인의 표현 자유가 탄압받는 모습을 묘사하고 비판했다. 오웰의 통찰력이 담긴 지적과 제안은 지금의 우리 모습을 되돌아보는 데 유용하다. 오웰이 저널리스트로서 어떤 글을 썼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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