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 딱 좋은 고독 매일 읽는 철학 2
예저우 지음, 이영주 옮김 / 오렌지연필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매일 읽는 철학 시리즈 프로이트, 니체, 다음 쇼펜하우어는 세 번째 도서다. 독일의 위대한 철학가 아르투르 쇼펜하우어는 철학가인 동시에 사상가이다. 그는 인성(人性)의 관점에서 인류 행위의 동기를 세 가지, 즉 이기(利己), 악독(惡毒), 동정(同情)으로 나누었다. 이는 각각 자신의 행복, 타인의 고통, 타인의 행복을 바라는 행위다. 누구나 살아가는 데 행위 동기를 하나 내지는 여러 개씩 가지고 있다. 이처럼 쇼펜하우어는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쇼펜하우어는 가급적 비관적이 되라고 한다. 그 이유는 비관을 통해 사고하고, 의심하며, 부정하는 것을 배울 수 있어서다. 그러면 삶이 덜 버거워질 것이다. 누군가 행복한 삶을 살았는지 알고 싶다면, 그가 행복을 얼마만큼 누렸는지를 따지기보다 액운을 몇 번이나 피해 가는지를 보아야 할 것이다.

 

세상과 다투지 않고 홀로 살아가는 것은 오늘날에는 절대 불가능하다. 염세주의자 쇼펜하우어의 고독은 다른 의미다. “기꺼이 고독을 즐기는 것은 사실 명성과 이익을 좇는 행위와 경박하고 공허한 것에 대한 일종의 멸시이며, 범속을 초월한 상태에서 묵묵히 정신적 경지를 고수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쇼펜하우어의 아버지는 자기 아들이 상인이 되기를 바랐지만, 오히려 혐오했다. 집 안의 서고에 있는 철학과 문학, 역사 책을 모두 완독했음을 안 아버지는 아들의 독서 열정을 인정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주어진 시간을 독서에 할애했다. 억지로 입문한 상인의 삶은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끝이 났다. 아버지는 중병으로 고생을 하다가 자살을 선택했다. ‘모든 자살은 그의 가족에게 두려움, 양심의 가책, 분노를 남긴다라는 말로 표현했다.

 

우리는 매 순간 인내할 수 있는 현재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 이 현재에는 가장 평범해서 이상할 것이 없는 날, 우리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채 흘러가도록 방치하는 날, 심지어 시급하게 허비해야 하는 날도 포함된다.p66

 

인생에는 두 가지 선택이 있는데, 고독 아니면 범속(凡俗)한 삶이라고 했다. 그는 사람들의 교류를 좋아하지 않았다. 심지어 다른 사람과의 교제를 좋아하는 것은 무뢰한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역시 진정한 고독은 군중을 떠나 혼자 사는 삶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평생 고독하게 지낸 그는 삼무(三無)’의 사내였다. 아내, 자녀, 어머니도 없는 삶이었다. 어머니가 없다고 한 이유는, 스무 살 때 어머니와 절연했기 때문이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쇼펜하우어는 17세 되던 해에 아버지의 자살로 평생 써도 남을 유산을 물려받았고, 명실상부한 부자의 대열에 들어섰다. 일반적으로 이런 환경에서 난봉꾼 기질을 지니고, 상류사회 자녀들과 어울리며 돈을 물 쓰듯 써야 한다. 하지만 그는 홀로 고독과 적막함을 즐기며 고루한 철학 연구에 매진했다.

 

쇼펜하우어는 고독을 일종의 미덕이라고 보았다. 내면이 충분히 강하면 그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고 자급자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천부적 재능을 바보 같은 사교 모임에 헛되이 낭비해버리지 않고 인류를 위한 기여에 사용하겠노라 말했다. 이 같은 그의 다짐은 나의 총명함과 재능은 나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닌 전 세계를 위한 것이다라는 구절에서도 잘 드러난다.p226

 

쇼펜하우어의 인생 여정 중, 전기는 세상의 인정을 받지 못한 시기였다. 쇼펜하우어의 말년은드디어 세상의 인정을 받은 시기였다. 세상 사람들이 <여록과 보유>를 통해 깨달음을 얻은 덕분이었다. 쇼펜하우어는 당시 사람들의 심경을 벌써 30년이나 앞선 시점에 자신의 저서에 모두 기술했다. 오로지 미래만 계획하고 고려하거나, 또는 과거의 회상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현재야말로 유일하게 진실하고 확실한 것이라고 했다. 미래는 상상력을 요하며, 계획이 필요하다. 과거는 회상이 필요하며, 최종 평가가 필요하다. 이는 모두 지혜로운 사람이지녀야 할 덕목이다.

 

쇼펜하우어는 줄곧 독서와 독립적인 사고를 결합해 맹목적인 독서를 지양하라고 강조했다. 또한 다독을 하더라도 책에서 유용한 지식을 취하라고 말했다. 그는 오로지 읽기만 하는 독서는 독립적 사색을 하지 않기 때문에 사유 능력을 빼앗겨 남의 생각이 우리 자신의 머릿속을 헤집어놓는다고 생각했다. 평생 자신만의 세계에서 혼자 살면서 사람들에게 미치광이라 불렸을지 몰라도 자신의 사상을 고수하는 쇼펜하우어의 삶은 멋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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